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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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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롯데월드와 난지도골프장 무료개방을 보고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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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롯데월드가 무료로 손님을 받았다. 공짜로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면 이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이다. 무료입장 전략이 며칠 전에 발생했던 놀이기구 사고에 대한 무마용일지라도 어쨌든 공짜는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그런데 무료입장 첫날의 상황은 소비자들에게 행복만을 준 것은 아니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쾌적한 놀이시간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짜증과 불평을 넘어 사고까지 발생하게 되자 롯데월드는 6일간 계속하려던 무료입장을 하루 만에 중단하고 말았다. 경찰은 안전대책도 세우지 않은 롯데월드측을 비난했고, 롯데월드는 공짜를 너무 좋아하는 질서없는 시민의식을 탓하기도 했다.


롯데월드 무료입장에 따른 사고소식을 들으면서 작년 난지도 골프장 무료개방 기사가 생각났다. 돈과 시간이 있어야 즐길 수 있다던 골프를, 그것도 멀지도 않은 서울 한복판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다니 서민들에게 꿈과 의욕을 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난지도 골프장이 개장되던 첫날 뉴스에는 행복한 서민들의 모습만 보도된 것은 아니었다. 전날 밤부터 차 안에서 불편한 잠을 자면서 줄서기를 했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보였는지 확신이 가지 않는다. 더욱이 앞쪽에서 자리를 잡았던 사람들이 뒤쪽에 줄서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파는 소위 암표 거래행위에 대한 보도도 있었다. 물론 이러한 암표장사에 대한 비난이 있었을 것임은 당연했고.


롯데월드나 난지도 골프장은 대학 새내기들이 처음으로 경제학을 배울 때 흔히 나오는 사례들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무료 혹은 공짜는 대부분의 경우 공급부족 혹은 초과수요 현상을 야기한다. 갑자기 공급을 늘릴 수 없는 롯데월드나 골프장의 경우라면 공짜는 확실하게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초래한다. 초과수요가 생기면 부족한 물건을 많은 사람들 중에 누구에게 어떻게 나누어줄 것인가의 할당(rationing)이 문제가 된다.


롯데월드나 난지도 골프장처럼 누구나 무료로 즐기게 해주겠다는 명분은 주최측의 자의적 할당(예: 학생우선, 여성우선 등)을 불가능하게 하며, 그렇다면(군대경험이 있는 남자들이 싫어하는) 선착순 방법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 선착순 하에서는 롯데월드에 입장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야하고 밀고 밀리는 짜증스런 시간을 버텨야 한다. 이런 불편을 겪고라도 입장에 성공한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결국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짜란 그야말로 선물이 아니라 고통이었다. 골프장에 들어가기 위해 밤새 차안에서 불편한 잠을 자야할 뿐만 아니라 공짜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양심에 꺼리는 암표까지 사야만 한다. 롯데월드 주변은 혼잡하고, 사고가 발생하고, 난지도에서 골프를 치려는 사람들은 화가 나고, 암표까지 거래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이런 현상들은 이미 경제학원론에서 배워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결과인데도 작년에도 올해도 똑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마치 정말 경제이론이 맞나 오기로 시험이라도 해보듯이 말이다.


경제학원론은 소비자들이 인센티브에 따라 행동함을 가르친다. 인센티브에 따라 행동하도록 창조된 인간을 당위론 혹은 규범론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짜를 좋아한다고, 암표를 사고판다고,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감정적 만족은 되겠지만 문제해결은 될 수 없다. 문제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초래한 공짜제도에 있는 것이지, 공짜를 얻기 위해 애쓰는 소비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줄이 길게 늘어서면 암표장사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같이 이익을 얻는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라도 롯데월드나 골프장에 들어가기 원했던 사람들이 공짜 때문에 야기된 공급부족으로 그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암표는 왜곡된 시장기능을 회복시켜주는 긍정적 현상인 것이다. 자연스런 시장균형을 왜곡한 공짜가 문제였다.


강남이 자녀교육이나 문화활동면에서 매력적이라면 비싼 집값에도 불구하고 강남으로 이사하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이 강남에 사는 것을 좋아한다면 강남의 집값은 오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인간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외부환경, 즉 인센티브에 따라 행동하는 것 역시 자연의 법칙이다. 강남의 아파트 숫자가 강남으로 이사하기 원하는 사람들보다 적다면 강남의 집값이 오르는 것도 자연법칙이며, 가격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암표나 줄서기, 혼잡과 불공평 등의 여러 가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함도 자연법칙이다. 개인을 비난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 인간의 본성과 인센티브, 그리고 시장의 균형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 법과 제도, 규칙과 인식은 자연법칙을 거스르려는 인간의 어리석은 억지이며 결국엔 소비자들을 모두 더 힘들게 만들 것임을 경제학원론에서 배워야 한다.

김재홍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부 교수, jhong@handong.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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