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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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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수출은 善? 수입은 惡?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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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반세기 전 한국은 특별한 부존자원도 없고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도 못 미치던 후진국이었다. 이렇게 가난한 나라가 오늘날과 같은 경제적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된 데는 수출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당시 수천만 달러에 지난해 2000억 달러를 넘어서기까지 수출은 그야말로 한국 경제 성장의 원천이었다. 특히 최근 내수가 부진하고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수출은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 됨으로써 중요성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 위주의 성장 전략을 추구하면서 우리나라 사람의 인식에는 오직 수출만이 선이라는 생각이 깊이 자리 잡게 됐다. 외국 상품 수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거나 무역수지 적자를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도 모두 이러한 수출 만능의 사고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관세 장벽과 수출입 제한을 제거하고, 국제무역을 증진하기 위해 1947년 제네바에서 조인된 국제무역 협정)에서 "원조보다 무역을 통한 개발도상국의 지원을 강조한다"는 방침이 정해진 것은 우리나라가 이 기구에 가입한 1967년 무렵이다.

수출이 만능이다?

이러한 GATT 체제와 뒤를 이어 무역 자유화의 명맥을 잇고 있는 WTO체제에서 강조하고 있는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호혜평등이다. 자신이 혜택을 받은 만큼 상대방에게 동등한 혜택을 보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출만을 장려하고 수입을 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달하게 된 상황에서도 수출만 강조하는 것은 상대방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수출을 통한 해외 시장 개척이 귀중한 만큼 이제 우리 시장을 여는 노력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의 압력 때문에만 수입 시장 개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수출만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것으로 부각돼 왔지만 사실은 수출과 더불어 수입도 크게 늘어 왔으며 이 역시 우리 경제 발전에 기여해 왔음을 인식해야 한다. 통계상으로도 1967년 수출이 3억2000만 달러에서 2003년 1976억4000만 달러로 증가하는 동안 수입도 9억9000만 달러에서 1754억8000만 달러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수입 중에서 원자재와 자본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90%에 이른다는 사실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수입의 역할을 잘 설명하고 있다. 즉, 수입은 우리에게 부족한 자원을 제공해 국내 산업을 발전시켜 왔으며 궁극적으로는 수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었다. 시장을 막아 놓고 수입 대체 산업을 키우려다 실패한 다른 여러 개발도상국에 비해 우리의 성장 전략이 월등한 성과를 거둔 까닭을 바로 이러한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수입의 10% 내외를 이루는 소비재 역시 우리 경제 발전에 나름대로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제 발전의 궁극적인 목적이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에 있다고 할 때 값싸고 품질 좋은 소비재의 수입은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수입 소비재 가운데는 값비싼 고급품보다 일반 서민이 즐겨 쓰는 생활필수품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 고가품일지라도 수입 소비재의 존재는 국내 경쟁 기업에 자극을 주어 기술 향상이나 원가 절감 노력 등을 촉진시킴으로써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이는 곧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전자제품?통신기기?자동차 등 현재 우리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들은 바로 이러한 경쟁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는 교훈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역적자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수출이 수입보다는 많아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 무역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결국 국내에서의 생산능력을 초과해 투자하고 소비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런 일반의 인식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나 개인의 소비가 현재의 능력을 넘어 당장 무역적자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이를 충분히 되갚을 능력이 있다면 문제될 일이 없다. 다만 무역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문제다. 무역 적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외채의 지속적인 증가를 의미하며 이러한 외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갚을 능력 있다면 무역적자 문제 안 돼

물론 '갚을 능력'이 있다면 무역적자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도 빚을 지는 것보다 흑자를 내는 것이 더 좋다. 그러므로 수출은 수입보다 여전히 중요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무역수지 적자가 문제인 것처럼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 또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무역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한다는 것은 그만큼 외화가 국내로 유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국내 물가에 대한 지속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소비자의 가계에 부담이 됨은 물론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무역수지 흑자가 누적돼 국내 물가가 상승하고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경쟁력의 하락을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나 적자 모두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것은 결코 경제 안정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마찬가지로 수출만 장려하고 수입을 억제하는 것 역시 올바른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수출과 수입은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규모를 지속적으로 키워 가는 것이 경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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