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2005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평가
08.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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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세제개편 안이 발표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제시된 안에서는 세제개편으로 추구할 목표를 크게 다음의 다섯 가지로 설정하고 있다. 첫째, 경제활력 회복 및 성장잠재력 확충, 둘째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한 세입기반의 확대, 셋째 고령화 및 양극화에 대응한 세제보완, 넷째 국가균형발전의 지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제간소화를 통한 납세편의 제고 등이다. 이상의 다섯 가지 목표들은 국가 경제가 지향해야할 바인 동시에, 향후 우리 세제가 나아가야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개편안의 각론에서는 열거한 다섯 가지 정책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세부 추진계획이 제시되어 있다.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개편의 내용은 대부분 충분하지는 않아도 비교적 잘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경제활력과 성장잠재력 제고에 상당한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기업구조조정의 보완, 투자촉진, 벤처활성화, 서비스 산업육성 등 경기활성화와 관련된 분야에 많이 신경 쓴 모습이다. 특히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있기는 해도, 외국자본에 대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제도를 보완, 국세체계를 국제기준에 맞게 개선한 부분은 바람직한 변화로 생각된다. 각종 비과세 및 감면제도를 축소하여 세입기반을 확대하려는 노력 역시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일몰폐지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점을 제외하면, 신용카드 소득공제혜택의 축소나 일몰기한의 도래로 각종 감면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세입기반을 보호하는 것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중·장기적 세제운용의 기본원칙과 부합한다는 측면뿐 아니라, 각종 예외조항의 남발로 지극히 복잡해진 세제를 단순화하여 알기 쉬운 세제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중산·서민층의 세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점만을 부각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작년에 이미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이 인하조정되었음을 감안하면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세율인하는 조세효율성 측면에서 상당히 바람직한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세원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세원보호 및 확대는 충실히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주세 및 LNG 세율인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잘못되었다고 비난만 하기 어렵다. 주류소비로 인한 사회적 비용, 예컨대 음주운전 사고나 음주로 인한 건강상의 위해 등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어떠한 식으로든지 우리사회가 치루어야 할 비용이라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주류를 소비하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부담해야할 비용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류세율의 인상은 서민가계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원인자부담원칙의 강조라는 차원에서 옳은 방향으로 보인다. 반면 LNG 세율인상은 이러한 원칙에 그리 부합한다고는 볼 수 없다. LNG는 휘발유·경유 등 다른 에너지 제품들에 비해 대기위해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적어도 환경적 측면에서는 중과세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제품들은 보다 큰 개념에서 접근해야할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에너지 제품은 그 특성상 단순 소비제품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즉 에너지 안보의 측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상대적 수급안정성까지도 감안해야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자면 LNG 수요조절을 통해 에너지소비구조가 편중되지 않도록 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그리 부정적으로만 볼 일도 아니다. 이외에도 간편납세제도의 도입이나 연말정산 과정을 간소화하는 방안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각론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번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는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세제개편안을 마주한 첫 느낌은 세제개편의 목표가 세수부족문제의 해결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었다. 근로소득공제혜택 등의 감면축소와 주세 등의 세율인상으로 세수부족분을 일부 만회하고, 8월 31일 발표된 부동산 보유세 및 거래세의 대폭적인 인상을 통해 세수부족 문제에 대응하려 했다는 관련보도를 보면, 이러한 느낌이 전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자면 결국 이번 세제개편은 세수예측의 실패를 세금부담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즉 각론에서는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보다 큰 그림에서 보면 납세자 입장에서 순순히 수긍하기 어려운 크나 큰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 즉 세수부족의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가? 당연하게도 세수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세수예측은 경제성장에 대한 예상을 토대로 수행되는데, 세수예측의 오류는 바로 우리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극심한 내수 및 투자 부진으로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뚜렷한 조짐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에 대해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바람에, 그것도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되어야 할 세수예측부분에서 오류를 저지른 것이다. 작년에도 세수부족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이런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마치 돈 들어갈 곳은 이것저것 다 챙겨놓고, 막상 쓸 돈을 구하지 못한 꼴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오류를 해소하고자한 방법이다. 세수가 부족하다면 먼저 세출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선행되는 것이 옳다. 돈이 없다면 안 쓰고 아껴 써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불요불급한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연기나 축소를 고려해야하고, 낭비요인도 줄이는 등 재정운영의 효율을 제고시키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채 세입증가만으로 대응하려고 한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세금을 더 걷겠다는 대상이 상대적으로 저항이 덜한 성실한 납세계층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은, 집행당국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행정편의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