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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위험과 기회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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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권

지난 2월말 중국 증시 폭락의 충격으로 급락했던 아시아 증시가 3월 5일 동반 폭락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주가가 급락하고 원·엔 환율이 하루에 21원 이상 급등하면서 6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증시의 폭락과 함께 미국, 유럽 등의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아시아 증시는 나흘간 급락세를 지속하다 3월 6일 닷새 만에 반등했으나 중국발 쇼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데는 중국 정부의 긴축경제 선언, 미국경제의 성장 둔화와 주택경기 부진에 따른 금융부실 우려 등의 원인도 있지만, 주범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이다.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는 10년간 지속된 일본의 제로금리로 인해 가능했다. 전 세계 엔 캐리 자금 규모는 최소 2,000억 달러에서 최고 1조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으로 주식, 부동산, 원자재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산거품이 발생한 데에 엔 캐리 거래의 성행이 작용해온 것이다.


중국 증시가 폭락하자 엔화 차입 투자자들은 이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신호탄으로 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증시 과열을 부추긴 앤 캐리 청산이 시작되면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본 것이다. 그 동안의 차익을 실현하여 엔화로 빌린 자금을 갚으려는 것은 그 다음 수순이 된다. 지난 수년간 엔 캐리 트레이드는 엔화 약세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계금융시장에 저금리의 엔화가 대량 공급되니 엔화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엔 캐리 청산이 시작되면 반대로 엔화 강세 요인을 작용하게 될 것이다. 중국발 아시아 증시 동반폭락으로 엔화가 초강세로 돌변한 까닭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일본의 경제회생 대책은 초저금리와 엔화약세 전략이었다. 제로금리는 일본의 국내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큰 효과가 없었으나 엔 캐리 거래로 인한 횡재를 얻었다. 엔 캐리 거래의 확대 덕분에 엔화약세가 발생, 일본 기업들의 수출 가격경쟁력이 제고되는 엄청난 반사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앤 캐리 덕분에 일본은 국내에서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막대한 유동성을 해외로 돌려 엄청난 투자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은 상품수지 흑자보다 소득수지 흑자가 더 많은 이상적인 국제수지구조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반면에 엔 캐리 거래는 지나친 엔화약세라는 부작용을 낳아 국제사회의 원성을 샀다. 미국은 미일관계의 순항을 고려해 엔화약세를 묵인해 왔으나,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의 반발이 거셌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국내경기의 회복세 가시화 등을 이유로 일본은 지난 2월 금리를 인상했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했으나 미국 5.25%, 유럽 3.5%에 비해 0.5%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금리차로는 엔 캐리가 청산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일간 금리차가 3% 이내로 좁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일본경제의 회복세에 비추어 지나치게 저평가되어온 엔화시세가 정상적인 수준을 회복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재의 미일간 금리차에서도 달러당 113엔 이하의 엔화환율이면 엔 캐리의 이익은 거의 사라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엔 캐리 거래의 지속여부는 엔화강세의 장기적인 지속여부와 미국과 일본의 금리정책의 향방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신흥시장의 주식투자 수익률 급락도 엔 캐리 청산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엔 캐리 청산이 본격화되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올 하반기쯤 미국이 금리인하, 일본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엔화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확대는 엔화약세 및 원화강세 압력으로 작용해 우리나라의 수출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되어왔다. 엔 캐리를 활용한 일부 엔화대출 자금이 집값폭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엔 캐리 자금에 의한 증시부양효과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앤 캐리 트레이드가 당장 청산되지는 않더라도 그 세력이 약화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득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엔·원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회복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과열되었던 한국 증시로 유입될 경우 주가반등도 기대해볼 수 있다. 반면에 지난해 엔화대출자금에 의한 부동산투자가 급증한 만큼 엔화강세 전환은 부동산시장을 냉각시키거나 내수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엔 캐리 청산에 따른 신흥시장의 금융 혼란과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거시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 엔화대출에 따른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기업과 개인의 대책도 중요하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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