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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수명연장, 개인에겐 축복 전체에겐 저주?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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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장기화하면 이혼, 범죄와 더불어 자살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반면에 사람들의 가장 큰 소망이 오래사는 것임은 상식처럼 간주된다. 이를 묶어보면 인간의 욕망은 단순한 장수가 아닌 만족스런 삶을 오랫동안 향유하는 것 즉, 건강한 장수 또는 행복한 장수라 할 수 있겠다.


1971년 62.3세에 불과했던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처음으로 70세에 달했다. 그로부터 다시 17년이 경과한 2005년에는 77.9세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년에 1년 꼴로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수명연장 속도는 향후 완만해지겠지만 평균수명의 연장추이는 지속될 전망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2030년에는 81.9세 그리고 2050년에는 83.3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수명연장 추세는 모두가 소망하고 함께 기뻐할 축복이지만 최근 사회적 관심은 ‘고령화·저출산’ 추세에 따른 부작용에 쏠리고 있다. 논의를 따라가 보면 개인의 장수는 큰 축복이지만 인구 전체의 장수는 그렇지 않다는 말처럼 들린다. 마치 구성의 오류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새로운 밀레니엄에 들어선 이후 5년간만 보더라도 한국인의 평균(중위)연령은 31.8세에서 34.8세로 3세나 높아졌다. 시계를 넓혀 달리 말하면 1970년에 50세였던 사람의 평균기대여명은 12년이었지만, 2005년에 50세인 사람의 평균기대여명은 약 28년으로 추계되고 있다. 신생아의 평균수명이나 전체 인구의 평균연령보다 실제 경제활동인구에서 이탈하는 연령계층의 기대여명 증가가 두드러져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5세 이상 인구의 약 60%는 무직이고 그나마 일하고 있는 경우에도 소규모 자영업이 대종인 것이 현실이다. 55세 전후가 되면 가족을 부양하고 나라경제에 기여하던 입장에서 피부양자 또는 재정지원의 대상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의 고령화 추이를 고려해 25~54세 인구와 55세 이상 인구를 비교해보면, 1988년에는 4:1 정도였던 것이 최근 3:1에 미치지 못하고 20년 뒤에는 1:1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다 실질적인 의미에서 경제활동의 주축이라 할 25~54세 인구는 2008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런 추세와 구조라면 머지않아 장수노인들이 자랑스럽게 장수비결을 얘기하기보다는 젊은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신경써야 할 때가 닥칠 것이다.


1980년대 이후 급속히 확대되어 온 연금문제와 관련해 일고 있는 조기개혁논의도 맥락을 같이한다. 중장기적 수급구조의 취약성을 가진 국내 연금에 대한 개혁논의는 문제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구조개혁을 위한 이해당사자간 합의점 도출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아정책 되는 것 없고 노인정책 안 되는 것 없다!'는 선진국의 경험에서 비롯된 경구가 남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빠른 고령화의 원인은 개인에겐 축복인 수명연장과 질 높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인 저출산 추세 때문이다. 그리고 앞에서 예시한 바와 같이 고령화에 대한 우려는 경제적 측면에서 조명되는 경우가 많다. 인구고령화를 생산능력 감소와 동일시하는 경향 때문이다. 거시적으로 보더라도 인구의 감소와 노령인구 비중의 증가는 저축율의 하락과 투자감소 그리고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현재 4%대로 추정되는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머지않아 3%대로 하락할 것이란 경제연구기관의 전망들도 고령화와 무관하지 않다.


빠른 고령화가 전체로서도 축복이기 위해서는 인구고령화를 보는 관점을 다소 바꿀 필요가 있다. 예컨대 국내총인구를 기준으로 한 GDP(국내총생산)와 일인당 GDP(GNI)의 차이를 감안하여 정책목표 설정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그에 따른 국가전략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GDP의 지속적 확대가 목표라면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유인을 확대하고 더불어 이민유입에 대한 기존의 정책을 손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반면에 일인당 GDP의 제고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가파른 조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인적자원에 대한 집중투자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산현장에서는 고령화가 생산인구 감소로 연결된다는 도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적어도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인구평균연령이 높아지는 데 따른 노동력의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능한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예컨대 근력으로 인적자원을 평가하는 전통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작업환경의 개선을 통해 개별 산업현장에서 근력에의 의존도를 낮추고 지식집약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서두른다면 생산기술과 지식산업화의 일선에서 장기간 경험을 축적한 고령인력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작업장에서 근력에 의지하는 노동환경을 개선한다면 근골격계 질환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건강하고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춘 노령층의 고용과 생산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고령현장인력에 체화된 생산현장기술을 비가격경쟁력의 핵심으로 부각됨에 따라 현장인력 고령화에 따른 임금제도의 개선과 작업환경의 개선 등을 통해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결과, 오히려 해외로 나갔던 제조업의 국내 유턴현상을 통해 불황극복의 단초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명연장과 인구고령화가 현세대와 차세대 모두에게 축복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서둘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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