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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산업혁명은 장사꾼의 나라에서 일어난다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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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대한민국의 산업혁명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다. 중국은 우리보다 늦어서 1980년대부터다. 모택동이 죽고 등소평식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본격적 산업화가 일어난다. 반면 영국은 300년도 더 앞선 1700년대 말부터 산업혁명을 시작한다. 경제학도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의 출간년도는 1776년이다. 출판 시기로 보아 이 책은 봄 새싹들처럼 피어나기 시작한 당시 영국의 산업화에 물과 거름 노릇을 했음이 분명하다.


왜 최초의 산업혁명 발생지가 영국일까. 혹자는 그 원인을 과학기술에서 찾는다. 영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제임스 와트는 제대로 된 과학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요즈음으로 따지자면 카센터 사장쯤에 해당할까. 그래도 와트는 좀 나은 편이었다. 스티븐슨은 글자도 제대로 못 읽었다던가? 고전물리학을 완성한 뉴턴이 18세기 초 영국 사람이긴 하지만, 그의 물리학과 산업혁명은 아무 관계도 없다.


나폴레옹이 얕잡아보며 지적했듯이 영국은 장사꾼의 나라였다. 당시 영국의 자유방임적 분위기는 국민들에게 자유를 주었고, 그 결과 이 나라의 국민들은 장사꾼이 되어 갔다. 그리고 장사꾼의 나라였기 때문에 산업혁명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산업혁명이란 본질적으로 약간의 기술과 왕성한 돈벌이 욕구가 결합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6-70년대의 한국이 산업화를 무슨 대단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이루어낸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돈을 벌려면 소비자에게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야 하고, 팔기 위해 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어내려다 보면 자연스럽게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과학기술로 따지자면 러시아는 진작부터 대단한 수준에 있었다. 우리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인 우주선을 70년대에 만들었고, 1986년에는 우주정거장까지 만들었다. 올해 선발되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은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훈련받은 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지구궤도로 올라가 미르 우주정거장에 머무르게 된다. 모두 다 몇 십 년 전 舊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것만으로도 러시아인들의 과학기술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과학기술이 러시아 국민들을 풍요롭게도, 행복하게도 해 주지 못했다. 결국 舊소련의 국민들은 배가 고픈 나머지 폭력으로 체제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대단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혁명으로 뒤집어진 나라로는 프랑스가 또 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의 기운이 꿈틀거리던 18세기 당시 프랑스에는 대단한 과학자들이 많았다. 자연과학에 문외한인 필자가 들어도 알만한 라보아지에, 앙페르, 라플라스 등은 모두 당시 프랑스의 과학자였다. 그런데도 프랑스는 산업혁명 대신 폭력혁명인 프랑스 대혁명을 겪는다.


근본적 원인은 국왕과 집권자들이 백성들의 고혈을 짜 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그렇게 거둔 세금으로 과학에도 투자하고 산업에도 투자했지만, 그것은 ‘돈 먹는 하마’일 뿐이었다. 장사꾼들이 빠진 투자는 그저 세금을 낭비하는 행위에 불과했다. 과학자들은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자기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에 사용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과학기술은 발전하는 데도 국민들의 생활은 더욱 궁핍해졌고, 결국 폭력혁명에 이르게 된다.


경제개발계획 때문에 산업혁명이 성공했다는 생각도 오해다. 2차대전 이후 대부분의 신흥독립국들은 스탈린의 소련을 본받아서 경제개발계획으로 산업화 투자에 ‘올인’ 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인도, 터키, 인도네시아, 남미의 많은 나라들이 모두 그랬다. 성공사례인 한국과 대만과 싱가폴과 홍콩의 결정적 차이점은 산업화에서 장사꾼들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한국만 해도 중요한 투자에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개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주체는 어디까지나 장사꾼, 즉 기업들이었다. 그것이 성공적 투자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중국과 인도와 러시아와 베트남이 지금 성공적 산업화의 길을 가고 있는 것도 결국 이 나라가 장사꾼의 나라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 아닐까.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kch@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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