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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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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규제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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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준

지난 5월, 국무총리가 주재한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서 경기도지사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진입을 금지하는 규제에 대하여 첨단업종을 영위하는 대기업만이라도 수도권 투자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경기도와 이에 반대하는 중앙정부간의 설전 끝에 일어난 일이다.


최근 176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방침이 확정되고 난 후 수도권 규제완화를 둘러싼 중앙정부와 수도권 지자체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중앙정부는 전 국토의 균형발전을 온전히 이루어내려면 행정도시 건설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야 수도권 규제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경기도 등 수도권 지자체와 기업들은 수도권 규제가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당장 4조원의 대기업 투자가 수도권 규제로 묶여 있는 만큼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수도권 규제는 균형발전의 전제조건?


우리 정부는 ‘지역간의 고른 발전’이 사회통합과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인식하에 ‘국가균형발전’을 최고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균형발전의 전제조건으로 「수도권 규제」가 있다.


수도권 규제는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전제하에 공장, 공공청사, 대학, 대형건물 등의 입지를 금지 또는 제한한다. 또한 일정규모 이상의 택지조성, 공업용지조성, 관광지조성, 도시개발 등 대규모개발사업도 제약을 받는다. 이외에도 수도권 소재 기업은 지방세가 중과세되고 조세지원도 배제되는 등 차별을 받는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진입을 금지하는 규제이다. 외국인투자기업은 첨단업종(25개)에 한해 수도권에 공장 ‘신설’이 가능한데 국내 대기업은 공장 ‘증설’조차 제한되는 것이다.


이렇게 수도권을 규제하는 이유는 수도권으로의 자본집중을 막으면 그것이 다른 지방으로 가기 때문에 소득의 분배가 평등해져서 지역간 균형있는 발전이 이루어지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시장개방이 되지 않은 폐쇄경제라면, 마치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볼록해지는 것처럼 수도권 규제가 지방으로의 자본이전을 유도할 수 있겠으나 그것도 최적의 입지를 누리지 못하는 데 따른 만만찮은 비용을 대가로 한다.


자본이전 효과 없이 국가경쟁력만 약화


그러나 지금과 같이 개방된 국제경제 체제하에서는 이처럼 수도권의 입지규제가 자본의 지역분산을 가져오지 않는다. 기업이 국내에서 최적의 투자대상 지역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투자를 하지 않거나, 아니면 해외투자를 통해 자본이 유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피해사례 연구에 따르면, 총량규제로 인해 수도권 공장건축이 무산된 시점에서 대부분(81%)의 기업들은 장래에 다시 신청하기로 하였으며, 17%가 사업을 포기, 축소하거나 해외이전을 추진하였고, 단지 2%만이 지방이전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자본의 경우에는 더더욱 지방으로 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아예 국내에 유입되지도 않는다. 덴마크의 세계적 완구기업인 Lego그룹은 1997년부터 경기도 이천지역에 20만평 규모의 세계적 테마파크를 2억불을 들여 설치하려고 했으나 수도권 입지규제에 막혀 결국 좌절되었다. 이천에 들어오려 했던 그 테마파크는 2002년 독일 뮌헨 인근에 Lego-Land라는 이름으로 세워져 한해 130만명의 유럽인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땅을 치고 안타까워 해봐도 소용없겠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런 사례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도권 규제를 피하기 위해 외국인투자지분을 조정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04년 착공된 LG필립스 공장을 비롯하여 국가성장산업으로 꼽히는 LCD단지 구축이 경기도 파주에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이 단지에 입주해야 할 협력업체들이 대기업 계열사라는 이유로 수도권 규제에 막혀 입주가 금지되는 바람에 이들 기업 3조5천억원의 투자가 규제가 풀릴 때까지 막연히 기다려야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에 따른 폐해는 고스란히 국가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기업의 입지와 관련한 금전적 비용이나 시간적 손실, 외국자본 유치실패와 국내기업의 투자지체 뿐만이 아니다. 수도권내 공업용지를 축소하고 공장설립을 제한하다보니 생존권 차원의 영세한 무등록공장이 양산되는 부작용도 생겨났다. 2005년 현재 약 2만개의 영세 무등록공장이 수도권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에 정책의 중점을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 사는’ 균형발전은 매력적인 정치구호인 동시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정책목표이다. 지역간의 격차가 엄연한 상태에서 수도권 규제를 풀면 사람과 자본이 서울로만 몰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방은 영원히 발전하지 못하리라는 데 정부의 깊은 고민이 있다. 하지만 규제를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려는 시도는 국가경쟁력의 저하만을 초래하였다는 것이 선진 외국의 공통된 경험이다. 지역균형발전은 행정적, 재정적 분권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수도권 집중 억제를 통해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런던과 파리는 이미 1980년대 중반에 수도권 억제책을 포기하고 로마,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브뤼셀 등 유럽 각국의 수도들에 맞서 유럽연합(EU)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강력한 집중전략을 다시 펴고 있다. 일본 또한 2002년에 수도권공업제한법을 폐지하고 동경의 경쟁력이 일본의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도시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서 분산정책의 모범사례로 꼽고 있는 프랑스의 DATAR(국토지역개발기획단)는 2002년에 지역균형발전을 정책목표에서 삭제한 바 있다. 이런 변화의 배경은 지역격차의 현저한 완화가 아니라 유럽통합 등 심화되는 국제경쟁의 여건변화에 대응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현실인식이었다.


향후의 국가경쟁력은 대도시의 경쟁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세계도시와 경쟁할 만한 능력과 여건을 갖춘 곳은 당분간 수도권일 수밖에 없음이 분명하다면 앞으로의 수도권 정책은 여타 국제도시에 비교우위를 가지는 경쟁력 확보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직적인 산업입지규제를 풀고 시장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러운 산업집적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우리 수도권에 대한 고집스런 규제가 동경, 북경, 상해 등 이웃나라 대도시들에게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이제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임상준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국무총리실 서기관, monticell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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