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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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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부당지원행위규제 부당하다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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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공정위는 상품·용역거래에 대한 내부거래 규제만으로 부족하다는 인식에 따라 1996년 동법 제23조 제1항에 제7호를 신설하여 자금·자산·인력의 부당지원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1997년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을 제정하고, 1998년부터 자금·자산·인력의 부당지원행위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과징금 부과 등 제재조치를 취해 왔으며, 1998년 이후 2003년까지 총 11회 자금·자산·인력 지원행위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엄격한 법적용과 고액의 과징금 부과로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이 증가하고 있다.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이 많은 이유는 지원성 여부와 부당성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이 분명하지 않고 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과징금 등의 제재는 헌법이 보장하는 이중처벌 금지와 과잉 금지, 무죄추정 금지 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서울고법이 헌재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으나 2003년 7월 합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관 5인의 다수의견으로 합헌이라고 결정되기는 하였으나, 위헌이라는 재판관 4인의 반대의견도 있었고, 합헌이라는 사실이 지금과 같은 시장경쟁 제한과 무관한 부당지원행위규제가 정당하다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당한 내부거래와 정상적인 내부거래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나 분명한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고, 내부거래가 정상적인 기업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공정거래위원회도 규제의 대상은 ‘부당한’ 내부거래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정상적인’ 내부거래와 ‘부당한’ 내부거래의 구별이 정책의 실효성과 정당성의 근간이 되나 현실적으로 두 내부거래를 구별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심사지침에서 정의하고 있는 정상가격과 내부거래에서 사용된 가격이 같다면 내부거래로 인한 효율성 증진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함을 의미함이며, 따라서 정상가격으로 내부거래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내부거래로 인한 효율성 증진효과를 억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상적인 거래와 부당한 거래 구분의 어려움으로 부당성 여부가 거래의 지원성 여부와 지원규모에 의해 거의 당연위법적으로 판정되어 왔다는 것이다. 2002년 심사지침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일정규모 이상의 지원이 이루어진 경우를 중점심사대상으로 보았으며, 부당 지원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적으로 밝혀왔으나, 현재까지 이루어진 내부거래의 부당성은 지원규모에 의해 거의 결정되었다. 내부거래로 인해 경쟁자의 비용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경쟁자가 시장에서 배제되거나, 해당 시장에서 가격 상승이 유도되는 등 해당 시장에서의 경쟁과정에 대한 심각한 폐해가 발생할 때, 내부거래의 위법성 판단이 내려져야 하나 실질적으로 공정위의 내부 인력으로 이를 판단하기도 어렵고, 또한 내부거래가 경쟁을 저해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금·자산·인력의 지원행위 경우 해당 지원행위가 어떻게 사용되었으며 경쟁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우며, 지원행위의 발생 자체를 막는 것은 사전적 규제이며, 지원행위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마저도 사전 봉쇄하는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이 경쟁정책적 기능만 수행한다고 할 때 부당내부거래 규제 대상은 약탈적 가격책정에 대한 규제 정도로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현재 부당내부거래 조사는 구체적인 피해나 폐해가 발생했을 때 실시되는 것이 아니고 일단 조사를 시작한 후 혐의점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뚜렷한 혐의가 없는 상태에서 실시되는 조사로 인해 기업들은 정상적인 업무활동에 지장을 받고 관련서류를 준비, 제출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고 있다. 부당내부거래 현장조사는 평균 23.6일간 실시되었으나 현장조사 후 자료제출 요구와 사실여부 확인 등으로 사실상 조사는 한 달 이상 지속되었다. 부당내부거래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조사의 광범위성, 과다한 자료요구, 장기간의 조사 등으로 조사에 응한 기업 모두가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고 응답하였으며, 그 중 64.5%의 기업은 조사로 인한 업무차질 정도가 심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규제를 유지한다면 우선 합리원칙에 의해 부당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계열화를 통해 거래를 내부화하는 것은 경쟁을 제한하려는 의도보다 거래를 효율화하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므로 내부거래를 획일적으로 부당한 것으로 간주하기보다 효율성제고 효과와 경쟁제한 효과를 비교형량하여, 사례별로 합리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물론 거래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사회적으로 경쟁제한성이 현저한 내부거래는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제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내부거래의 부당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마련하여 업계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내부거래에 수반되는 소액주주의 재산권 침해, 탈세 및 불법증여,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 등은 관할 개별법(상법, 증권거래법, 세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내부거래를 통한 비공개 자회사 지원, 계열사간 지원을 통한 탈세 행위 등 내부거래 유형이 대주주의 사적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부당한 부의 이전이나 불법적인 증여 및 탈세라면 세법에 의해 규율되어야 할 것이고,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와 이로 인한 소액주주의 재산권 침해는 대규모내부거래공시, 소액주주권의 강화, 사외이사제도, 감사위원회 등으로 제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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