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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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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다시 생각해 보는 지배주주와 구조조정본부의 역할

08. 4. 30.

3

황인학

'지배주주'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통해 회사의 주요 결정사항, 즉 경영권을 통제할 수 있는 대주주를 일컫는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재벌로 불리는 기업집단 형태를 취하고 있어 지배주주는 흔히 그룹의 총수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때 그룹의 총수는 대주주라고 하지만 직접 소유지분은 4% 내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계열사간 종적·횡적 출자를 통해 기업집단 전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배주주가 적은 지분을 가지고 황제경영을 한다’ ‘지배주주의 지분이 낮은 계열사에서 지분이 높은 계열사나 비상장기업으로 이익을 빼돌릴 유인이 상존하기 때문에 외부주주의 이익이 침해되고 기업의 가치는 하락한다’ ‘지배주주도 지분율만큼만 권한을 행사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등이 그러한 논란의 예들이다.


총수체제에 대한 이같은 비판적 여론을 반영해 지난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정부는 그룹 총수를 보좌하며 그룹경영의 관제탑으로서 계열사 경영을 감독·통제해 왔던 회장비서실을 폐지하도록 한 바 있다. 회장비서실의 후신(後身)인 지금의 그룹 구조조정본부는 당초 한시적 기간 동안만 운용하도록 되어 있던 것인데, 그 어떤 효용성이 재고되었는지 지금은 문제삼고 있지 않다.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도 이러한 전통은 계속되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의 소유권(Cash Flow Right)과 의결권(Voting Right) 사이의 괴리도를 측정하여 발표하는 한편, 이 괴리도가 일정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총자산 규모 6조 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이라도 출자총액규제를 면해 주겠다는 대단히 한국적인, 특이한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이처럼 일견 일리있어 보이는 지배주주에 대한 비판과 규제는 논리적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 과연 얼마나 타당성이 있을까? 모두 알다시피 재벌에 대한 문제인식은 본래 경제력집중에 관한 것이었다. 또한 주식투자자의 이익과 직결된 소유지배구조 문제는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뒤늦게 주목하게 된 사안이었다. 다시 말하면 재벌이라는 대규모 기업집단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조직형태이며, 이들의 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는 시점을 전후로 재벌체제를 어떻게 개혁하고 해체시킬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는 와중에, 외국의 학자들은 계열사간 종적·횡적 출자관계로 구성된 기업집단체제가 영국과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도처에 산재해 있다는 사실을 속속 보고하게 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정부부처가 기업집단에 대한 통계를 생산·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다.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기업집단에 대한 통계적 접근도 쉽지 않았고 영미형 기업형태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오인했던 탓에 기업집단을 주목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기업집단을 연구하게 된 많은 학자들은 자신들의 오랜 무지를 뒤늦게 깨닫고 화가 났는지, 아직도 영미형 기업형태를 이상적인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신한 탓인지, 경제학의 추상적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업집단 형태의 세계적 산재성에 당혹스러웠는지 소유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연구의 가닥을 잡는 편향성을 보인다. 하버드대학의 칸나(Khanna)나 팔레푸(Palepu)의 경우처럼 기업집단의 장점을 실증분석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들은 지배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독점적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과잉투자를 비롯한 그룹 전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의사결정이 내려질 개연성이 많음을 강조하고 있다.


재벌체제 소유지배구조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표적 이론은 ‘소수통제구조(Minority Controlling Structure)' 가설이다. 목크(Morck), 베브축(Bebchuck) 등이 20세기 말에 주장한 이 가설에 따르면, 소수 지분을 가진 지배주주가 계열사간 출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그룹 전체를 통제하고 있는 기업집단은, 소유가 분산된 기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리문제와 소유가 집중된 기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영자안주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최악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라고 혹평하였다. 또한 지배주주의 소유권과 의결권이 괴리될수록 필경 실패할 확률도 높을 것임을 예언하고 있다. 최근 계산에 따른 번거로운 수고에도 불구하고 소유권과 의결권의 괴리도(또는 의결권 승수)를 출자총액규제 적용기준의 하나로 채택한 우리나라 공정거래정책도 따지고 보면 이 가설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설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의결권 승수와 경영성과 사이에는 과학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업집단은 그 소유지배구조의 한계로 인해 기업조직간 경쟁과정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암묵적 예언과 달리 선진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기업집단 형태는 여전히 번성하고 있다는 정반대의 사실은 이 가설의 현실적합성을 근본적으로 의심케 한다.


사실, 우리나라 총수체제에 대한 비판은 일리있는 부분도 있지만 본질을 왜곡하거나 과장한 부분도 적지 않다. 황제경영이라는 비판의 경우, 지배주주가 사실상의 경영자임을 인정한 것인데 경영자는 GE그룹의 전설적인 인물인 잭 웰치처럼 전혀 지분을 갖지 않고도 주주총회의 위임을 받아 경영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경영인 기업보다 지배주주 경영참여기업에서의 외부주주와 경영진 사이의 대리문제가 훨씬 낮음에도 불구하고 황제경영이라 표현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적절치 않은 레토릭이라 하겠다. 이에 반해 ‘지분만큼 권한을 행사하라’는 주장은 지배주주의 경영참여를 부인한다. 지배주주는 지분에 상응하는 유한책임만을 지는 단순투자자로 기능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지배주주가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로서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현실과 배치되며, 지배주주는 사실상의 이사 또는 업무지시자로서 법률상 경영책임을 지고 있음을 간과한 잘못된 주장이다. 즉 지배주주는 주주로서의 유한책임을 넘어 경영상 책임은 물론 많은 경우 회사의 채무 상환에 대한 보증의무도 병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배주주를 단순투자자로 축소 환원하여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끝으로 시장에 의한 기업규율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미약할 때, 지배주주는 그룹 본부를 통해 시장규율기능의 공백을 메움으로써 그룹 전체의 성공적인 발전을 견인하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지배주주 혼자 모든 것을 챙기는 그룹의 경우는 실패사례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 나가는 그룹을 보면, 계열사의 전문경영인들로 하여금 경영책임을 다하도록 그룹 본부에서 효과적으로 감독·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룹 본부가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미흡한 경영진 규율기능을 대신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시장규율기능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들 그룹은 성공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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