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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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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신용카드회사 감독에 대한 제언

08.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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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석

감사원이 카드사태에 대한 감사를 끝내고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및 금융감독원(금감원)에 그 책임을 묻고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재경부와 규제개혁위원회에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특히 감사원은 금융감독당국이 카드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함으로써, 신용카드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을 당연시하고 있다. 현재 감사원의 감사를 계기로 금융감독체계의 개혁안에 대해 정부와 금감원이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카드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신용카드회사들에 대한 조기경보체제까지 갖추기로 했다. 이 시점에서 신용카드사의 특성과 신용카드사에 대한 금융감독의 적절성 여부를 재검토 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에 침체에 빠진 내수부양과 세수증가를 목적으로, 1999년 말경 연말소득공제나 영수증복권제 등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정책이 시행되었다. 그 영향으로 신용카드회사의 매출액과 기관투자가들의 카드채(CP, 회사채)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신용카드회사들이 신용위험을 소홀히 관리한 결과 신용카드의 연체율은 2000년 12월말 3.3%에서 2003년 12월말 14.1%로 3배 가까이 폭증했고, 수익측면에서도 2003년 10.5조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정부는 신용카드회사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감독기준을 높였으나, 신용카드회사의 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일부 신용카드회사들은 모회사에 합병되거나 모회사의 지원을 통해 회생절차를 밟고 있고, 부실규모가 가장 컸던 모 신용카드회사는 정부지원으로 회생절차를 밟고 있지만 부실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신용카드회사는 불특정다수로부터 투자자금을 받지 않는 여신전문금융회사로서 일반기업과 그 성격이 같다. 신용카드회사는 자본금과 함께 카드채를 판매한 자금을 재원으로 하여 일반인에게 신용상품을 판매한다. 이 상품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대부분 투자신탁회사와 같은 기관투자자로서, 이들은 투자위험을 잘 인식하고 투자대상의 행동을 직접 감시하며 투자손실에 대해서는 직접 책임지는 경제주체들이다. 그러므로 신용카드회사가 신용을 잘못 판매해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이론에 의하면 예금이나 신탁에서처럼 투자자가 불특정 다수일 경우에만, 금융감독기구가 불특정 다수를 대신해서 투자대상기관을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신용카드회사의 경우에는 금융감독당국의 감독대상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일반예금을 받지 않는 신용카드회사가 금융감독당국의 규제를 받는 경우는 일반회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증권발행이나 공시에 대한 신고 정도로 한정되어야 한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지방정부가 예금을 받지 않는 신용카드회사는 지방정부의 감독을 받게 되어 있지만, 그에 대한 감독규정은 거의 없다. 신용카드회사와 투자자들의 이러한 특성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신용카드회사를 마치 일반은행처럼 감독하는 일은 경제의 건전성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카드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신용카드회사는 신용위험을 관리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여 외형확대에만 주력했다. 또한 신용카드회사들은 매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금리의 카드채를 발행했고, 투자위험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고수익투자기회를 찾던 기관투자자들은 카드채에 투자했다. 그 결과는 자명한 것이었다. 위험관리나 투자손실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는 기관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부의 이에 대한 대책은 해당주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것이었다. 부실카드회사를 퇴출시키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금융시장 교란을 방지한다는 구실로 신용카드회사들과 부실투자자인 기관투자자들을 지원한 것이다. 이런 식의 정부개입은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더욱 조장함으로써 계속적인 금융부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금융부실은 정부가 키워가고 있는 셈인 것이다.


이런 점 외에도 정부가 카드사태에 개입한 이유가 금융시장교란의 예방을 위해서라는 것도 대우사태를 비추어보면, 정당한 이유는 될 수 없다. 시장에서 퇴출되었던 대우의 부실규모는 부실카드회사들의 부실규모를 크게 상회했다. 대우 투자자의 구성도 특정투자자로서 부실카드회사들의 그것과 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부실카드회사들의 퇴출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대우의 퇴출이 미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적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는 시장에서 퇴출된 반면 부실카드회사들은 정부개입에 의해 처리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회사를 감독할 경제적 논리가 없으며, 신용카드회사의 경영전략에도 간섭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번 카드사태와 관련하여 금융감독당국의 잘못은 감독의 불성실에 있지 않다. 오히려 감독기준을 상향 설정한 것이 잘못된 것이다. 또한 규제개혁위원회도 신용카드회사의 경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일 뿐, 그것에 따라 경영전략을 수립한 것은 신용카드회사인 것이다. 규제개혁위원회는 규제내용의 본질을 가지고 규제를 심사하지, 경제상황의 변화 속에서 규제의 의미를 고려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규제개혁위원회도 신용카드회사 문제에 대해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 오히려 해당 신용카드회사의 주식이나 카드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잘못 투자한 것이며, 이들의 손실분을 대신 책임져준 정부가 잘못한 것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회사에 대한 감독을 계속하는 것 뿐만 아니라, 조기경보체제까지 갖추겠다고 한다. 이것은 자원낭비이자 과잉행동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정작 엄격하게 감독해야 할 대상은, 현재 제도상 불특정다수의 투자자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신탁자금을 위험관리 없이 카드채에 과다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이다. 정부가 부실카드회사를 퇴출시키지 않고 개입하여 해결하는 것은 정부와 금융계의 일종의 담합으로서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는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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