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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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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가격억제가 부동산정책의 전부인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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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부동산가격 급등의 문제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부동산가격 문제가 사회적 이슈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대책은 조세를 위주로 한 수요조절정책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최근에도 이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올해부터 급증하게 될 보유세 부담을 두고 세금폭탄이니 하는 불평도 나오고, 아직도 멀었다는 정부측 고위인사의 대답도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께서도 종합부동산세 한번 내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올해부터는 개편된 보유세제 강화정책에 따라 대다수 부동산 보유자들의 세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게 될 전망이다. 현행 보유세제는 크게 종합합산대상토지(비사업용)와 건물에 부과되는 재산세, 그리고 일정기준을 넘는 고액의 부동산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로 구성된다. 하지만 재산세에는 지방교육세, 도시계획세, 공동시설세가 함께 부과되고, 종합부동산세에는 농어촌특별세가 함께 부과되니 모두 6개(본세 2, 부가과세 4)의 세목이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개편을 두고 보유세 과세방안을 합리화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합리화의 뒤에는 세부담 증가가 기다리고 있다. 보유세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이유는 과세구간에 따라 세율이 인상된 측면도 있지만,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세표준이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평가됨에 따라 높은 누진율이 적용되는 고액부동산 보유자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부동산 보유자들의 세부담이 함께 늘어나게 된다. 보유세 강화방안이 극소수의 부유층에게만 영향을 미친다는 말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실거래가 과표적용은 비단 보유세 뿐 아니라 부동산 거래세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부동산을 살 때 내야 하는 취득세, 등록세와 부동산을 팔 때 납부해야할 양도소득세가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일단 거래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보유세 부담 때문에 보유부동산을 처분하고 싶은 사람도 거래세 부담 때문에 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단지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집을 사거나 이사를 하고 싶은 ‘보통사람들’에게도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보유세 부담이 이처럼 늘어나게 된 데에는, 세제를 부동산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부동산 보유를 통해 늘어난 자본이익을 보유세 인상을 통해 환수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실효세 부담을 1% 정도로 높이고, 과세표준도 실거래가에 근사하도록 급격히 올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에는 중대한 허점이 존재한다. 먼저 세부담 증가를 위해 목표로 삼은 실효세율 1%의 논리적 타당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실효세율 1% 수준을 놓고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보유세는 그 본질상 경기조절용이나 정책세제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세목이다. 조세원리상 부동산 보유세는 안정된 세수를 확보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 대한 대가, 즉 응익원칙을 구현하는 데 보다 적합한 세목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부동산 보유세의 대가로 정부가 행정·치안·교육·문화 등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의 보유세 실효세율 1%를 참고한다면 그에 합당한 정부제공의 서비스 수준을 제고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정부제공 서비스에 대한 고려는 외면한 채 단지 세율만을 참고하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조세논리에는 맞지 않는 방식으로 보유세를 활용하다보니 무리한 세제의 운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결국 정책도입의 효과는 뚜렷하지 않는 채, 엉뚱한 세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올리는 것은 정서적인 측면을 강조한, 다분히 인기영합(popularism)적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보유세가 강화되기 이전에도 부동산은 금융 등의 다른 형태의 자산들에 비해 높은 세부담을 안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로소득은 인정할 수 없다는 정서에 기대어 부동산에 대한 세부담을 추가적으로 올리겠다는 것은 결코 합리적 정책이라 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현재의 소위 고액부동산 소유자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열심히 일해서 재산을 모으고, 그 자산을 부동산의 형태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사람들 대다수를 투기꾼이라 폄하할 수는 없는 것이다.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이를 ?은 것이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국가에서 흠이라 할 수 없을 것인데, 이를 모두 투기로 간주하여 일방적으로 높은 세부담을 부과하는 것은 열심히 노력한 삶에 대한 불이익을 주는 징벌적 과세와 다름 아닌 것이다.


정부가 지향해야할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단지 가격억제에만 머물러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적어도 한 국가의 부동산 정책목표는 전체 국민의 주거복지의 향상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가격억제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국민주거의 질적 향상은 아예 관심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넓은 집, 편리하고 안전한 집 등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원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 가격억제정책은 국민들의 이와 같은 요구마저도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정부정책을 따르자면 집을 넓힌다거나, 보다 나은 주거 여건을 위해 이사를 한다거나 하는 것까지 모두 어려워진 상황이 되어 버렸다. 선진국에서는 국민 주거수준의 향상을 위해 보다 나은 집으로 이사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를 일정기간 동안 미루어주는 과세이연정책도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에는 가격인상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사조차 마음대로 못하게끔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의도가 좋다고 하여 그 과정과 결과까지 무조건 좋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유세제 합리화도 좋고 부동산 가격안정도 좋지만, 자칫 국민들이 좋은 집에서 잘 살아보고 싶은 의욕까지 억제하게 될까 심히 우려된다.

김상겸 (단국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iamskkim@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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