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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먹튀자본’, 과연 논란의 대상이어야 하나?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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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자본이 국내에 투자한 후 많은 수익을 챙겨서 떠난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먹튀(먹고 튄다)자본’이 또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외환은행 및 극동건설 등을 인수했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주식양도를 통해 막대한 차익을 챙겨 떠날 것 같다는 보도가 있었다. 잇달아 우리 정부가 론스타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방침을 정하고 다방면으로 과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국부유출 방지 등의 명분을 위해 국가 간에 체결된 조세조약에 의해 세금을 부과하기 어려운 외국계 법인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외환은행이나 극동건설의 주식양도의 경우는 자산가치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초과하는 스타빌딩의 경우와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우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방침의 근거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론스타코리아를 론스타의 국내 고정사업장으로 판단하고 과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세청이 나서서 론스타코리아가 벨기에나 미국 소재의 론스타 사모펀드를 대신하여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그 권한을 반복적으로 행사했는지 여부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론스타는 법인세법과 국가 간 조세조약에 명시된 바와 같이, 한국기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론스타코리아의 역할을 벨기에나 미국 소재의 론스타 법인의 사업 수행상 예비적이며 보조적인 성격에 불과할 뿐 고정사업장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결국 론스타코리아가 해외에 소재한 론스타라는 법인의 국내 고정사업장이라고 입증할만한 증거를 국세청이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지에 따라 과세 가능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게다가 국세청의 노력으로 론스타코리아가 해외에 소재한 론스타 사모펀드의 국내 고정사업장이라는 증거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론스타코리아에 과세할 수 있는 소득은 해외에 소재한 론스타 펀드의 자산을 관리운용한데 대한 성과보수로 론스타코리아에 귀속된 소득으로만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론스타 사모펀드의 주식양도차익 전부가 과세대상이 아니라 론스타 해외법인을 대신하여 론스타코리아가 론스타 해외법인의 자산을 대신 운용해 준 대가로 받은 성과보수만이 과세대상이 되어 과세 실효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벨기에처럼 조세조약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지역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내에 투자하고 수익을 챙기는 경우 실질적인 수익의 소유자는 해당 조세조약 국가의 거주자로 볼 수 없다는 수익의 실질적인 소유자 개념을 고려하는 경우이다. 과거 쌍용투자증권을 인수한 후 신한증권에 되팔아서 2천억 원 가량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 H&Q아시아퍼시픽의 경우에 국세청이 실질적 수익의 소유자 개념을 적용하여 과세를 시도하였으나 세금 추징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H&Q아시아퍼시픽 관계자에 따르면 추징 세액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고 단지 실질적인 수익의 소유자 개념에 대한 법리적인 해석에 이견이 있었다는 것만 확인된다고 알려졌다. 벨기에나 미국이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산가치의 50% 이상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법인의 주식 거래가 아닌 경우 우리에게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권한은 없다. 벨기에의 론스타 관련 법인이 페이퍼컴퍼니이고 국내 외환은행 등의 주식매각 차익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벨기에의 거주자가 아닌 미국의 거주자라고 본다면 론스타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권한은 미국 IRS(Internal Revenue Service)에 있다. 수익의 실질적 소유자 개념을 적용하는 경우 우리 스스로 우리에게 과세권이 없음을 보여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한 과세로 조세 수입이 늘고 국부 유출이 방지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관련법 적용의 실질적인 어려움이나 과세표준의 현저한 감소 등으로 과세의 실효성은 회의적이다. 고용과 기술이전을 촉진하는 양질의 외국인 직접투자만 허용하고 소위 ‘먹튀자본’은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 외국자본에 대한 국민적 합의라면 외국계 사모펀드에 가능한 모든 법 적용을 통해 엄정히 과세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또 ‘먹튀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애초부터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과거 외환카드사 문제로 인해 외환은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던 것처럼 급하게 외국자본이 필요한 시기에 ‘먹튀자본‘마저 우리에게 등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론스타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과세에 대해 미국 과세당국이 조세조약 체결국 간의 이중과세의 부당성을 이유로 상호합의 절차를 요구하는 등 양국 간의 조세 마찰이 유발될 우려도 있다. 한국계 ‘먹튀자본’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론스타와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고 수익을 얻고 있다면 우리 정부의 이러한 과세방침은 우리 기업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으며, 그때에는 우리 정부가 다른 국가의 과세당국에 이중과세 부당성 등을 이유로 상호합의 절차를 요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모순된 행동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론스타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가 가능한지, 또 얼마나 많은 세금을 추징할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 보인다. 단지 국가 간에 체결한 조세조약에 따라 처리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우리가 관심을 갖고 따져 물어야 할 것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이다. 외환은행이 정말 부실은행이었는지의 여부, 미국계 사모펀드 회사가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 특히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금산분리원칙에 의해 금융회사와 건설회사를 동시에 지배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사모펀드는 이러한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이유 등에 대한 명확한 정부의 해명이 필요하다. 또한 사모펀드의 속성상 투자기간이 직접투자에 비해 상당히 짧고 배당소득 및 주식양도차익을 극대화한 이후 떠날 것이라는 점과 조세조약에 의해 주식양도차익에 과세할 수 없다는 점들이 계약자 선정 시점에서는 문제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도 필요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전에 일본에서 탈세 혐의 등으로 세금을 추징당했던 사실이 왜 외환은행 인수자 자격심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는지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궁금하다.

‘먹튀자본’의 국적을 떠나 ‘먹고 튈 수 있는 여건’이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먹고 튀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윤 극대화’라는 기업 행동의 뿌리를 ‘적당히 벌자’로 바꾸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모든 경제주체는 시장참여에 앞서 시장의 규칙을 살펴보고 그 시장에 적용되는 규칙 안에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시장 진입 시점과 이윤을 극대화하고 다른 시장으로 이동하려는 시점에서 규칙의 해석과 적용이 크게 달라진다면, 이는 시장이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먹튀자본’을 포함한 외국자본들이 우리 시장이 불투명하다고 인식한다면 외국자본의 유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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