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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개방에 대한 결단을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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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얼마 전 정부는 우리나라의 FTA(자유무역협정)정책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1~2년 내에 일본 및 싱가포르와의 FTA를 마무리 지으며 태국, 멕시코, ASEAN 등과는 3~5년 이내에 미국, 중국, EU 등과는 5~7년 이내에 FTA를 추진한다는 야심적인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에 대해 아무래도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아마도 당장 눈앞에 놓여있는 한.칠레 FTA의 국회비준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 올해 초에 양국정상이 비로소 협정에 서명할 수 있었으며 양국 의회의 비준만을 남겨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당초 6월로 예정되었던 우리 국회에서의 비준이 연기되면서 언제 비준이 완료되어 협정이 정식으로 발효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칠레에서 우리 주력수출상품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리고 있다. 명분을 찾다가 실리를 놓치는 대표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예는 과거에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금융위기 직후인 1998년 외자유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미국과의 투자협정체결을 추진했었다. 1년 이상을 끌던 양국의 협상이 흐지부지된 것은 영화의 스크린쿼터라는 암초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이번 정권이 들어서고 초기에도 한미투자협정에 대한 논의가 다시 벌어지면서 스크린쿼터에 대한 논란이 살아났었다. 그러나 계속된 명분싸움에 지쳤는지 이제는 누구도 그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개방의 문제는 애써 외면하고자 하여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할 문제이다. 또한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 엊그제 정부는 멕시코의 칸쿤에서 열리는 WTO(세계무역기구) 제5차 각료회의에 통상교섭본부장과 농림부장관을 공동대표로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진행되어온 DDA(도하개발의제) 협상의 중간결산 성격을 띠고 있는 이번 회의에서 농업분야를 비롯한 개방문제에 대해 의견조율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두 대표를 파견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두 사람의 대표가 의견조율을 해야 할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다. 즉, 최종 입장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지에서 이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입장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가 해외에 나가서 한다고 이루어질 리가 만무할 것이다. 정부는 통상문제에 대한 결정을 이런 식으로 계속 미뤄서는 곤란하다. 멕시코의 WTO 각료회의는 향후 DDA 협상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며 이에 잘못 대처하다가는 우리만이 낙오자가 될 수 있다. 아니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만 끌다가 어쩔 수 없이 다른 회원국들의 합의를 받아들여 국내 일부에서의 극심한 저항에 부딪칠 수도 있다.


이미 칠레와의 FTA가 국회비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칠레정부 뿐만 아니라 우리의 다른 이웃국가들이 과연 한국이 FTA를 체결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정권초기의 가장 핵심적인 비전중의 하나인 동북아경제중심계획이나 그 이후의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계획은 모두 지역협력에 발판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지역협력은 경제개방에 대한 의지 없이는 달성하기 힘든 전략이다. 그 동안 대외 지향적 경제정책을 통한 해외시장으로의 수출을 국가성장 동력으로 삼아온 우리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전을 유지하려면 이제 우리시장에 대한 과감한 개방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는 말로만 그런 구호를 외칠 때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개방에 대한 걸림돌이 있다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정부, 소비자, 생산자가 함께 합심하여 노력해야 하며 때로는 지나치게 보호주의적인 요구에 대해 당당하게 그럴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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