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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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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주가가 상승해야 경제가 좋다?

08.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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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석

2005년 초 주가는 1,000포인트를 돌파했고 연말에 이르러서는 1,300포인트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여러 경제연구소에서도 가계부채 때문에 얼어붙었던 민간소비심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주가의 상승은 반드시 경제에 이로운 것인가? 경제학에서의 부의 효과(Wealth Effect: 주식을 포함한 자산가치의 증가가 투자자의 부의 증가를 의미하고, 이것이 다시 소비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에 의하면 그럴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주가의 상승과 소위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의 개선이 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상승하던 주가가 특정시점에 이르러 폭락하고, 정보력이 부족한 일반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며, 심지어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지게 되는 경우들이 있었다.

주가의 거품과 튤립 사례


주가와 경제의 펀더멘털 사이에 지나친 괴리가 발생할 때 주가에 거품이 있다고 말한다. 자산가격 거품현상의 예로 자주 인용되는 것이 1600년대에 네덜란드에서 발생했던 희귀종 튤립구근 가격의 폭등이다. 아름다운 희귀종 튤립구근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자들의 수집품이 되었고, 부동산이나 말 혹은 보석 등과 교환되기도 했다. 투기자본이 튤립구근 거래에 참여하게 되고 점차 희귀종 튤립구근 투자 열풍이 불게 되자, 일반투자자들도 부동산과 기타 자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자금을 모두 희귀종 튤립구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1673년 튤립구근의 가격은 정점에 도달했고, 이후 튤립구근의 가격이 폭락하여 최고가격의 1/100 미만에 팔리게 되었다. 그 결과 수많은 투자자들이 파산에 이르렀고, 곧 경제 전반에 장기불황이 시작되었다.


자산가격 거품의 또다른 예는 미국의 경우와 같이 우리나라의 기술주 거품현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99년 정부의 벤처육성정책에 따라 기술주의 가격폭등현상이 있었다. 그 당시 코스닥 열풍에 힘입어 성장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불량한 코스닥 등록기업들에도 이른바 ‘묻지마’ 식의 투자가 횡행했다. 그런데 2000년 3월을 정점으로 코스닥지수가 1/9 정도로 급락한 이후 장기적인 기술주 불황이 몇 년간 계속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부족한 일반투자자들의 대다수가 파산하였다. 이것이 최근 가계부채 문제에 일조를 했을지도 모른다.


정치적 의도에 의한 인위적 주가부양의 폐해


이렇게 주가상승의 폐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주가상승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집권기간 동안 주가상승을 유도하려 한다. 정부는 경제주체의 심리를 선도하는 주가지수의 역할을 중시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 경제정책의 성공을 가늠하는 시금석의 하나로 간주해 왔기 때문이다. 즉 주가지수가 상승하면 기업은 경제가 개선된다고 예측하여 향후 투자를 확대하게 되고, 소비자는 미래에 자신의 소득이 증가한다고 예측하여 소비를 증가시키게 된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경제낙관론이 대두되고 정부의 경제정책은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주가가 경제의 펀더멘털에 의해 상승한다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사실 정부는 필요할 때마다 연기금을 이용하고 직·간접으로 투신사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주가를 상승시켜 왔다. 최근에는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를 공식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주가지수의 상승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국민연금 고갈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고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국민연금을 주식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이고 독립된 운용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자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재정적 방법을 포함한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주가를 부양시킨다면, 경제주체의 경제예측을 오도할 수 있고 주가와 경제의 펀더멘털 사이에는 괴리가 발생하기 쉽다. 확장적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사용하여 주가지수를 계속 상승시키게 되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성장성과 지속성을 갖지 못한 기업도 창업을 하고 주식시장으로 자본이 몰리게 된다. 여기에는 단기적으로 투자수익을 얻으려는 투기자본도 가세하게 된다. 기업가치에 따라 투자하는 현명한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주위에 주식으로 높은 수익을 얻은 투자자가 많게 되면 자신의 기준을 버리고 비이성적인 투자를 하기가 쉽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주가지수는 펀더멘털과 상당한 괴리를 일으키고 특정 시점에 이르러서 주가지수는 조정을 겪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조정방법은 괴리의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그 정도가 심하면 주식폭락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주가가 폭등한다고 해서 펀더멘털과의 괴리 때문에 반드시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주가가 폭락한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가 잘못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주가의 지속적인 상승 후에는 주가가 폭락하고 주식폭락은 기업파산과 개인파산을 양산하게 된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금융시장은 위축되고 경제도 불황으로 빠지게 된다.


인위적인 주가부양, 시장의 가격기능을 저해한다


부동산가격의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상승과 소득분배의 양극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와는 달리 정부는 주가지수 상승을 환영한다. 주가지수가 상승하게 되면 경제에 대한 국민의 심리가 우호적으로 바뀌고, 이것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상승은 앞에서 언급한 폐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주가는 기업가격이므로 주가의 상승도 부동산가격 상승과 똑같이 소득분배의 양극화, 물가불안 등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주가를 부양하는 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물가상승을 촉진하고 자원배분을 왜곡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가격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는 주가부양 정책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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