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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FTA, 이렇게 어려운데 왜 더 확대해야 하나?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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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국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되돌아올 혜택보다 작다면 이를 반대할 경제전문가는 없다. 일반 국민들도 대체로 같은 견해일 것이다. 국내외 여러 전문기관은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을 때 얻는 이득이 많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예상비용에 대한 ‘정치·경제·문화적 종속 내지 예속’이라는 관점을 부각시켜 정서적으로 ‘과대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런 논리의 한미 FTA 반대집단이 ‘종속, 예속 강화’ 개연성이 훨씬 큰 결혼제도에는 왜 반대운동을 하지 않는지 의문이 든다.

큰 혜택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의 反FTA 정서 더 강할까?

두 나라 사이의 교역이 늘었을 때 대체로 시장이 큰 나라가 작은 나라에 잠재적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게 된다. 각각 상대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을 1%p 올린다고 했을 때 큰 시장의 1%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일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에 비해 작은 것을 감안하면 GDP 대비 혜택, 혹은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오는 후생 혜택은 훨씬 더 크다 하겠다.

역설적으로 한국의 경제 및 소득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한국 내 FTA 피해 그룹의 소득대비 피해액이 많고 후생감소 효과가 커서 반대운동이 극렬할지 모른다. 이런 상대적 차이가 한국에서는 부분적으로 강도 높은 반대운동이 진행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가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미국 내 여론도 쌍수를 들고 반기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많은 국민들이 외국과의 무역 확대를 일자리 불안과 연결시키고 있다. 2006년 시카고국제문제협회(CCGA; Chicago Councils on Global Affairs)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이 미국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된다고 나타났고, 미국의 경우 30%의 응답자만이 무역이 일자리 안정에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5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36%인 반면 43%가 피해 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정부의 조치가 있을 경우 무역장벽 제거를 위한 협정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이렇게 극심한 반대운동이 벌어질까? 앞서 살핀 상대적 피해규모 과다 가능성 외에도 최소한 두 가지의 중요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첫째, 경제내의 근본적인 경직성에 기인하여 산업간 자원의 재배치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일 것이다. 이는 인력자원의 원활한 재배치를 어렵게 해서 산업구조의 변화를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사활의 문제로 만들고 있다. 전국의 대부분을 농지로 규정하여 전용을 엄격히 관리하는 규제체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현실에 대응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둘째, 그 동안 임금 등 보수와 경제주체들의 가치창출과의 관계가 느슨하여 생산성과 무관한 추가보수, 혹은 지대(rent)가 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이 한미 FTA의 긍정적 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다. 그런데 자동차 회사 근로자들이 반대에 앞장서는 것은 의아한 일인데 향후 생산성의 역할이 더 부각되면서 그 동안 존재했던 생산성과 무관한 지대가 증발할 가능성에 대한 반발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법률시장에서의 사법고시라는 진입장벽이 난공불락인 것에 대해서도 비슷한 해석이 존재한다.

왜 지속적인 시장 개방 확대가 바람직한가?

미국 UCLA의 Jared Diamond 교수의 저서 Guns, Germs, and Steel은 인류 역사를 길게 보아 집단이나 국가가 긴 시간에 걸쳐 외부로부터 격리되었을 때 겪는 불이익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격리상황이 기술퇴보로 이어지는 예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제압했던 조총이 더 개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칼을 쓰는 무사계층의 이익에 상충되는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개화기까지 200년 가까이 총기생산이 중단되고 관련 기술이 퇴화되었다고 한다. 폐쇄된, 더 정확히 내부지향 우선의 경로가 낳은 한 결과이다.

개방된 경쟁이 사회적 변화를 초래하는 효과는 매우 크다. 다인종 사회인 미국은 잠재적으로 인종차별 문제의 소지가 큰 곳이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 보아 다양한 인종(및 여성들)이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치열한 경쟁이 점점 인종과 성별 구분이 없는 능력위주의 사회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기업이 이익을 내고 살아남기 위해서 사장은 자신과 인종(人種)이나 성(性)이 다를지언정 사업잘하는 사람을 부사장으로 기용해야 되는 상황인 것이다.

단일 인종으로 구성된 한국에서 아직도 혈연, 지연, 학연 등의 문제가 적지 않게 부각되고 있는 것은 경제나 사회의 대외개방과 경쟁정도가 낮다는 방증이다. 왜냐하면 국내 주체들 간의 경쟁에서 도움이 되지만 국경에서 끊기는 각종의 연(緣)이 개개인 고유의 능력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면 국가경쟁력은 손해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다국적 기업화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들에서도 외국인 임직원들 비중이 낮은데, 이는 새로운 시장 개척과 같은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외경쟁에 비해 대내적인 경쟁이 우선시 되면 사후적으로 보아 그 집단의 대외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이상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폐쇄된 일본에서 소수 무사계층이 신병기 소총을 퇴화시키는 것과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개방의 확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데 중요하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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