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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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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한국기업이 힘든 이유

0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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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학

현 경제상황, 호재는 없고 악재만 난무

최근의 한국 경제호가 처한 상황은, 호재(好材)는 없고 악재(惡材)만 있는 형국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는 원자재의 상당부분을 수입, 가공하여 수출해서 먹고 살아야 하기에 무역의존도가 높다. 그런데 최근의 대외여건 변화와 그 파장이 심상치 않다. 원유가격은 두바이(Dubai)산 기준으로 작년 말 1배럴당 53.3달러하던 것이 이제는 65달러를 넘나들고, 원-달러 환율은 작년 말 1,024원에서 950원 밑으로 급락하는 등 교역여건이 악화일로에 있다. 원화가치가 급등하면 수입물가의 상승을 억제하는 좋은 점도 있다. 하지만 어느 기업이 10억 달러를 수출한다고 할 때 환율변화 하나만으로 전년 말 대비 740억 원의 손해를 앉아서 당해야 하니 수출하기가 외려 두려운 일이 된다. 수출이 안되면 내수에 기대야 하는데 이도 기대난망이다. 성장률 둔화와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우리 국민의 실질소득(GNI)이 거의 정체상태에 있으니 내수 증가는 한계가 있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경제성장률은 매년 3.1%, 4.6%, 4.0%로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해 왔는데 이대로 간다면 금년에도 정부가 기대하는 성장률 5% 달성은 힘들 전망이다.


과거, 외환(外患)에 효과적인 응전(應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여건 변동 때문에 힘든 상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어찌 보면 한국경제는 천수답(天水畓)과 같은 구조적 한계로 인해 항상 외부 충격에 시달려왔다. 그 파장이 큰가 작은가의 차이일 뿐, 우리는 항상 외환(外患)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각 경제주체들이 슬기롭게 대처하고 파고를 넘기 위해 조화로운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외여건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을 완화하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했었고 기업도 가격경쟁력 약화에 대응하여 기술개발, 생산성 증진을 위한 공격적 투자와 신시장 개척의 노력을 배가해 왔다. 그리고 국민들도 정부와 기업의 그 같은 노력을 지지하여 경기회복 또는 경제발전에 일조하고, 그 결과 일자리 확장과 소득증대의 결실을 공유해 왔던 것이다. 외환(外患)은 늘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가치공유와 경제주체간의 조화된 응전(應戰)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 외환(外患) + 내우(內憂)의 양난지경(兩難之境)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유가, 환율 외에 개방경쟁의 심화 등 외환(外患)은 긴박한데 과거와 달리 정부-기업-국민의 조화된 대처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세기 말에 닥친 외환위기 이후부터 기업을 범죄 집단인양 보고, 시장실패를 과장하는 목소리가 높더니 현 행정부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분배우선이 주창되는 한편,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고민과 주장은 기득권적인 사고방식으로 치부된 형편이다. 시장권력이 정부보다 세다고 하면서 시장과 시장참여자를 응징하려는 듯한 위협과 정책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입안되기도 했었다. 시장이 불완전하다 해서 정부가 그 시장을 폐쇄하거나 시장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것은 결코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정부는 불완전한 시장이 온전하게 기능하도록 제도적 보완을 기하는 한편, 기업가정신을 촉매할 때 비로소 경제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 그런데 현 행정부는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권력투쟁과 갈등 구도적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시장과 기업의 힘을 빼고 이들 부문을 개혁의 대상쯤으로 보는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시장참여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기도 했었다. 그리고 시장경제는 가난한 자를 끌어올리고 사회주의는 부자를 끌어내리는 제도인데 현 행정부는 부자를 공격하고 이들을 끌어내리는 데만 열심인 듯이 비치기도 했다.


보이는 외부의 적(敵)보다 보이지 않는 내부의 적(敵)이 더 문제다.

외환(外患)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시장-기업의 조화된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부 주도의 분열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기업은 과거와 달리 외환(外患)에 내우(內憂)의 병이 더한 격이요,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어려움이 가중된 격이다. 지난 5월 한국경제신문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CEO들은 경영요소 중 환율급락과 유가상승(35.2%), 글로벌경쟁(25.9%) 등 대외여건 변화에 대한 적응 노력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경영외적 요소 중에서는 정부정책의 잦은 변경(33.7%), 반기업정서(21.4%), 시민단체 요구(11.2%) 등에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이 조사 결과는 내우외환의 양난(兩難)에 빠진 한국 기업의 현주소를 잘 말해 준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대외여건 변화의 충격과 같이 기업경영상의 ‘보이는 적’보다는 정부정책 또는 사회적 분위기의 정체성 및 방향성의 혼란과 같이 ‘보이지 않는’ 적이 더 갑갑하고 극복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내우(內憂)를 걷고 투자활성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기업이 경제인 시대이다. 우리 기업이 양난(兩難)에 빠졌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그 지경에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환율급락에 수출 메리트는 떨어지고, 실질소득 정체와 반부(反富) 정서 및 정책 등으로 내수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기댈 곳이라고는 적극적인 기업가정신의 발휘와 기업 투자의 활성화밖에 없다. 그런데 외환(外患)도 모자라 내우(內憂)를 자가 발전하는 지금의 정치ㆍ사회적 분위기 하에서 누가 투자를 감행하겠는가? 대한상의 조사에 의하면 외환위기 이전 대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현금성 자산 대비 200-300%에 달했으나 2004년에는 70-80%로 대폭 떨어지는 등 대기업의 투자성향이 크게 위축되었다 한다. 보유현금이 넘쳐나는 대기업마저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더욱 저하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내우(內憂)를 걷고 투자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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