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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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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기업도시는 규제개혁의 인큐베이터 되어야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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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준

지난 2004년 12월 국회는 민간 기업이 자급자족적 복합도시를 주도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올해 4월부터 기업도시 시범사업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기업도시특별법은 제정과정에서 시민단체와 이해관계집단의 반발로 법 제정 취지가 심하게 훼손되어 과연 기업도시가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나름대로 파격적 규제완화를 담았던 정부초안이 국회로 가면서 이런저런 규제들이 되살아나는 바람에 참여의사를 밝혔던 기업들이 외면할 정도로 투자 인센티브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투자유인이나 규제완화 없어


기업도시의 목적은 공장, R&D센터, 유통시설 등 산업시설은 물론 주거, 교육, 의료, 문화, 체육 등 정주시설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업의 주도’하에 개발하여 도시를 자족형으로 건설하려는데 있다. 특히 연관산업과 연구기관 등 지원시설을 지리적으로 집중시켜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근로자는 물론 입주자들의 자족이 보장되는 살기좋은 성장거점도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기업도시는 대폭적 규제완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특별법은 개발기업에 대한 투자유인이나 기업활동의 규제완화라는 차원에서 기존 관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개발이익 환수 등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퇴보하는 측면도 보여진다.


우선, 현행 개발이익환수법이 개발이익의 25%만 환수하는 것에 비해 특별법(§8)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적정한 개발이익을 초과한 경우 이를 재투자하게 하고, 나머지 개발이익은 국가나 지자체에 무상양여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규정에는 없지만 건교부는 지역의 낙후도에 따라 개발이익을 25~100%까지 차등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도시 건설은 최소한 10년 이상 소요되는 방대한 프로젝트이다. 더구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유로 수도권과 충청권을 벗어난 낙후지역에 기업도시 건설을 한정하고 있어 개발이익 자체가 발생할 지도 불분명하다. 투자를 유인하고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기업도시 건설을 개발이익 환수에서부터 시작해서는 기업의 참여를 기대할 수 없다.


또한 특별법은 기업도시의 유형별 최소규모(§6)와 토지의 직접사용 비율(§16)을 규정하고, 출자총액제한도 현행제도상의 예외만을 인정(§32)하는 등 각종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경제계에서 요구한 근로자파견대상 확대 등 노동부문의 규제완화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외국교육기관의 전문대 이상 학교설립 특례만을 규정(§38)했을 뿐 영리법인이나 외국인의 교육 의료기관 설립 허용방안이 대부분 무산된 점은, 고품질의 교육 의료서비스 제공 등 정주환경의 차별화가 기업도시 성공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에서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업도시는 규제자유지역의 실험장


기업도시 개발은 기존 제도(규제)를 가지고는 기업들의 투자를 유인해 낼 수는 없다는 인식에 정부도 동의하여 추진된 것이다. 따라서 기업도시는 원칙적으로 규제자유지역의 형태를 띠는 것이 타당하다. 경제규제는 물론이고 노사, 교육, 의료, 체육시설 관련 등 모든 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하는 것이다. 그간의 해외 벤치마킹 사례를 보면 성공한 도시들의 한결같은 특징은 기업들이 이 지역에 진출할 때 규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기업도시의 대명사로 알려진 도요타시, 핀란드의 울루, 스웨덴의 시스타 과학도시 등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규제자유지역으로서의 기업도시는 투자를 통한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개발을 통한 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기대된다. 지난 30여 년간 정부는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막대한 정부자금을 투입하였으나 그 비용에 비해 정책의 효과가 얼마나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균형발전은 정치적 이상을 간직한 정책목표이지만 중앙정부의 일률적 지역지원정책은 마치 블랙홀과도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최근 지역균형발전 전략의 하나로 균형선도도시(pilot city)의 개념이 자주 인용된다. 균형선도도시는 국토균형발전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강력한 지방 거점도시를 말한다. 이는 산업, 교육, 문화, 거주, 상업기능 등 삶의 질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최상의 기능이 함께 갖추어진 거점 도시를 만들어 그곳으로 인구를 자연스럽게 유입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기업도시는 이러한 균형선도도시로서의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건설에 투자할 기업의 인센티브를 높이는 과감한 규제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업도시가 규제자유지역이 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것이 규제개혁의 실험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토지, 교육, 의료, 문화, 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규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것은 너무 어렵다. 따라서 기업도시 내에서만이라도 규제를 일괄 배제하여 규제개혁으로 인한 효과를 판단할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기업도시의 규제자유지역화는 앞으로 진행될 국가 전체적인 규제개혁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여타 도시간의 경쟁을 자극하여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2002년 이후 지방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규제자유지역(special zone)의 설치에 총력을 기울여 2004년 현재 164개의 특구를 승인하고 특구내의 각종 규제를 대폭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의 기업도시 건설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중앙정부의 획일적 규제를 유지한 채 몇 가지의 지엽적인 개선만으로는 기업도시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절실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기업도시 건설을 구체화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제정이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인센티브 제고와 각종 규제 배제가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이 향후 기업도시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임상준 (국무총리실 서기관,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monticell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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