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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를 늘리나?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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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만

근로시간 단축은 외환위기 이후 대량실업과 근로조건의 악화, 불평등 구조의 심화 등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일자리 나누기의 일환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1998년부터 본격화된 근로시간 단축 논의의 쟁점은 고용안정을 위해 일자리를 나누어야 한다는 양대 노총의 주장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가 우리나라의 노동비용구조에서 추가적 인건비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경영계의 상반된 견해에서 촉발되었다.


근로시간 단축의 가장 본질적인 지향점은 근로자의 건강, 고용불안, 산업재해 등 근로능력을 보호함과 동시에 근로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시켜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면서 어떻게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배경에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단순히 근로시간의 단축 외에도 많은 요소들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현실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가장 기본적으로 기업의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예컨대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고도 초과노동시간이 증가하여 실제 근로시간이 단축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에게는 초과급여에 따른 임금상승 효과만 가져오게 되는 반면, 근로자에게는 기대했던 일자리 창출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근로시간 단축이 전체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지는 실질적인 근로시간 단축 여부와 직결된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다른 조건이 주어져 있을 때 종래와 같은 생산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초과근로를 사용할 것인지 추가 노동을 고용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노동을 고용하는 데 따른 비용보다 높으면 기업은 법정근로시간이 단축될 때 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하게 되고, 따라서 노동시장에 고용증대 효과를 가져와 일자리가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비용이 추가적 고용에 따른 비용보다 낮으면 기업은 새로운 근로자를 고용하기보다 연장근로를 통하여 생산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한편, 근로시간에 대한 선택은 근로자들의 소비에 필요한 소득수준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만약 근로자들의 소득이 주로 임금소득이라면 임금소득은 근로시간과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다. 통상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는 소득의 감소에 비례해 감소하지 않으며, 특히 소비에서 생계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경우 더욱 그러하다. 기초소비가 임금소득에 많이 의존하는 근로자일수록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감소분을 채우기 위해 초과근로를 할 것이며, 기초소비와 임금소득의 상관관계가 높을수록 초과근로를 할 유인은 강해진다.


이러한 기업과 근로자의 선택에 관한 문제를 고려하면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는 근로자의 관점에서 '삶의 질을 확보해 노동비용의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노동생산성을 올리는 정도'와 '실질적인 근로시간 단축에 의해 고용창출을 가져오는 정도'에 달려 있다. 결국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창출의 효과는 추가고용에 따른 노동비용과 초과근로에 따른 노동비용의 상대적 크기, 근로자의 기초소비가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정상급여와 초과급여의 크기 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여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상응하는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우선 기업의 측면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을 감소시키고, 임금을 상승시키므로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근로자 측면에서는 삶의 질을 개선하여 재생산능력을 향상시키면 노동생산성이 증대될 수 있다. 이 대립된 논의의 핵심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생산성 확보와 그에 상응하는 임금수준의 변화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만약 임금수준을 삭감하지 않으면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킨다면 기업과 근로자는 경제적 지대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한 초과근로보다는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여지를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생산성 증대에 따라 추가적인 근로자를 고용함으로써 더 높은 생산성만큼의 추가적인 한계생산물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이 최소한 현재의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노동비용도 초과근로에 의한 것보다 추가고용에 의해 소요되는 노동비용이 낮아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 조건이 성립되지 않고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반드시 일자리를 늘린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생산성을 어떻게 확보하는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예컨대,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휴가를 수당으로 받지 않고 많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휴가를 많이 사용할 경우 노동비용은 감소하고 고용을 확대할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에 의한 고용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는 기업과 노동조합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교대제, 교육휴가제, 안식년제 등의 활용을 통하여 노동시간 단축에 의한 인적자본투자 효과를 가져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작업조직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작업조직의 유연화, 개인의 작업시간 다양화, 잦은 직무이동 등으로 새로운 작업조직의 구축이 요구된다. 그러나 노동 강도가 오히려 강화되는 작업조직이 구축되면 비록 단기적으로는 노동생산성이 일정 수준 유지될지 모르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용확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김형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 소장, hmkim@kriv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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