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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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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의 의미

0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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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납세자가 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세부담은 두 가지 정책요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즉 세원의 크기를 결정하는 정책과 세율정책이다. 일반적으로 세원은 크게 소득, 소비, 재산으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세원이란 세부담이 되는 대상으로 경제적인 의미의 소득, 소비, 재산에 부과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조세정책이란 국가의 경제정책들 중 한 가지 정책수단이다. 따라서 정부가 특정 산업 혹은 특정 경제행위에 대해 경제적 유인책을 강구하기 위해서 조세정책을 활용한다. 이는 특정 산업 혹은 경제행위에 대해 세부담을 경감시키거나 면제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경제적 의미에서의 세원과 실제 적용되는 세원과는 항상 차이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괴리는 정부가 경제정책의 한 수단으로서 조세정책을 활발하게 활용하면 할수록 커지게 된다.


정부는 조세정책을 통해 경제정책을 추진하지만, 조세정책의 일차적인 기능은 재원확보이다. 정부가 일정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조세정책인 것이다. 따라서 조세정책은 서로 다른 목적을 조화롭게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국가 경제정책의 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결국은 세수의 감소를 초래하게 된다. 반면 국가는 반드시 일정한 규모 이상의 세수를 확보하여야 하므로, 국가가 할 수 있는 정책방향은 세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세정책을 통해 경제적 혜택을 받게 되는 산업이나 행위에 대해서는 경제적 유인책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세정책은 낮은 세원과 높은 세율이란 정책방향을 가지게 된다. 그럼 이러한 정책방향은 무엇이 문제인가? 경제학에서는 조세정책은 효율성 관점에서 보면 나쁜 정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정부의 시장개입이 없는 환경과 여러 가지 가정들 속에서 시장경제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세정책은 시장에 의해 이루어진 시장가격에 추가적으로 조세라는 가격을 덧붙이기 때문에,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른 조건들이 모두 같다면, 소주와 맥주 중에서 맥주에 높은 세율을 부과하게 되면 세금이 없을 경우에는 맥주를 소비할 소비자가 차별화된 세금정책으로 인해 소주의 소비로 이동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2003년에 국세청에서 거두어 들인 세금이 총 1.1조원 정도인데, 이는 국민들의 총부담액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세금이 각 경제행위에 부과됨으로써 우리의 시장경제에 부담하게 된 비효율 비용은 이보다 더 클 수도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의 수준을 GDP 대비한 조세부담률이란 지표를 통해 보여주는데, 2003년 현재 20.5% 수준이다. 이는 국민들의 지갑에서 나온 직접적인 부담이므로, 우리는 혈세라는 표현으로 국민들의 부담을 가시화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혈세가 우리 경제 전체에 주는 비효율의 비용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 외국의 실증연구에 의하면, 거두어들인 세금규모보다 시장경제에 주는 비효율 비용이 훨씬 높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적인 비용은 너무도 이론적이므로 일반 국민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세금은 시장경제에 비효율을 야기하며, 이러한 비효율 비용의 크기는 세율수준에 의해 영향을 더 많이 받음을 보여준다. 즉 같은 세수를 확보한다고 해도, 좁은 세원과 높은 세율의 정책과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의 정책 중에서 어떠한 정책이 비효율 비용을 낮추는 정책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즉 세율은 비효율 비용에 상대적으로 높은 영향을 미치므로,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 정책이 효율성 관점에서 더 바람직한 방향인 것이다.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 정책은 납세자들의 납세순응비용 측면에서 훨씬 바람직하다.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정책은 세제는 단순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세제가 단순하게 되면, 납세자들은 납세순응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비용 등의 납세순응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 정책은 납세자들에게 더 우호적인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의 정책방향이 구체적으로 현실에 반영된 것은 1986년 미국의 세제개혁에서다. 1986년에 미국은 대폭적인 세제개혁을 단행했는데, 경제성장과 세제 단순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방향으로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 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세계 경제의 개방화로 인해 조세정책은 국가 간에 밀접한 영향을 받게 된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미국이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 정책으로 나아감에 따라 많은 국가들도 세제개혁을 시도했으며, 이때의 정책방향이 대부분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제개혁이라기보다는 매년 세제개정을 하고 있다. 매년 세제개정을 할 때,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 정책을 많이 표방하였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정책방향이 아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모든 선진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조세정책 방향에 대해 소규모 개방경제체제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따를 수밖에 없는 정책방향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정책은 경제성장을 위해 모든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나아가야 할 정책방향이다. 이러한 정책방향을 현실화 하는데는 정치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는 국가만이 조세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것이다.

현진권 (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jinkwonhyu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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