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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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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출산과 육아는 개인과 가정의 책임이다?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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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경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출산 수준이 높은 국가로 분류되었으나 2004년 현재는 최저 출산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급속한 출산율 하락의 배경에는 인구과잉에 대한 우려로 60년대 초부터 실시되었던 정부의 적극적 출산억제정책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출산억제정책은 성공적이어서 단기간 내 출산수준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출산과 관련하여 최근 정부는 과거 정책으로부터 선회하여 출산수준 부양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정부의 출산억제정책이 인구과잉으로 인한 인구부양이나 경제성장의 어려움을 개선하려는 것이었듯이 출산 수준을 높이려는 정책도 유사한 관심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급속한 저출산과 함께 인구고령화 현상은 인구구조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급격한 인구고령화 사회과정에서 저출산은 사회구성원 비율의 비대칭적인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저출산과 인구고령화는 사회 부양인구의 증가, 노동력 감소, 생산성 저하, 연금 및 사회보험체계의 부담, 노인 돌봄의 문제, 의료비용 증대 등 사회문제의 등장을 예고하고 경제성장률의 둔화, 소득분배구조의 약화, 세대갈등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출산수준과 관련하여 우리가 당면한 현안에 사회 전체적으로 큰 관심을 보이고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는 저출산이 생리적·의료적 차원의 문제이기보다는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변화와 관련된 문제이며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변화 중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출산의 주체인 여성과 관련된 문제임을 직시한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비용의 문제가 자녀 갖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자주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이나 비용의 문제로 자녀 갖기가 어렵다는 관점을 한 세대 전의 우리사회에 적용해보면 과거 세대 사람들은 출산과 관련하여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왜 과거 사람들은 현재보다 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더 많은 자녀를 가질 수 있었을까? 자녀 출산과 관련하여 가치관, 자녀의 의미, 자녀의 양육비용, 여성 지위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가 우리사회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이나 자녀와 관련된 사회적 변화이다. 가족 형성을 앞두고 있는 젊은 세대 여성들이 60대 여성과 유사한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현재의 저출산과 관련된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형성을 앞두고 있는 젊은 세대 여성들은 과거 여성들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았고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과거 여성들과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세대 같이 가족형성에 자신의 인생계획을 전적으로 종속시키기보다는 자신의 인생계획에 따라서 가족형성 여부나 시기를 결정한다. 자녀와 관련된 변화를 살펴보면 자녀의 수에서 자녀의 질이 강조되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낳아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잘 키우는 것’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사회적 지위 성취를 위해서 자녀 교육이 강조되고 있고 이것을 위해서 부모가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 확대와 연결되어 자녀 양육은 이들로 하여금 과거에 비해 높은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자녀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녀 양육이 수월해지지 않고 더 어려워진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출산정책이 ‘낳아 놓게 하기’와 ‘잘 키우는 것 지원하기’를 동시에 강조하는 정부차원의 출산과 양육 정책이 추진되어져야함을 말해준다. 출산율저하 현상은 여성과 가족 및 여타 사회제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로서, 어떤 방향으로든 저출산의 현상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문화적 조건들 전체를 건드리고자하는 근본적이고 진취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국가는 여성의 출산에 따른 개인적, 경제적, 사회적 기회비용의 손실을 최대한 만회해 줄 수 있는 출산정책의 새패러다임을 수립함으로써 출산과 가족을 둘러싼 환경을 종합 개선해 출산율을 안정화시키고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한 나라들은 일찍부터 일과 가정의 갈림길에 있는 여성들의 고민을 풀기위한 노력을 힘써왔다. 스웨덴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이면서 노벨상 수상자인 군나르 뮈르달 부부는 1930년대 ‘어떻게 하면 일하는 어머니들이 아이를 가지도록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출산촉진적인 보육정책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대부분의 서구선진국들을 ’어떻게 하면 아이를 가진 어머니들이 일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이는 유휴노동력으로서의 여성인력의 활용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선진국의 교훈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 상황임은 분명하다. 저출산?고령화 경향이 현재 상태를 지속한다고 할 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재보다 10% 이상 향상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불가능함을 전망한 바 있다. 따라서 출산대책은 그 대책들이 여성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와 자녀는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키운다는 사회적 합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저출산을 우려하며 출산관련 지원을 제시하는 최근 정책이 가족형성을 앞두고 있는 젊은 여성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대다수 여성들은 아이 낳는 것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고 그 이후 키우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자녀 양육과 관련된 직접 비용은 상당하다. 그리고 직업·사회활동의 증가로 인하여 부모, 특히 어머니가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 또한 엄청나다. 여성에 대해서 차별적인 직장환경과 자녀양육을 여성에게 전담시키는 사회여건 하에서 자녀 양육과 관련된 부모의 기회비용은 여성 쪽에서 더 많이 분담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상황은 사회전체의 출산수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전반적으로 국가경제의 발전과 산업수요 및 가구와 여성개인의 요구에 의해 보육수요는 증가추세에 있다. 또한 기술변화는 근무형태를 유연하게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보육서비스의 다양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신세대, 월드컵 세대의 ‘가정과 일의 균형’에 대한 요구에 주목하여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보육서비스를 포함한 ‘가정과 일의 양립조치’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음은 출산과 육아가 더 이상 개인과 가정의 책임이 아님이다.

장혜경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hkchang@kw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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