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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모방전략의 역설: 기업의 창조경영과 정부의 벤치마킹

08.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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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학

일류기업의 경영 화두, 창조적 경영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 자주 이용되는 기법이 벤치마킹(benchmarking)이다. 앞선 경쟁기업들 또는 글로벌 일류기업의 전략적 선택과 행적을 조사해서 자기의 경영전략 수립에 참조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삼성그룹의 ‘창조경영론’이 화제가 되고 있다. 금년 6월 28일 이건희 회장이 직접 ‘창조적 경영’의 화두를 제시하더니 뉴욕 경영전략회의(9.19.)를 시작으로 런던(9.30.)에서는 ‘첼시’의 프리미어 리그식 창조적 경영을, 그리고 셰이크 모하메드 총리의 비전과 지도력 하에 급변하고 있는 두바이(10.8.)에서도 창조경영을 역설하였다.


‘창조적 경영’이 중요한 이유는 선진기업 모방, 또는 벤치마킹 전략으로는 일류기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으로는 날로 치열해 가고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기조차 힘들 수 있다. 돌아보면 10년 전만 해도 삼성그룹은 ‘2류’쯤 이었다. 1995년 4월 북경에서 ‘정치인은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 수준’이라 했다가 김영삼 행정부와 곤욕을 치렀던 발언에서 보듯이 10년 전의 삼성전자는 자체 평가로도 ‘2류’였던 셈이었다. 그랬던 기업이 이제는 세계적인 초일류 경쟁기업들을 추월하거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이다. 이러한 성공 이면에는 우수인재 유치, 끊임없는 변화와 조직혁신, 과감한 연구개발투자 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음이 물론이다.


벤치마킹, 모방전략으로는 1등이 될 수 없다.


삼성전자의 1류 도약은 이미 창조적 경영이 구현된 결과이다. 만약 선진기업 벤치마킹 중심의 구태의연한 모방전략을 선택했다면 일류 도약은 불가능했을 게다. 그러나 성장을 꿈꾸는 대부분의 후발주자들은, 삼성과 달리, 독창적인 전략을 강구하기보다는 선진기업을 모방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 남들이 해보지 않은 방식,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해서 위험을 감당하느니 일류 선진기업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을 때 어떤 선택을 했고 또 지금은 무엇을 하며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모방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전장(戰場)에서는 적을 알아야 유리한 법이니 잘 나가는 경쟁기업 엿보기는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 그러나 선진사례 또는 'Best Practice'로 아무리 입소문난 것이라도 참조 정도라면 모를까 구조적 모방은 득(得)보다 실(失)을 초래한다. 기업은 저마다 조직문화, 발전단계, 강약점이 다르며 이해관계자 구조 및 정책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그것이 선진사례라 해도 모방전략은 시스템적 부조화 상태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흔치는 않지만 어느 기업의 모방전략이 성공했다 하자. 이 행운의 주인공은 고작해야 벤치마킹 대상의 기업을 뒤따라가는 것일 뿐 추월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모방전략으로는 결코 1등이 될 수 없다.

모방전략의 역설: 1983년 아메리카 컵 요트 경기 사례


시장경쟁과정이나 운동시합에서나 후발자는 선두가 되기 위해 그리고 선두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온갖 궁리를 다한다. 이와 관련하여 1983년에 개최된 아메리카 컵 요트대회는 선두와 후발주자의 전략적 선택에 있어 상반된 시사점을 주기 때문에 음미할 만하다. 이 대회는 1851년 영국 화이트 섬에서 시작되었고, 1980년 제25회 대회까지 미국 팀이 우승을 독식했었다. 그러다 1983년에 개최된 제26회 대회에서 미국 팀은 호주 팀을 3:1로 앞서면서 132년간의 연속 우승 꿈에 젖어 있다가 결국은 3:4로 역전패하면서 일대 파문이 인다. 미국의 ‘리버티 호’가 3:1로 리드하는 가운데 열린 5번째 경기에서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아-II 호’가 부정출발 했다고 원점에서 재출발하는 벌칙을 받았기에 미국 팀의 연속 우승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 다들 믿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경기에서 37초 뒤져 패색이 역력했던 호주 팀의 선장 John Bertland는 창의적인 승부수를 띄워 역전에 성공하고 여세를 몰아 나머지 경기에서도 승리하는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된다. 나중에 미국 팀의 선장 Dennis Coner는 승부를 갈랐던 운명의 다섯 번째 경기에서 ‘오스트레일리아-II 호’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는다. 호주 팀의 전략이 상식을 벗어낫든 어쨌든 미국 팀도 똑같이 따라했었더라면 처음의 간격이 유지되고 역전패는 없었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위의 일화(逸話)가 재미있는 것은 후발주자는 앞선 자를 따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월하여 우승할 수 있었고, 거꾸로 선두주자는 후발자의 전략을 모방하지 않았기에 역전패 당했다는 점이다. 과거에 삼성전자 앞에 있었던 선진기업들이 좀더 일찍이 삼성전자의 전략을 주목하고 배우고자 했었다면 삼성전자에 추월당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뒤쳐진 자는 앞선 자 따라 하지 말고, 앞선 자는 오히려 뒤의 추격자를 돌아봐야 한다.’는 역설적 메시지도 가능할 법하다.


정부는 모방전략을 구사?


기업은 2류에서 이제는 1류로 발돋움했다면 정부 관료는 10년 전 3류에서 지금은 어디쯤일까? 또한 4류로 평가되던 정치인의 현 수준은 어디쯤일까? 기업이야 지구촌 무대의 치열한 경쟁과정에서 단련되고 자극을 받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는 그런 압력이 결여된 부문이니 큰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우리 한국사회는 아직 2류 정도이다. 그래서일까? 대개의 후발기업들이 그렇듯이 우리 정부의 국가발전구상을 보면 어느 모델의 흉내를 내야 한다는 대목이 많다. 이 정권 초기에는 ‘네덜란드 노사정 대타협 모델’로 시끄럽더니 이제는 미래한국비전 설정에서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을 선진사례로 삼았다 하여 말이 많다. 이 모델은 선진사례가 아니라 반면교사(反面敎師) 사례로 볼 수도 있으니 왜 아니 그러하겠는가. 그나저나 위의 일화(逸話)를 보면, 정부는 현재 2류 수준인 국가의 발전을 위해 우리 현실에 기초한 독창적인 전략 개발을 좀더 고민하고, 일류기업은 세계 각처에서 치올라오는 도전자들의 전략과 선택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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