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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스크린쿼터가 아니라도 길은 많을 것이다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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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최근 스크린쿼터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스크린쿼터는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를 뜻하는 것으로 영화관에서 한국영화를 1년의 2/5이상 즉, 146일 이상 상영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1998년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양국간 투자협정체결을 먼저 제의한 바 있다. 외환금융위기 직후 외국인투자의 유치가 시급했던 우리로서는 양국간 투자협정이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제고와 외국자본유입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었다. 그런데 2년여를 끌었던 협상이 아무런 진전도 없이 흐지부지된 원인이 바로 스크린쿼터에 있었으며, 최근 투자협정이 재론되면서 이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즉, 협정의 내용 중에 투자자에 대한 강제적 의무부과금지 조항이 있으며 스크린쿼터는 이 조항에 위배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스크린쿼터의 축소가 어느 정도는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우리정부와 경제계의 다수에서도 전체적인 투자증대의 효과를 감안하여 미국의 주장을 수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스크린쿼터의 축소는 한국영화의 생존기반을 흔들고자하는 거대 미국자본의 음모이며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인사들을 자국문화의 중요성을 망각한 자본주의의 맹신자들인 것처럼 몰아세우면서 격렬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국내 영화산업이 눈부신 성장을 보여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게 된 것을 목격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이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가진 복합 상영관에 몰려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영화 정말 잘 만든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영화에 대한 뿌듯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은 지금 우리영화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대 중흥이 과연 스크린쿼터라는 보호 장치 때문만 이냐는 것이다. 만약에 그렇다면 다른 문화산업도 그 정도의 보호 장치만 갖추어지면 어느 정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스크린쿼터가 한국영화 발전에 그처럼 지대한 공헌을 했다면 다른 공연예술은 어떤가? 브로드웨이와 같은 연극과 뮤지컬의 육성을 위해서 모든 극장과 공연장에 국어창작예술의무공연비율의 도입이 필요하지 않을까? 공연예술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분야에도 발전의 기회를 주기 위한 무슨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영화가 현재와 같이 성장하게 된 것은 아마도 스크린쿼터 때문만이 아닐 것이며 영화계에 종사하는 우수한 인력들이 꾸준히 노력한 결과일 것이며 이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많은 자본들이 영화계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자본에는 국내자본뿐만 아니라 외국자본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어느 장관이 말한 정글의 공룡이 아니라 한국영화를 키우고 살찌게 해온 외국자본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투자란 우리의 시장을 빼앗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장을 키우고 그 혜택을 함께 나누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미투자협정은 영화산업에의 투자만을 염두에 둔 협정은 아니며 영화산업에 투자되는 미국자본은 모두 국내 영화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투입되는 자본이라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영화를 그만두겠다고 공언한 원로감독께 묻고 싶다. 외국의 영화제에라도 가서 만났던 미국의 영화인들이 모두가 그렇게 악한 마음들을 가지고 있던지? 스크린쿼터가 없어지면 당장 엄청난 큰 문제가 벌어질 정도로 우리 영화인들의 실력이 그렇게 형편없는지? 예술영화나 창작애니메이션 등 非상업성 영화의 발전을 위해 스크린쿼터 이외의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더 좋은 길이 분명히 있다는 것은 아마 영화계의 종사자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감정적 대응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음미하고 더 좋은 해결책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합리적 대응이 아쉬운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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