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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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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네 자리 수에서 세 자리 수로 가는 길목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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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석

해가 바뀌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가운데 환율은 특히 두드러진 변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위기 이후 네 자리 수에 머물던 달러-원 환율이 2006년 올해 안에 다시 세 자리 수로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가 본격적으로 실현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환율이 날씨만큼이나 생활에 밀접해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새해를 맞으면서 환율 변화의 큰 흐름을 정리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겠다.


2006년에 예상되는 원화 강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글로벌 요인은 역시 미국 금리인상 행진의 중단이라고 하겠다. 미국은 지난 2005년 12월 13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FOMC 회의에서도 금리를 추가로 0.25 퍼센트 포인트만큼 인상하였으나, 당시 성명서 내용에서 "Accomodative(경기부양적인)"라는 표현을 삭제함으로써 미국 금리인상 행진이 조만간 중단될 것임을 시사하였다. 이는 미국과 여타국 금리 격차가 축소될 것을 의미하며, 달러에 대한 수요 감소요인으로 작용하여 실제로 지난 FOCM 회의 이후 원화를 포함한 엔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는 급락하였다.


다음으로 현재의 대규모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지속여부 역시 2006년 환율 추이에 있어서 중요한 글로벌 요인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미국 내외에서 미국의 지속적 경상수지 적자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우선 그 배경과 근본적 원인은 차치하고라도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환율 문제에 있어서 마치 시한폭탄과도 같은 이슈이다. 이는 높은 수준의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아직 달러 가치 하락으로 표출되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달러 가치 하락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미국 경상수지 적자라는 달러 공급요인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주요국가 등 미국을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이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를 이용해 미국국채를 사들임으로써 달러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동아시아 주요국들이 외환위기 이후 수출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시키고,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에 기인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양상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나, 적어도 그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 증가가 달러 가치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이상의 미국 금리와 경상수지 적자를 고려할 때 몇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만약 미국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하에,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가들이 미국국채 매입을 통한 외환보유고 누적을 중단한다면, 달러 가치는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환율추이는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미국 금리인상이 중단된 가운데 유럽과 일본 등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리격차는 더욱 줄어들며 이는 달러 약세를 가속화 시킬 것이다. 한편, 유럽과 일본의 금리인상이 조기에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현재 미국과의 금리격차는 당분간 유지되어 달러 약세는 다소 완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현재와 같이 환율에 영향을 주지 않고 지속될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그간 GDP 대비 5퍼센트를 미국 경상수지 적자 규모의 한계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한계 수준으로 6퍼센트 혹은 그 이상일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일본의 제로금리 탈피 등 여타국의 금리인상 여부에 따라 향후 환율 하락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미국 금리와 경상수지 적자 이외에 중국 위안화의 향후 추이는 원화를 포함한 동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위안화는 작년 7월 평가절상을 실시하고 바스켓 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으나, 중국의 무역수지 등을 고려할 때 아직 저평가되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앞서 지적한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약세는 원화와 중국 위안화의 연계성이 상대적으로 강해진 데 기인할 가능성도 크다.


끝으로, 미국 금리와 경상수지 적자, 중국 위안화 절상이 대외적으로 중요한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대내적인 외환시장 수급 상황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작년부터 국내 외환시장은 외국인 주식 투자자의 비중이 현저히 증가하면서 이들의 주식 매매에 따른 외환거래로 인해, 글로벌 요인과 독자적인 국내 수급요인의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원화와 엔화 환율의 동조화도 많이 약화되었다. 또한 2005년에도 계속된 수출호조도 글로벌 달러 강세 속에서도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 밖에도 올해 추가로 실시될 외환거래 자유화 조치로 향후 외환거래 규모 역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뿐만 아니라 올해 2월부터 새로운 호가제도가 시행되는 등 거래 시스템 자체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새 호가제도는 외환을 직거래하는 은행에게만 실시간 환율을 공개하고, 개인이나 기업 등 기타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은행에서 지정한 준거환율만 공개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투기적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국내 외환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은행이 외환시장 정보를 독점하고 그러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의 차별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그간 계속 되어오던 미국 금리인상 기조의 중단과 만성적인 미국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환율하락이 대세인 가운데 국내 외환시장 수급의 변화 등이 추가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점은 요즘같이 글로벌 달러의 추세가 일정한 방향으로 강하게 작용하고, 대내적으로도 거래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시장개입의 실효성은 과거에 비해 더욱 감소될 것이라는 점이다. 향후 시장개입은 단기간에 걸친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오히려 실시간 환율마저 공개되지 않는 향후 호가제도 하에서 당국의 개입은 종전에 비해 보다 신중을 기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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