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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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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공교육 투자 확대가 사교육비를 줄인다고?

08.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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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섭

사교육비는 학부모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다. 그동안 정부는 이러한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하였다. 권위주의 정권은 강압적으로 과외를 금지하고 비밀과외를 범죄로 규정하여 강력하게 처벌하였지만 사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참여정부는 관제 과외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EBS 강좌를 수학능력 시험과 연계시켜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그 효과가 얼마인지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교육비가 가정경제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사교육은 마땅히 줄어들어야 한다. 사교육비는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방해하고 학부모에게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국가 자원이 비생산적인 곳에 소비됨으로써 국민경제에도 주름이 되고 있다. 과도한 사교육으로 피곤해진 학생들에게 학교는 잠자는 곳으로 변했다는 우려도 있다. 학교에서는 친구를 만나고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교육 전문가들이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연구하고 정책을 입안하여 시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나 교육전문가들이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 가운데 하나는 공교육을 정상화함으로써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육이 무너진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이며, 과감한 교육투자를 통해서 교육환경을 전폭적으로 개선하면 공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공교육비를 늘리면 교육의 질이 개선되고, 사교육비는 줄 것이다.”라는 주장은 하나의 손색없는 교육과 경제의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선거 때마다 거의 모든 정당과 후보가 교육예산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도 2005년 2월 18일 국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교육재정이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매년 대학에서 학기 초마다 벌어지는 등록금 투쟁의 배후에도 교육비를 늘리면 교육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학교 당국은 교육의 질을 개선하여 경쟁력 있는 학생을 양성하겠다는 의지로 등록금 인상을 강행하고 학생회가 이에 맞서면서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상승률은 가파르다. 지난 20여 년간 등록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을 앞질러왔다. 소비자물가가 4배 상승할 때 등록금은 20배 상승하였다. 등록금 의존도가 40% 내외인 선진국 대학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대학들은 90%로 매우 높다. 대학이 질적·양적으로 팽창하기 위해서는 시설이나 인력이 필요하고,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전과 비교하여 교육 여건이나 질이 등록금 인상폭에 비례해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등록금이 물가보다 가파르게 인상됨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질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제 교육예산 증가에 비례해 교육의 질이 향상되고 학생들의 학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통념은 잘못된 상식이 아닌가를 한번쯤 의심해 보아야 한다. 정확한 통계가 없어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교육예산이 끊임없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부응하여 교육의 질이 개선되고, 학력이 향상된 것같지는 않다. 과거와 비교해 학생들의 학력이 높아졌다는 객관적인 증거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대학이나 기업은 학생들의 능력이 저하되고 있어 처음부터 다시 교육해야 한다고 야단이다.

<표 1> 연도별 중앙정부예산 대비 교육인적자원부 예산

<표 1>에서와 같이 우리나라 중앙정부의 예산은 1970년대 이후 끊임없이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의 예산도, 연도별 학생 1인당 공교육비도 끊임없이 증가하였다. 만일 교육비가 증가함에 따라 교육의 질이 개선되고 학력이 높아졌다면 이에 반비례하여 사교육비가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다. 국가 예산이 계속 증가하여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표 2>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표 2> 연도별·학교별 학생 1인당 공교육비

<표 3> 사교육비 총량 규모의 변화

2001년에는 경제위기 여파로 과외비가 감소하였다가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다시 증가 추세이다. 공교육비와 사교육비는 반비례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례관계에 있다. 이러한 실증적 자료로 볼 때, 예산을 늘려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면 사교육비가 축소될 것이라는 상식은 잘못된 것이다.


사교육비 증가요인은 교육예산 증가와는 관계가 없다. 사교육비 증가요인은 다른 곳에 있으며, 교육예산을 확충함으로써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마땅히 폐기되어야 한다. 잘못된 경제상식에 기초하여 무조건 교육예산을 늘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교육예산의 효율성을 따져보아야 할 때가 되었으며, 사교육비 증가요인이 무엇인가를 꼼꼼히 점검해 볼 때가 되었다.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joongsop@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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