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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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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단기경기정책 논쟁과 정책수단 :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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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2005년 예산안의 국회의결과정에서 단기경기정책수단으로 감세와 재정지출확대를 놓고 여야가 정책논쟁을 벌이는 한편 언론에서도 국민적 논의의 장을 펼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결국 내수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수출신장세의 둔화가 예상되면서 출범이래 단기적 부양정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지켜 온 참여정부가 ‘합리적’ 경기조절정책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전환한 후, 감세와 재정지출확대뿐 아니라 금리인하 등 금융정책을 포함한 포괄적인 정책조합을 함께 실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책의 실효성 문제나 정책으로 인한 경제왜곡에 관한 오랜 경제학적 논의와 참여정부의 종래 입장에도 불구하고 경기정책의 기본방향을 전환한 것은 내수부진과 고용악화라는 경기침체의 부작용에 대한 정책당국의 인식이 심각했음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고전학파 균형이론의 틀 안에서 합리적 기대이론을 도입하여 경기순환이론을 설명하는 균형경기순환이론에 따르면 경기순환은 균형시장에서 최적화행동으로 인한 결과이며 이로 인한 후생손실은 없다. 이러한 이론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실경제에서 균형이론의 전제들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후생손실 최소화를 위한 단기정책의 근거를 찾기도 한다. 즉 단기경기정책은 경기변동 폭을 줄이고 자율반등만을 기다리기엔 저성장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비용이 과다하거나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경기확장국면이 장기화함에 따라 예상되는 부작용이 과다할 때, 경기의 진폭을 완화하기 위해 그리고 정책의 시차효과를 감안하여 선택·시행하는 불가피한 차선책이다. 이러한 경제상황과 경기대책의 필요성은 향후에도 얼마든지 다시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정확한 경제예측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시차효과는 경기대응이 오히려 경기진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 경제주체들의 경기인식은 다소 나아지고 있으며 큰 틀에서 볼 때, 경기회복을 위한 거시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감세와 재정지출에 대한 여야간 대조적 입장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당시의 논쟁은 차후 정책의사결정과정에서 참고로 삼기위해서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가용한 경기정책수단 중에서도 지난해 쟁점은 자금의 가격과 가용성에 영향을 주는 금융정책수단들이 아니라 기업과 가계의 조세부담과 정부의 재정지출규모에 영향을 주는 재정정책수단과 관련한 정책선택에 초점이 맞추어졌으나 여기서는 특히 후자의 두 가지 정책수단이 단기적으로 모두 재정적자확대를 결과한다는 점에서는 같은데 이를 놓고 여야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배경을 들여다본다.

일반적으로 재정지출확대정책 찬성론에 대한 근거로는 케인즈의 일반이론을 든다. 고용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수출증가세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수요를 진작하기 위한 총수요확대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성적 실업이 존재하는 여건에서 시장의 자동적 균형회복기능을 강조하는 고전학파 경제학이 진단과 해법을 적절히 제시할 수 없다는 반성에 근거한다. 이러한 정책비판과 대안의 제시는 공공투자를 비롯한 정부지출의 확대가 민간의 투자 및 소비심리를 자극한다는 발상에 근거한다. 마중물을 이용한 펌프질로 지속적으로 지하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때에도 재정지출확대에 따른 승수효과가 재정지출을 집행하는 정부의 효율성이나 구축효과 등을 고려한 차선책이어야 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하반기이후 경기전망이 비관적인 상황에서 정부정책이 경기부양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함에 따라 기업과 가계 등 여타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미친 영향은 일단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조세부담 완화와 함께 일관성있는 재정집행을 통해 이러한 의지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된 쟁점은 동일한 규모의 재정적자를 감수하고자 할 때, 감세와 재정지출확대 중 어느 쪽이 바람직한가에 관한 것이었다. 편의상 세율이나 과세대상을 줄여 기업과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기 위해 세수감소를 감수하는 정책내용을 감세라고 하고 기존의 세율이나 과세대상을 그대로 두고 정부가 재정지출을 당초예상보다 확대하여 직접적으로 총수요를 늘려 승수효과를 기대하는 정책내용을 재정확대라고 하자.

국회와 언론의 논의과정에서 정부여당은 재정확대를, 그리고 야당은 감세에 치우친 입장을 견지하였으나 그 배경에 대해서는 국민들이나 독자들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았던듯하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마련된 재원을 누가 지출하게 되는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재정확대의 경우, 정부는 세금으로 걷거나 빌린 재정자금을 당초 계획된 예산지출규모보다 크게 집행할 수 있게 된다. 가용한 정보를 활용하여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부문에 대한 예산배정을 늘리고 집행에 나서게 된다. 단기적인 경기정책이라는 점에서 직접적 파급효과를 높이는 쪽으로 정책선택과 자금배정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반면에 감세의 경우에는 세율인하와 공제확대 등을 통해 조세부담자의 세부담을 경감시켜주면 가계와 기업은 늘어난 가처분소득의 지출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게 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늘어난 가용재원이지만 재정지출확대는 정부가, 감세는 기업과 가계가 지출을 담당하게 되는 점이 다르다.


정부가 지출주체가 되는 재정확대의 경우는 위축된 가계와 기업의 소비 및 투자심리를 의식해 감세가 수요확대로 연결되는 정도가 예컨대 과거의 한계소비성향보다 작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반면에 가계와 기업이 지출주체가 되는 감세를 지지하는 경우는 정부의 비효율을 막고 실질가처분소득증대에 의한 수요확대를 유인하는 데에 착안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단기경기대책수단으로 조세부담완화를 선택한 경우라 하더라도 조세저항을 의식하여 다시 조세부담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반면에 경제효율을 생각한다면 조세의 사중비용(deadweight loss)을 고려하여 조세부담완화를 지지할 수 있다.


결국 모든 경제정책수단이 상충적이고 기회비용이 없지 않지만 경제환경이 경제외적 여건에 크게 지배받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 경제정책은 그 자체로 제한된 효과만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예컨대 정책일관성이 결여되어있다면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로 어떠한 경제정책도 소기의 효과를 제대로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정치사회적인 안정을 기반으로 한 정책시기와 정책수단의 적절한 선택과 집행이 긴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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