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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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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규제개혁, 이번에는 제대로 하자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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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준

정부가 지난 8월 27일 국무총리실 산하에 규제개혁기획단을 출범시키고 기존규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작업에 돌입하였다. 오는 2006년 7월까지 2년 동안의 시한을 정해 7,800여건의 기존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집중 재검토하고 핵심규제와 덩어리규제 등에 대한 과제별 개혁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 작업을 수행할 규제개혁기획단에는 전경련 등 경제단체 뿐만 아니라 삼성 등 10대 그룹의 실무자들을 직접 참여시켜 수요자인 피규제자 입장에서 규제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추진회의를 신설하여 정치적인 결정이 필요한 규제에 대하여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등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도 국회 규제개혁특별위원회 설치와 각 정당의 규제개혁추진기구 발족으로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 화답하고 있어 기업과 국민이 이번 규제개혁에 거는 기대가 무척이나 크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규제개혁을 정책의 우선과제로 잡은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규제개혁은 단순히 기업의 부담을 줄여 경제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은 민주화와 시장경제체제 확립이라는 우리 사회의 숙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도개혁이요 시스템 개혁의 수단이다.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인 부패 척결은 물론 행정업무 혁신이나 정부조직 개편도 규제개혁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규제개혁은 至難한 과제


그간 많은 규제가 폐지되거나 정비되었지만 규제개혁이 아직 미흡하다는 데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다. 거의 모든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추진했음에도 그 성과가 미미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간의 규제개혁이 소위 정책적 규제와 같은 핵심규제들을 정비하지 못한 채 지엽적인 사안 위주의 규제완화에 그쳤고, 여러 부처가 관련된 중복규제의 개혁이 부처의 반대에 부딪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데 있다. 또한 정부조직이나 기능이 달라진 대내외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 데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0여 년간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규제개혁은 원래 지난한 과제이다. 생색을 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공익을 명분으로 규제를 만들어내고 집행하는 관료와 규제로 인해 혜택을 보는 집단의 반발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다.


지금 남아있는 규제 7,800여건은 1998~1999년의 대대적인 일제정비과정에서 나름대로 존치필요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들 규제의 개혁을 위해서는 부처와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과 설득논리가 필요한데 대통령의 지원을 통해 추진력은 확보할 수 있다 해도 이들을 제압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하고 새로운 실증적 논리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대기업규제 등 대부분의 핵심규제가 참여정부의 경제철학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규제개혁 과정이 결코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규제개혁을 하려면


이번 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어떤 접근방식을 취해야 할까? 첫째,「선택과 집중」의 전략이다. 2년간 모든 규제를 정비하려고 한다면 이번 역시 또 하나의 피상적 개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 분야에 걸친 백화점식 개혁보다는 소수의 특정분야에 규제개혁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야는 규제개혁의 파급효과가 크고 기업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바람직할 것이다. 10개도 좋고 5개도 좋다. 이렇게 선정된 과제에 대하여는 규제의 시작과 끝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깊이 있게 파헤쳐 무엇이 문제인가를 규명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지난 8월 27일 규제개혁추진회의에서 대통령이 “건수 위주의 개혁은 지양하고 핵심과제 중심으로 개혁하되 유사규제를 일괄적으로 개혁하라”고 지적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취지일 것이다.


둘째, 앞으로의 규제개혁은「규제의 재설계」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우리 규제는 규제의 양이 많다는 데에도 문제가 있지만 규제의 질적 수준이 낮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유사한 법률이 몇 개씩 존재하고 대내외 환경이 크게 변하였는데도 기존의 규제가 전혀 달라지지 않는 것은 우리 정부조직의 경직된 업무처리시스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복잡한 규제절차를 간소화하고 투명화하여 규제의 질을 높이는 재설계(redesign) 작업은 규제의 존폐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방지하고 비규제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유용하다. 참여정부는 각 부처에 혁신담당관을 두고 부처별 업무처리절차의 재구축(BPR)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므로, 규제 재설계와 연계하여 추진하기가 훨씬 더 용이할 것이다.


셋째,「수요자 중심」의 규제개혁이어야 한다. 이제 규제개혁의 대상과제는 상당히 좁혀져 있다. 기업이나 국민들이 몇 년간 반복적으로 개혁을 요구하는 규제들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이들 과제에 대한 수요자의 요구를 계속 물리치기 보다는 왜 이들 규제가 수요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되는지를 파악하고, 수요자들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수요자가 요구하는 방식으로의 개선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다른 방법으로라도 규제를 푸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대안이 없는 정책이나 규제는 없다.


향후 2년 동안 모든 규제를 개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에 규제개혁의 성공적인 사례를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향후 규제개혁의 관건이 될 것이다. 멋들어진 규제개혁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이 같은 사례가 다른 분야의 규제개혁에도 파급될 수 있는 전기를 이번 기회를 통하여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임상준 (국무총리실 서기관,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monticell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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