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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캐나다 농민 McMechan씨 이야기

08.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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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1996년 캐나다 농민 Andy McMechan씨는 소량의 미국산 보리를 캐나다에서 불법으로 판매했다는 이유로 155일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원래 캐나다에서 밀과 보리의 판매는 캐나다곡물위원회(Canadian Wheat Board)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그는 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 투옥의 이유였다. 독점판매권을 가지고 있는 곡물위원회는 시장가격의 변동이 심한 상황에서 캐나다 농민들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McMechan씨와 같은 개인적인 행동은 엄격히 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캐나다 농민 McMechan씨는 자기나라에서도 농사를 짓지만 미국 땅에도 농토를 가지고 있는 특이한 케이스에 해당된다. 그가 양쪽 나라에서 모두 농사를 짓게 된 사연은 다음과 같다. 미국과 접경인 Manitoba 주에서 농사를 짓던 평범한 청년이었던 그는 자신의 고향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지지 않은 미국 North Dakota 주에 살던 아가씨와 사랑하게 되었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640에이커의 농지가 문제의 발단이었다. 즉 McMechan씨는 원래 1000에이커에 달하는 자신의 농지 이외에 아내가 물려받은 땅까지 경작을 책임져야 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는 자주 국경을 넘어야 했고 그런 과정에서 점차 그는 국경이 있다는 사실 조차 망각하게 되었다. 그가 체포되던 당일 아침에도 그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가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단지 밤사이 내려 자신의 농지에 대한 진입로에 쌓여있을 눈을 치우러 간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자신이 직접 수확한 보리 중 일부를 가지고 왔는데 그것이 실수였던 것이다. 이미 몇 차례에 걸쳐 미국산 곡물을 캐나다로 가져오지 말라는 핀잔을 국경세관원에게 들었지만 그는 자신이 수확한 곡물을 그것도 조금씩 가지고 오는 것이 무슨 큰 대수인가 별로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특히 사람도 많지 않은 조용한 일요일에 별일이야 있겠는가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으로 건너간 지 수 시간 후 그가 다시 캐나다로 돌아올 때 국경은 이미 평범한 일요일의 한가한 모습이 아니었다. 평소보다 많은 수의 세관원은 물론이고 기마경찰들까지 나와서 자신을 맞아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었지만 당시 그의 체포소식은 캐나다의 전국적 뉴스거리가 되었다. 재판을 받기위해 수갑과 족쇄를 찬 채 법정에 들어서는 그의 모습은 오랜 독점세력에 반기를 든 힘없는 농민의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거대권력에 맞서 싸우는 투사 농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분들이 맞서 싸우는 상대는 다름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내세운 미국과 그의 추종자들이 내세우는 세계화라는 이름의 제국주의 음모이다. WTO다 FTA다 하여 알듯 말듯한 거창한 이름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그것이 결국 우리 농업과 농민을 다 죽이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반대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분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외국에까지 건너가 세계가 놀랄만한 방법으로 격렬 시위를 벌이는 그분들이 과연 캐나다의 McMechan씨와 같이 평범한 농민인지는 의문이다. 유명해지기 전의 그는 FTA가 무엇인지 WTO가 무엇인지 관심도 없었으며 단지 자기 땅에서 농사짓는데 충실한 농민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은 자신의 농토를 갈라놓고 있는 국경 때문이었다. 이미 2년 전 NAFTA가 체결되어 상품의 이동이 자유로워졌다고 했지만 여전히 국경은 그에게 존재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도 미국과의 FTA 이야기에 일부농민들이 크게 우려하여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사실상 대다수 평범한 농민들은 McMechan씨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일에 바빠서 관심조차 없을 지도 모른다. 문제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당장 국경이 없어져 농민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고 사실을 왜곡하고 이야기를 부풀리며 대다수 평범한 농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분들에게 있다. 그러나 캐나다 농민 McMechan씨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두 가지 교훈이 있다. 우선 한·미 FTA가 체결된다고 해서 모든 체제가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협상과정을 통해서는 얼마든지 상당품목의 농산물에 대한 예외가 인정될 수 있으며 관세도 단계적으로 낮아지게 될 것이다. 두 번째, 한·미 FTA가 체결되어 양국간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우리에게도 McMechan씨와 같은 농민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 농민이 미국 땅에 가서 농사를 지을 수도 있을 것이며 미국아가씨와 혼인하는 농민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무조건 반대만 하고 보호받고 보상받기 보다는 생각을 바꿔 더 큰 세계로 진출할 꿈을 키워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더 큰 세상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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