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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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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장기성장률 저하, 무엇이 문제인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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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암

2004년에는 수출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았었다. 2005년 들어서는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향후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렇지만 경기국면은 소비가 살아나면서 우리 경제가 당초 우려했던 대로 내수침체의 깊은 골에 빠지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일 뿐,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하고 곧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임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주요 전망기관들은 향후 3-4년간 경제성장률이 4%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2010년대에는 인구고령화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선진국 수준인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3-4년간 4%대 성장률, 그 이후 3%대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전 우리나라의 7-8% 성장세에 비하면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장기성장률은 급격히 저하되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성장률을 높이려면 경기부양책을 쓰면 된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하게 되면 물가를 자극하게 되므로 인플레를 가속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달성 가능한 최고 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향후 3-4년간 4%대 성장률이 우리 경제의 성장능력이 충분히 반영된 잠재성장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향후 4%대의 성장세는 과거 고도 성장기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으나 외환위기 이후 크게 저하된 우리 경제의 성장능력을 감안하면 잠재성장률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들은 서구 선진국들이 소득 1만 달러를 넘고 난 후 성장률이 연 2-3%에 불과했음을 예로 들면서, 소득 1만 달러를 넘은 우리나라의 연 4%대 성장도 높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근접했으므로 성장률 저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우선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약 20년 앞서서 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하였는데 당시의 1만 달러는 미국의 인플레를 감안할 때 현재 소득 2만 달러에 가깝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하기 이전에 이미 선진국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2000년대에 연 4%대의 성장을 해 가지고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 2000년대에 연 4%대 성장하게 되면 2010년대에는 인구고령화의 영향으로 선진국과 비슷하게 연 3%대 성장하게 될 것이므로 선진국과의 간극을 줄일 수 없다. 선진국들도 고령사회가 되기 전 선진국에 진입하였으므로 우리나라도 고령화의 문제가 나타나기 전 잠재성장률을 5% 이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연 4% 수준이라고 보지 않는다. 참여정부는 당초 연 7%의 잠재성장을 공약하였다. 또 2004년 2월에 발표된 「일자리 창출 종합대책」에서는 향후 5년간 경제성장률이 5%대 초반을 유지하더라도 5년간 일자리 창출이 150만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러나 이 정도의 일자리 창출로는 고용불안 완화와 잠재노동력 활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서비스업 성장 등 일자리 창출능력 확충과 일자리 나누기 등 추가 일자리 발굴로 각각 20-30만개의 일자리를 추가적으로 창출하고자 하였다. 즉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 6%에 가깝게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연 6%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장세가 크게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장기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것은 인구증가율 둔화, 노동시간 단축, 省力化 등으로 노동투입이 감소하는 가운데 투자의 효율성과 제품의 경쟁력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은 일반적으로 초기소득과 초기인적자본, 부존자원과 같은 구조변수, 정책과 제도, 외부충격 등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은 대부분 초기의 낮은 소득과 부존자원의 부족으로 설명되며 정책과 제도가 크게 기여를 하지 못했다. 초기의 낮은 소득으로 저임 노동력을 풍부하게 이용할 수 있었으며, 부존자원의 부족으로 자본재 수입과 투자에 의한 성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소투입 중심의 고도성장이 점차 한계에 봉착하였을 뿐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에는 투자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등 요소투입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었다.


장기성장세의 급격한 둔화를 막고 향후 잠재성장률을 5% 이상으로 유지하려면 요소투입보다는 정책과 제도에 의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여기서 정책이란 주로 글로벌 경제에 걸맞는 개방화 정책과 규제완화 및 시장경쟁의 촉진을 의미한다. 제도란 투명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법과 원칙을 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과 원칙은 올바른 정치·사회의 구현을 위하여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구조조정의 지속적 추진에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한 성장기반을 확충하지 못하였다. 정부가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부문에 걸쳐서 개혁을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정치·사회적 갈등을 야기하였고, 4대 개혁입법의 무리한 추진으로 민생 안정을 저해하였다. 특히 경제개혁과 관련해서는 참여정부의 재벌정책, 노동정책, 분배정책 등이 시장경제와 부합하는 지의 여부를 둘러싸고 경제학자들간에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게 되었다.


이제 정부는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을 없애고 성장 및 고용 부진의 원인들을 하나 하나 치유하면서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은 기업투자를 위축시킨다. 노동비용의 상승과 노사분규의 심화는 기업들이 고용을 기피하고 상대적 저임금을 찾아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게 한다. 또한 중소기업 및 서비스 산업 위축으로 고용부진과 금융불안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성장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성장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새로운 성장전략의 중점은 인적자원 육성과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신서비스산업 육성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로 노동투입의 성장기여도를 높이는 데 두어야 할 것이다.

박원암 (홍익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wapark@wow.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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