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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공기업 민영화, 하려면 제대로 하여야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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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최근 들어 공기업 민영화 논의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증시의 활력을 높이고 정부의 적자재정 부담도 줄이기 위해 우량 공기업의 상장을 유도하고 있다고 하였다. 현재 공기업 중 상장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토지공사, 주택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지역난방공사, 석유공사 등 6개 공기업이다. 또한 전윤철 감사원장은 역사적 임무를 다한 공기업은 퇴출되어야 한다고 하였고 한덕수 부총리도 공기업의 퇴출이나 민영화가 생산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함으로써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강조하였다.


참여정부는 여러 가지 의욕적인 분배 및 복지정책을 계획하고 있어서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세수로만 재정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므로 자연스럽게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공기업의 민영화 논의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한전 등 공기업에 높은 배당률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증시가 1,200을 넘나드는 호황이다 보니 증시상장으로 민영화를 하는 경우 매각가치도 클 수 있다는 계산도 한 몫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되던 공기업의 문제점이 국회의 국정감사와 감사원의 조사로 드러나게 되어 공기업 민영화 논의가 다시 재론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정적자를 해결하거나 방만한 공기업을 정리하기 위해서 공기업 민영화를 급한 대로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민영화 대상 공기업에는 순서가 있다. 우리나라의 제한된 자본시장 규모로는 어차피 많은 공기업을 한꺼번에 민영화할 수는 없으므로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민영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절차가 있다.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에는 먼저 그 기업을 민영화하였을 때에 공익성이 얼마나 훼손되는지를 생각하여야 한다. 현재 논의가 되고 있는 6개 공기업 중 지역난방공사를 제외하고는 공익성이 큰 공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토지공사는 택지와 공장용지 등을 비롯한 각종 용지를 조성하여 공급하며, 주택공사는 임대아파트를 비롯한 주택공급 사업과 도시재개발 사업 그리고 택지공급 등을 담당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다목적댐을 건설하고 운영하며 물의 도매공급과 상하수도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에는 수익사업도 있으나 임대아파트의 건설과 운영 그리고 다목적댐의 건설과 수자원관리와 같이 정책적인 교차보조를 시행하거나 공익성이 큰 사업도 상당수 섞여 있다. 이들 공기업들은 상당부분 저소득층 지원이나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적 교차보조를 시행하고 있다. 공기업을 통한 정부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처럼 정책사업이나 공익성이 큰 사업을 담당하는 공기업을 급하게 민영화할 필요는 없다. 민영화는 수익성 중심의 공기업을 중심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공익성보다는 수익성이 큰 한전의 발전자회사, 한전기공,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철도공사, 우체국 등이 우선적인 민영화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공기업을 민영화하기 이전에 공익성 중심의 사업과 수익성 중심의 사업을 분리하여 수익성 중심의 사업은 민영화하고 공익성 중심의 사업은 공공의 영역에 남겨 두어야 한다. 이와 함께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함께 시행하여야 한다. 비효율적이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공기업은 매각가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사업영역과 인력은 정리하여야 하며 중복적인 업무를 갖는 공기업은 합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례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택지공급 등 여러 부문에서 중복적인 업무영역을 갖고 있어서 오래전부터 통합논의가 제기되고 있으므로 민영화 논의와는 관계없이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오던 공기업 민영화와 이를 위한 산업구조조정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에 따라 발전부문뿐 아니라 중단되었던 배전 및 판매부문에서의 경쟁도입도 다시 추진하여야 한다. 또한 천연가스산업에서의 구조개편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가스공사가 독점적으로 수행하던 천연가스의 수입과 도매공급에 경쟁을 도입하여야 한다.


참여정부는 출범 당시 국민의 정부에서 추진되던 여러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민영화계획을 백지화하였으며 그 방향도 완화하였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 논의가 다시 거론되는 이 시점에서 공기업 민영화의 방향을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게 되면 결국 과거 정부에서 추진하던 공기업 민영화계획을 다시 만나게 되고 만다. 공기업 민영화는 정권의 교체나 행정부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일관성을 갖고 추진하여야 할 과제이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로 나아가야 한다는 명제는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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