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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분배정책, 왜 지지 잃었나?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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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국

분배개선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주요 화두였다. 우리 국민 정서가 여러 형태의 평등 및 평준 지향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고려하면 분배문제는 정치적으로 많은 수확을 보장하는 매우 매력적인 옥토다. 화두 선정시 이러한 계산이 당연히 고려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분배라는 화두를 선점한 여당이 5·31 지방선거에서 받은 참담한 성적표는 이런 짐작이 맞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그 원인이 지난 3년간의 성장부진에 기인한다는 가설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설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동안 정부는 상위 계층의 소득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분배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해 왔다. 고액 주택 보유자에게 세금 폭탄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나 언론에서 보도된 상위 20%와 나머지 80%를 구분하는 이분법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이분법에서 출발하여 상위 20%의 소득을 정부가 거두어 나머지 80%에게 나누어 준다면 전체 소득분배가 개선된다. 지니계수 및 상·하위 소득배율 등 대표적인 소득분배 지표들이 모두 개선된다. 정부가 그동안 분배개선을 위해 힘썼고 앞으로 부동산 세금 등을 통해 이런 노력을 배가하겠다는데 왜 이리도 인기가 없을까?


먼저 생색이 안 나서이다. 간단한 가상적인 계산을 해보자. 우리나라에 소득이 다른 100명이 산다고 하자. 정부는 상위 20명의 소득자에게서 각각 만원씩 세금을 거두어 하위 80명에게 골고루 나누어 준다. 이로 인해 하위 80명은 이천 오백원의 추가적인 소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는 세금을 내는 사람의 부담에 비할 때 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 실제로 정부가 더 걷은 만원을 써야 할 곳이 분배 이외에도 큰 정부 유지비, 행정도시 토지보상 등 수두룩하기 때문에 하위 80명이 받는 금액은 이보다 더 작아질 것이며 여기에서는 편의상 천 오백원이라고 가정하자. 물론 소득이 전혀 없어서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이게 큰 돈이고 도움이 될 것이다. 소득 최하위 20명이 그런 처지에 있다고 가정하자. 돈 천 오백원이 그들의 생활고를 더는데 매우 중요하게 쓰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만원씩 더 걷은 돈으로 하위 20명을 지원한다면 그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이다. 사실 소득이 없거나 매우 낮은 최하위 20명을 지원하는 것이 공적 부조 사용과 관련하여 더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정부의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득보는 것이 20명에 그치기 때문에 별로 매력적인 선택이 아니다. 상위 20명의 지지를 잃으면서 겨우 하위 20명만의 지지를 확보하는 반면 하위 80명에게 나누어 주면 20명 이상의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이다. 80명 수혜자 중 최소한 40 명 또 그 이상의 지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번 선거에서 여당 지지도가 그렇게 부진했을까. 바로 성장 부진이다. 앞의 예에서 보자. 수혜자 80명의 입장에서 보면 금액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추가 소득이 생기는 일이니 나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들 중 대부분 사람의 소득이 경제부진과 일자리 부족으로 이천원 정도 줄었다고 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이 경우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 생긴 소득이 줄어든 소득을 보충하기에도 모자라게 된다. 특히 정부가 소득하락을 초래한 경기부진을 개선하기 보다는 오히려 일부 기여했다고 한다면 이들이 정부의 분배정책에 지지를 보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 것이다. 결국 국민들이 보기에 세금을 더 걷고 기업들을 옥죄는 것이 국가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결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된다.


이런 가설이 맞다고 한다면 정부의 향후 선택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상위 20%에게 훨씬 더 큰 부담을 지워서 분배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고용을 늘리고 소득창출을 우선해서 분배를 개선하는 방안이다. 물론 후자가 바람직한 것임이 자명하나 그게 노력해도 쉽지 않을뿐더러 동시에 그 동안의 정부 주변사람들의 발상을 바꿔야 하는 일이 녹녹치 않다. 특히 짧은 시계(視界)만을 고려하면 첫 번째 방안의 매력이 커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잠재성장 능력을 확실히 낮추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높은 추가 부담은 소득 상위층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열심히 일해 봐도 실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인데 한계부담이 커지면 오히려 과거보다 근로시간 등 소득 창출활동을 줄이는 것이 더 바람직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모든 경제활동인구의 소득 창출기회 고갈로 이어질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국민들의 경제 지능이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그렇게 낮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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