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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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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작은 정부가 필요하다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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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근

과거의 국가는 외적의 침입을 막는 국방, 도둑을 잡는 등 사회질서를 지키는 치안, 그리고 국민의 지적 수준을 높이는 교육이 중요한 본래의 임무였다. 이를 '야경국가'라고 했고 따라서 이 시대에는 '작은 정부'로 나라를 운영했다. 그런데 자유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달하면서 경쟁에서 탈락한 소외계층이 생겨났고, 정부에게는 이들의 기초생계를 돌보아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보장제도를 수행해야 할 과업이 더 생겨났다. 즉, 큰 정부의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역사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큰 정부'가 여러가지 폐단을 낳기에 이르자 지금은 대다수 나라들이 다시 정부의 규모를 축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부의 크기는 왜 줄여야 하는가? 정부의 몸집을 줄이는 것이 가능한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치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국민부담의 과중문제에 대해 깊이 고심하지 않고 '큰 정부'를 거느리고 싶어하는 속성이 있다.

그런데 정부의 규모와 기능의 지나친 확대는 권력의 비대화와 그에 반비례하는 국민의 기본권 위축을 가져온다. 동시에 큰 정부의 운영에는 돈이 많이 들고, 정부가 그렇게 사용한 돈은 모두 세금이라는 국민부담으로 되돌아온다. 큰 정부는 국민의 기본인권 특히 자유로워야 할 경제활동에 대해 불필요한 규제를 수없이 만들어내면서 그 규제업무를 핑계로 기구를 키우고, 각 중앙부처는 그 밑에 여러가지 하부기관을 계속 새로 만든다. 즉, 규제업무 수행을 이유로 몸집을 경쟁적으로 늘이려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가지 업무를 여러 중앙부처에서 중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비효율적이고 상호 충돌하는 잘못된 구조마저 고치려하지 않는다. 이는 행정의 능률을 떨어뜨리면서 세금으로 거둔 재원을 낭비하게 된다. 이런 정부를 큰 정부, 돈 많이 사용하는 정부 또는 값비싼 정부라고 할 수 있다. 개혁의 대상은 우선적으로 이러한 폐단들을 없애는 '정부의 몸집 줄이기'이다.


반면 민간부문에 맡겨서는 그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사업 즉,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과업은 정부가 맡아서 수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재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추구하고 있는 환경정책 같은 것은 민간부문이 맡아서 수행하기 어렵다. 환경을 유지 내지 개선하는 기본정책의 수립과 추진은 정부의 기능으로 돌려야 하고, 나아가 민간부문의 환경파괴적인 행태에 대한 규제도 당연히 정부가 맡아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수행할 수밖에 없어서 맡긴 과업 등에 대해서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고, 공공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민간부문에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 또는 정부의 과업수행이 민간부문과 경쟁관계에 있는 것 등은 정부가 맡아서는 안된다. 시장친화적인 사업은 민간부문에 맡겨서 시장원리가 작동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규모도 줄이고 그 효율도 높여야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공기업 또는 정부투자기업이 수행하는 사업의 상당부분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기능과 효율이 서로 다른 과제들을 정부와 민간부문이 조화롭게 나누어 수행할 때 비로소 몸집이 '작은 정부'가 실현될 수 있다.


작은 정부는 그 몸집이 작다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부담인 재정재원을 사용함에 있어서 낭비하지 않고 절약하는 정부여야만 진실한 의미의 '작은 정부'이다. 어느 나라의 정부를 막론하고 정부는 돈을 많이 쓰고 싶어 한다. 따라서 큰 정부란 낭비가 심해 국민의 세금 부담이 무거워지는 값비싼 정부이고, 작은 정부란 알뜰하게 돈을 아껴 씀으로써 국민의 세금 부담이 가벼운 값싼 정부이다. 사회적으로 필요불가결한 기능만을 정부에 맡겨서 정부의 몸집을 작게 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돈 쓰임새가 낭비적이면 값싼 정부의 목표는 실현될 수 없다. 정부가 쓰는 돈은 국민들이 납부하는 세금으로 충당되고,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도 부족한 돈은 국채를 발행하거나 외국으로부터 차관(借款)을 얻어다 쓰게 된다. 이것이 정부의 빚이다.


정부의 재정지출을 조달하기 위해 국민이 내는 세금 부담이 적정한 수준이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만, 그것이 과중하면 국민의 경제활동은 위축된다. 그래서 과중한 세금을 국민에게 부담시키는 크고 값비싼 정부는 국민을 가난하고 비굴하게 만들며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빚을 내서 돈을 쓰고 이를 현 세대가 내는 세금의 수입으로 갚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면, 우리의 아들이나 손자 등 다음 세대에게 그 빚을 대물림하게 된다. 그런데 세금의 부담수준은 조세부담률(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거둔 연간 세금총액을 연간 국민총생산액으로 나누어 산정하는 비율)에 의해 측정하는데, 우리의 그 부담률은 이미 미국과 일본의 수준과 같아졌다. 우리의 조세부담률이 여기에서 더 높아지면 우리 경제는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오히려 이를 낮추어야 한다. 작은 정부, 값싼 정부는 그래서 필요하다.


작은 정부를 실현하려면 민간부문에 맡기기 어려운 기능만을 정부가 수행하고, 시장경제의 원리가 작동할 수 있는 사업들 중 정부가 맡고 있는 것은 과감하게 민간부문으로 넘겨야 한다. 아울러 몸집이 줄어든 정부에 대해서는 국민이 정부의 돈 쓰임새를 통제?감시할 수 있도록 예산제도를 개혁하여 낭비적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이러한 작은 정부가 실현되면 국민의 세금 부담도 점차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명근 (강남대학교 석좌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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