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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구조조정본부는 꼭 해체되어야만 하는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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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범

일부 학자와 시민단체는 기업집단본부 또는 구조조정본부의 역할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구조조정본부는 그룹 총수의 1인 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으로 그룹 총수와 지배주주의 이해를 위하여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나 상호지급보증을 지시하거나 총수의 부당한 재산 상속을 기획하고 계열사 의사결정에 무분별하게 개입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법적 실체가 없기 때문에 권한은 있으나 책임은 없는 조직이어서 책임경영과도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조조정본부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위하여 한시적으로 설치된 조직인 만큼 구조조정이 끝나면 해체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구조조정과는 별도로 구조조정본부 혹은 기업집단본부의 고유 역할이 있다. 다각화된 기업집단이 계열사간 자원공유 및 이전을 통하여 시너지를 창출하고 기업집단 차원에서 핵심역량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집단본부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 기업집단본부는 조정역할을 통하여 기업집단내 자원활용을 극대화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며 계열사 평가 및 보상시스템을 통하여 계열사 경영의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심지어 사업구조가 구조조정본부와 같은 관리시스템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Hoskisson and Johnson(1992)은 다각화 정도가 심한 기업보다도 중간 정도인 기업이 가장 활발하게 구조조정을 한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구조조정을 통하여 다각화 수준을 낮추었지만 일부 기업은 오히려 추가적인 인수 등을 통하여 비관련 사업구조를 구축하였다. 전문화된 기업이나 완전히 비관련 다각화된 기업보다 관련, 비관련 사업이 혼재되어 있는 중간 유형의 기업들이 적합한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구조조정본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또다른 논리는 전문화이다. 기업집단이 비관련 분야로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정리하면 구조조정본부의 역할이 줄어들며 따라서 그룹총수의 이익을 위해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 이러한 조직을 없애는 것이 기업집단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화의 논리를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것과 연계시켜서는 안된다. 기업집단이 전문화가 되어도 역시 그 내부의 자원배분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 조직은 반드시 필요하다. 내부시장의 장점이 남아 있는 한, 기업집단은 존속하고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조조정본부는 존재한다. 과연 어떤 구조조정본부가 최적인지는 그룹전략, 핵심역량, 발전과정, 리더십 등의 특이성을 고려하여 기업집단이 스스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선택할 문제이지 정부의 정책적 선택문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정부정책의 초점은 경제제도의 선진화에 두어야 할 것이다. 기업집단의 내부시장기능이 가치창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인위적으로 제한한다면 이는 국가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것이다. 하지만 경제제도가 선진화되어 외부시장의 효율성이 증대하고 상대적으로 기업집단 내부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지면 기업집단의 장점이 감소하여 구조조정본부의 역할도 역시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정책은 기업집단 구조조정본부의 해체 여부보다는 구조조정본부가 총수 1인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기업집단을 위한 조직으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즉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하여 소액주주 보호장치를 만드는 등 기업집단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역기능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정부가 법적으로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더라도 필요하면 기업집단은 어떤 형태로든 본부기능을 수행할 것이고 이를 법적으로 제재하기도 힘들 것이다.

홍재범 (부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jbhong@p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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