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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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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지역균형발전에서 광역거점발전으로

08.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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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선

우리나라의 수도권은 마차바퀴의 중추(hub)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수도권은 전국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마차바퀴에서 중추가 허물어지면 그것에서 나와서 바퀴둘레와 연결되어 있는 살(spoke)들은 다 빠져버리게 되고 바퀴는 힘을 잃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만일 수도권의 성장과 발전이 정체되면, 지방의 성장과 발전이 대단히 어려운 구조로 현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들이 추구해 온 수도권 규제는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지방의 자치능력과 성장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점을 노정할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도권이 중추역할을 하는 것을 수도권 규제가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채택한 지역균형발전 전략은 전국에 산개한 많은 지역을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다양한 형태의 거점으로 개발한다는 것이 토대가 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인구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분산할 경우 쾌적하고 살만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도 문제이고 그렇게 많은 도시들을 개발하기 위해서 필요한 재원과 자원을 조달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렇게 탁상공론에 가까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매달리기 보다는 수도권을 광역화하여 대전까지의 충청권과 강원도를 포함한 대수도권을 형성하여 집적을 강화함으로써 거기서 인구의 절반 내지 2/3 정도 생활을 하고, 다른 광역거점으로 이미 집적이 충분히 진행되어 도시화 기반이 형성되어 있는 부산, 울산, 창원, 포항 그리고 대구를 묶어 개발의 한 축으로 성장을 도모하여 여기서 약 1000만 정도 되는 인구가 살며, 다시 광주, 여수, 순천, 광양, 목포를 연결하는 축을 전제로 약 1000만 정도가 사는 지역의 광역거점화를 도모하고 이곳에 자원을 집중하고 집적을 위한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것이 오히려 유효하고 효율적인 발전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지역균형발전 전략에서 광역거점발전 전략으로의 획기적인 정책전환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중요한 정책대안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광역화를 전제로 하는 정책의 전환은 획기적인 정책변화를 요구하므로 이를 위해서 필요한 정치적인 갈등의 해소와 조정을 위해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과 학계를 비롯한 여론 주도층의 구체적인 토의와 이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노력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규제의 명분은 이를 통해서 수도권 거주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이미 과밀화로 인해서 발생하는 집적의 불경제를 축소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서 최근 논쟁의 주안점이 되고 있는 것은 수도권집중이 지방의 균형발전을 저해하여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이는 사회적 통합과 합의를 어렵게 하여 경제적 효율성의 저상은 물론 발전을 저해하게 됨으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수도권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 싼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게 된다면 허구임이 금방 드러난다. 설사 수도권에 기업들이 입지하는 것을 막는다고 하여도 그 기업들은 한국의 어느 다른 곳에 입지하기 보다는 외국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인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2000년에 실시된 기업대상 설문조사에서 명백하게 드러난 바 있다. 이 설문조사에 의하면 수도권에서의 공장건축이 수도권 규제로 인해서 무산될 경우 기업들은 81%가 사업 유보, 17%가 사업 포기·축소 또는 해외이전을 할 의향이고 지방이전을 고려하는 것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수도권 규제는 곧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현 정부나 일부 지역균형발전론자들이 가진 논리가 허구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실업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업의 투자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기반산업과 이에 준하는 기술집약적 제조업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산업들은 근원적으로 전문인력의 확보가 그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런데 수도권 규제를 통해서 기업의 입지를 막게 되는 경우 이러한 전문인력의 확보가 어려울 것이므로 기업들은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공장이나 연구시설들을 건립하기를 꺼리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투자여력이 있지만 규제로 인해서 투자가 지연되거나 철회되는 문제가 현재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회원사에 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이 규모가 14조에 이른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이는 수도권 규제가 없을 경우 기업투자의 촉진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과 성장이라는 실질적인 편익을 갉아먹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혹자는 수도권 규제를 모두 풀면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관리된 상태에서 규제를 합리적인 관점을 가지고 완화해 나가고 완화에 따라 예측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정책이나 토지이용 규제를 시행함으로써 제압해 나갈 수 있는 것이기에 타당한 비판이라고 할 수 없다.


사실 현재까지 진행된 역대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으로 많은 규제들이 정비된 것이 사실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규제개혁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 기업투자 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원한다면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제력집중억제규제와 수도권 규제의 개혁이 급선무이다. 이 두 규제가 획기적으로 개혁된다면 현재보다 기업투자는 훨씬 활성화될 것이고 또 수도권의 성장활력 회복과 질서있는 권역별 관리로 인해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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