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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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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GM과 도요타의 자리바꿈이 주는 교훈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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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근

1963년에 발표된 미국의 컨츄리 가수 바비 베어(Bobby Bare)의 ‘Detroit City'라는 노래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Home folks think I'm big in Detroit city." 자신은 두고 온 부모형제와 고향의 목화밭이 그리워 돌아가고 싶지만 고향 사람들은 디트로이트라는 큰 도시에서 자동차공장에 다니는 자신을 출세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본산으로 20세기 전반기에 황금기를 구가하던 도시였다. 바비 베어의 노래는 이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후의 디트로이트는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 Workers)의 파업과 흑인폭동을 떠올리게 하는 도시로 변해버렸다. 최근에는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쇠락으로 작년에만 7만여 명의 실업이 발생한 도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업도시인 울산에서도 최근 수년 간 국내 최대의 자동차회사 노조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어 디트로이트를 연상케 한다.


미국의 GM은 1990년대 후반 시장점유율 회복과 사상 최대의 수익을 기록하여 세계 최대의 자동차메이커로서의 위상을 회복했다. 그러나 이 시기 빈번하게 발생한 파업을 수습하기 위해 전미자동차노조의 요구를 계속 수용한 결과 기존 근로자와 퇴직자 및 그 가족에 대한 연금 및 의료비 지원비용이 급격히 상승하였다. 특히 연금의 경우 연금수혜대상인 GM의 퇴직자와 미망인의 수가 30만 명에 달해 이로 인한 천문학적인 유증비용의 급증은 GM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최근 경영실적의 악화와 그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의 주요인이 되었다.


반면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지속적인 노사 간의 협력관계 속에서 생산성 향상과 경영혁신을 통해 세계 1위 자동차회사로의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노조의 파업은 오래전 추억이 되어 버렸고 작년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올해 임금인상은 기본급 1,500엔, 우리 돈으로 만 이천 원에 불과할 정도로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조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GM과 도요타의 이러한 차이점은 올해 두 회사가 세계 1위와 2위의 자동차회사로서의 지위를 맞바꾸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다. 자동차산업과 같이 고임금 근로자들이 종사하는 산업에서 노조의 잦은 파업과 과도한 요구는 그 영향이 단순히 노동비용의 상승에만 그치지 않는다. 노조와의 잦은 마찰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및 경영혁신 뿐만 아니라 수요패턴의 변화에 대응하는 경영전략의 수립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미래의 자동차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해줄 미래형 자동차의 기술개발 및 상용화에 있어서 도요타자동차가 GM 등 여타 업체에 비해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시장상황에 대응한 경영전략의 수립을 위해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할 경우 노동비용의 증가로 인한 가격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는 최근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GM과 포드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GM과 도요타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상태인가?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지난 30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고 외환위기 이후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성 향상과 R&D 투자확대, 과감한 해외투자 등 효율적인 경영의사결정으로 가격 및 품질경쟁력이 향상되어 미국·유럽의 주요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경영실적을 보여 왔다. 그러나 지속적인 강성노조의 파업과 임금인상요구는 최근의 원화강세와 더불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고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는 경영전략의 수립에도 차질을 가져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임금협상 시 노조는 매년 파업을 연례행사로 하고 있고 지난해에만 11차례의 파업을 감행했다. 반면 회사는 노조의 과도한 요구사항을 매번 수용하여 높은 임금인상과 노조의 실질적인 경영 간섭을 허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문제가 되었던 노조의 부당한 성과급 요구를 수용하였고 생산라인의 탄력적 운용도 노조의 반대로 좌절되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전철을 밟는 듯하다.


한국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노조의 행태가 집단이기주의에 더해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한·미 FTA가 한국자동차산업 및 산업종사자에게 유익하다는 것은 누구도 쉽게 부정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동차업체의 노조들과 이들의 상급단체는 정치적인 이유로 한·미 FTA를 반대하고 이의 저지를 위한 파업까지 감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GM, 포드 등 전미자동차노조에 속한 근로자 31만여 명 가운데 12만여 명이 구조조정계획에 따라 올해 말까지 직장을 떠나게 된다. 미국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귀족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이를 수용하는 회사의 행태는 회사의 쇠락과 더불어 대규모 실직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및 경영간섭과 이에 속수무책인 회사, 이런 행태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우리 자동차업체와 노조들은 GM과 도요타의 자리바꿈, 미국 자동차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에서 교훈을 얻어야만 한다. 지금과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자동차산업 종사자만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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