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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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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왜 규제개혁에 입각한 작은 정부이어야 하는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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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선

이 세상에는 시장에서 가격으로 분배가 가능하지 않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존재한다. 이 경우 가격이 배분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시장실패라 한다. 시장실패의 예로는 공해 등의 외부성, 국방이나 치안같은 공공재, 통신망이나 송전망 같은 자연독점 등이 있다. 시장실패에 대한 가장 두드러진 대안은 정부개입이다. 정부가 직접 정부부처나 공기업을 설립하여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식이나, 공급은 민간에 맡기되 그 공급과정을 규제하는 것은 정부개입의 보편적 방식이다. 이외의 시장실패 보정 방법으로는 조세와 보조금 지급 등이 있다. 이러한 방식들은 만일 정부가 정확하게 공익(Public Interest)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대변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시장실패를 보정하여 경제적 효율성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근거하여 시장실패에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정부는 영향력을 확대하여 왔다. 정부개입의 확산이 절정을 이룬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소련과 동유럽으로 대표되는 공산진영은 아예 시장을 폐쇄하고 정부 계획에 의해서 상품과 서비스를 배분하는 사실상의 배급제도(Rationing System)를 시행하였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과 유럽 각국도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를 앞세우며 국유화 또는 규제 그리고 사회복지를 근간으로 하는 정부개입을 확대하였었다. 1960년대와 심지어 1970년대 초까지도 이러한 정부개입 논리는 세계적인 대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원래 표방하는 목적이나 의도와는 달리 이러한 정부개입은 다양한 문제점과 비효율성을 야기하였다. 이를 경제학은 정부실패라고 부른다. 정부실패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정부가 추구하는 공익이라는 목표는 그럴듯하지만 각 사람마다 공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 실체가 모호하다. 둘째, 설사 공익이 무엇인지 확실하더라도 공직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를 추구하는 것이 어렵다. 셋째, 공직자들이 사익을 추구하려는 인센티브는 정부조직 내의 복잡한 위임-대리관계에 연유해서 공익추구를 더욱 어렵게 한다.


결국 정부실패는 정부의 개입이 그 의도와 달리 오히려 시장의 비효율성을 증폭시킴은 물론 사회적 후생의 극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정부실패는 시장실패와 마찬가지로 모든 나라들이 극복해야 할 핵심적 문제이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정부가 시장을 완전히 대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에 대한 아주 단적인 예이다. 1990년대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이 붕괴하고 경제적 난관과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은 정부를 포함한 어떤 대안도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우월한 수단이 될 수 없음을 입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복지국가를 표방하였던 미국과 유럽 각국들도 결국 1970년대 말 이래 일관되게 복지국가 논리의 허상을 벗어던지고 실용적인 대안을 모색하였다. 그러한 노력의 핵심에 규제개혁과 민영화가 있다. 1979년 영국의 대처수상이 시작한 대대적인 민영화,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대통령이 선도한 규제개혁은 정부실패를 보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 규모를 축소하고 시장의 역할을 확대는 소리없는 혁명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규제개혁과 민영화는 1990년대 들어서는 세계 각국이 채택하는 최선의 정부혁신 방책으로 인정된 바 있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는 ‘규제개혁과 민영화를 해야 하는가’ 여부는 더 이상 논의의 초점이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규제개혁과 민영화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게 시행할 것인가’가 각국이 고민하는 중요한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이 규제개혁이나 민영화는 이념에 입각한 논쟁거리가 아니라 경험적으로 검증이 끝난 최고의 정부기능 품질제고 수단이다. 또한 규제개혁이나 민영화를 통해서 정부가 지향하는 바는 작은 정부와 시장기능 확대이다. 다시 말해서 정부가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 되도록 그 역할을 조정하는 것이 그 핵심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현되는 시장기능 확대와 정부개입 축소는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 확대뿐만 아니라 자기책임 강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규제개혁이 ‘가진 자’ 또는 ‘기득이권세력’이 그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 동원하는 논리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반감을 가지거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비판한다. 그러나 규제개혁은 사회 구성원 가운데 특정한 계층이나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이득을 확대시켜주는 도구가 아니다. 규제개혁은 인간이 자신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경제학적 합리성 전제로, 그 인센티브에 가장 합당한 제도적 장치인 시장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최상의 정책수단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규제개혁은 시장의 역할을 확대하여 전체 사회의 파이를 키우는 한편, 이 과정에서 기득권 침해를 당하는 국민들이 존재하는 경우 이들을 적정하게 보상하여 모든 국민들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 목표인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sum Game)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 정부는 그 지향점이 시장주도보다는 정부주도, 자율보다는 개입을 전제로 하는 정책 철학과 방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대통령 국정연설에서도 공무원 수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정부에 의한 사회적 약자층 지원, 이를 위한 세금을 포함한 국민부담 확대, 세금과 규제에 입각한 부동산 정책 등을 전제로 한 경제 및 정책 운영방향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국정의 기본방향은 한마디로 말하면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나 큰 정부도 효과적으로 일함으로써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이론적인 주장은 경험적으로 보면 어느 나라에서도 입증된 적이 없다. 큰 정부를 지향하고 시장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무시하였던 나라들은 선진국이든 평등을 최우선시 하던 공산주의 국가든 다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한반도에서도 시장을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과 거의 완벽하게 시장을 거부한 북한이 6.25사변 이후 각각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가를 보면 이는 명약관화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정치철학과 국정목표를 가진 상태에서 작은 정부와 개입축소를 목표로 하는 규제개혁이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규제개혁의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경제력집중억제, 수도권, 노사관련 및 금융관련 규제 등 정책적 규제들은 정부주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규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큰 정부를 지향하는 현 정부에서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의 국제경제 환경은 세계적인 규모의 시장통합과 그에 따른 대경쟁 (Mega-Competition)의 보편화이며, 이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시장의 역할을 강화하고 정부도 국민과 정보를 독점하는 통치주체로부터 공공 서비스 공급자로 여타 정부들과 경쟁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전문가들의 처방이다. 이에 입각한 적정한 정책은 수도권 규제, 노동시장 유연성을 포함한 노사관계 규제, 경제력집중억제 규제, 다양한 금융관련 규제, 교육ㆍ의료관련 규제 등 정책적 규제들을 획기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이러한 정책적 규제의 개혁을 위해서 국민 설득과 이해관계 조정이 선결과제라면 대통령을 포함하여 정부와 국회가 이를 해결하는데 국정의 우선순위를 두고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적 규제개혁을 완수하여 대경쟁에서의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저 규제개혁 건수가 몇 건이라든지 지엽적인 개선 성과에 매달릴 때가 아니라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을 통해서 급변하는 국제경제 환경에 대처해야 할 시기이기에 다시 한번 규제개혁을 통한 작은 정부의 지향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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