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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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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한여름 밤의 환율 이야기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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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석

유난히 길었던 장마 뒤 무더위와 함께 찾아온 이 8월에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럽고 예측이 어렵다는 환율 이야기를 잠깐 하고자 한다. 작년 말과 올해 초 일천한 경험의 필자에게조차 환율에 관한 질문들이 쏟아지더니 최근 잠잠해졌다. 실제로 환율은 올해 초에 급락한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다 5월 들어 다시 오르면서 940원과 960원 대를 오가며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환율 추이>

자료: 한국은행

외환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큰 강과도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거기에는 크고 작은 물결들이 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널 때에는 눈앞의 작은 물결이라도 살필 필요가 있으나, 결국 배는 큰 물살을 따라 흘러가기 마련이다. 작년 말과 올해 초에 환율은 글로벌 달러 약세라는 큰 물살에 휩싸였었다.

최근 글로벌 달러의 추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90년대 이후 누적되어온 막대한 미국 경상적자와 지난 2년간 계속되어 온 미국 금리인상 행진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은 금년 상반기에 중단되리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신임 버냉키 美 FRB 의장 임기 중에도 계속되었다. 이처럼 미국 금리인상이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는 한편,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의 금리도 상승함에 따라 미국과 여타국 간의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미국 금리의 글로벌 달러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작년에 미국 GDP의 6%로 8천억 달러를 초과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글로벌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려 할 때마다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달러 약세 요인들

미국의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 외에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글로벌 요인들로 첫째, 지난 7월 가시화된 일본의 제로금리 탈피를 들 수 있다. 일본은 지난 5년 넘게 0%를 유지하던 콜금리를 7월 14일 0.25%로 올렸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오쿠다 전 일본 게이단련 회장은 일본의 잠재력은 과거에 비해 質이 떨어진다고 했으나, 일본은 일단 장기침제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향후 몇 년간 일본 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하면, 그간 일본을 떠났던 소위 앤캐리 트레이드1) 자금이 일본으로 본격적으로 회귀할 것이다. 이 경우 일본 엔화는 현재보다 절상될 것이며, 여타 통화들보다 유독 엔화에 동조되어있는 원화도 절상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요인은 앞서 언급한 미국 경상적자와 상관있는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이다. 이는 미국의 경상적자 중 많은 부분이 對中 무역적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위안화가 과거 플라자 선언 당시와 같이 미국 경상적자 해소에 실효성을 가질지 여부는 단언할 수 없으나, 이는 미국이 현재의 경상적자 해소를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다. 최근 정치외교나 경제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유대가 강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이 위안화의 추가 절상을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무엇보다도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 통화에 대한 절상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내 외환시장 수급 요인

이처럼 글로벌 요인으로 보면 환율 하락세가 우세한 반면, 국내 외환수급 요인에 따른 환율상승 요인도 존재한다. 환율상승과 관련된 국내 외환수급 요인으로는, 첫째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름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판도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일본 금리인상을 비롯한 세계적 금리상승 속에 외국인의 주식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으로부터 이탈할 경우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그간 저금리 기조 속에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던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동아시아 증시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이었다. 그러나 주요국 금리상승의 징후 속에 지난 4개월간 국내증시에서는 외국인의 매도가 우세하였으며, 외국인 주식 매도물량은 8월 1일자 누계규모가 사상최고치인 10조원에 달하는 등 크게 증가하였다.

둘째, 최근 감소하고 있는 한국 경상수지도 달러 공급 감소요인으로써 환율 상승요인 중 하나이다. 지난 7월 27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상적자는 2억 6천만 달러를 초과했으며,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상반기 이후 반기별로 볼 때 처음으로 기록된 경상적자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경상적자는 상품수지흑자에도 불구하고 유학이나 해외여행, 외국인의 본국으로의 배당금 송금 등에 기인한 서비스 수지 적자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해외여행이나 외국인의 배당금 송금 등은 계절적 요인이 크며 지속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달러의 큰 흐름은 미국 경상적자라는 거대한 파도에다 일본금리 상승기조, 중국 위안화 추가 절상이라는 요인들에 의해 여전히 달러 하락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하반기 중 한차례 더 환율하락의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여유 있을 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

환율에 관한 문건들을 작성할 때마다 결론 부분에서 대안이나 정책시사점으로 기업의 품질경쟁력 향상, 수출결제통화 다변화, 중소기업의 환위험 관리 역량제고 등을 들었다. 실제로 이러한 부분들이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뉴스나 방송이 매년 장마철 때마다 같은 내용의 수해방지책을 되풀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율문제에 관한 글에서 매번 비슷한 대안을 되풀이하는 것은 그러한 대안들이 여러 번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실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 심리가 그렇다. 폭우에 대비한 방재시설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청명한 하늘의 가을이 오고 다른 일로 일손이 바빠지면, 슬그머니 미루고 싶어진다. 그러다 여름이 다시 오면 그간 수해방재에 대비하지 못한 불안함 때문에 일기예보에 잔뜩 귀를 기울이게 된다. 원화절상이라는 폭풍의 계절이 오면 환율예측에 관한 질문이 쏟아지듯이. 환율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정부 대책은 무언가?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등 숱한 질문을 하다 그 시기가 지나가면 잊혀지는 것은 마치 장마철 일기예보에 촉각을 세우다 계절이 바뀌면 수해방재에 대해 망각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내년 여름에도 장마철은 또 오듯이 미국 경상적자라는 거대한 파도가 아직도 도사리고 있는 한 환율이 다시 급락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비가 그쳤을 때 다음 폭우에 대비해 미리 수해방재를 준비해야 하듯이, 환율 하락세가 잠잠한 이 시기에 추후에 또 다시 찾아올지도 모를 환위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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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금리가 낮은 일본으로부터 차입되어 일본 이외 국가 등지에서 투자된 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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