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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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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부동산정책과 시장의 보복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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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참여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분야가 또 있을까? 각종 부동산 안정대책을 쏟아내도 시장은 안정되기는커녕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반대로 달린 경우가 더 많았다.

부동산 정책은 과연 시장원리대로 하면 탈이 나는 것일까? 시장에 맡기면 투기와 거품이 확대되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오는가?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부동산이 왜 다른 상품과 달라야 하는가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 가령 경제학에서는 ‘아파트는 공급이 다소 경직적인 (비탄력적인) 상품일 뿐, 타 상품과 다른 속성도 없다. 공급마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경제학적 용어로 장기에는) 탄력적으로 변화한다.’고 한다.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줄어들거나, 아니면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한 경우뿐이다. 경제학에서도 거품이나 투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수요를 결정하는 요소로서 가격, 소득, 인구, 기호 이외에 이른바 기대(expectation)라는 변수도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기대에 의한 투기적 수요는 자기 주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이유든지 시장의 수급 여건에서 가격상승의 기미가 포착되면 발 빠른 수요자들이 수요에 가세하여 수급 불균형이 더 확대될 뿐이다. 투기꾼들은 어떤 의미에서 가격 상승의 주범이 아니라 종범이라고 해야 옳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서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ABC는 무엇인가? 시장원리에 근거하여 공급을 늘리는 것이 최우선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택지 공급 확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 등을 통해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축소하는 조치가 효과적일 수도 있다.

참여정부는 시장의 수급 여건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투기억제에 초점을 맞춰 세금 및 규제강화에 집중해 왔다. 참여정부의 고위 인사들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투기만 더 조장하게 되므로 오히려 재건축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재건축 규제를 강화했고 양도세, 보유세 등을 대폭 인상하였다. 한국판 부동산 경제학을 새롭게 기술해야 할 판이다.

경제학원론에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다룰 때 금과옥조처럼 다루는 부분이 있다. 가격규제와 조세가 시장에 미치는 이른바 왜곡 효과(distortion effect)가 바로 그것이다. 가격규제는 우선 시장의 효율적 자원배분에 역행한다. 시장가격에서는 가격에 따라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자원이 배분되지만, 가격규제 하에서는 정부가 정한 인위적인 배분 기준에 따라 자원이 배분되어 갖가지 비효율이 발생하게 된다. 곧 시행하게 될 청약가점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열심히 저축해서 작은 집이라도 일찍 장만한 사람보다 만 45세까지 집 한 채 장만하지 못하고 무주택자로 남아 있을수록 청약가점이 최대로 높아진다. 1억 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보다 3~4억 원짜리 전세로 사는 무주택자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제도가 과연 정당하고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격을 규제하면 공급이 장기적으로 위축되고 품질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품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정부는 건설 과정에 개입하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분양권 불법 전매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에 나서야 한다. 이처럼 가격규제에서 시작하여 품질규제, 전매 단속 등 행정규제가 늘어나는 규제의 피라미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 모두가 규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다. 처음에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규제를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불필요한 추가 규제를 남발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각종 세금이 부동산에 미치는 시장효과는 어떤가? 정부가 고가 부동산 소유주를 징벌할 목적으로 재산세를 인상하고 종부세를 신설하였다. 그러나 대부분 집주인들은 집값이나 임대료를 대폭 인상함으로써 이에 대응하고 있다. 이른바 조세의 전가현상이 부동산시장에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세의 법률적 내용은 정부가 정하나 실제 시장 효과는 수급 여건에 따라 결정된다. 강남의 부동산시장이 여전히 공급자 우위시장이라면 대부분의 조세 부담은 집주인이 아닌 매입자나 세입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고급 골프채에 특소세를 매기면, 대부분의 경우 정부 의도와 상반되게 부유층이 아니라 골프 생산업체와 그 종업원에게 세금이 전가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이다.

뿐만 아니라 급등한 양도세는 부동산시장을 사실상 마비시키고 있다. 매입자나 매도자 상호간에 거래의 이익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양도세 등 높은 거래비용 때문에 매매를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거래마비 현상은 다른 부동산 매매까지 영향을 미쳐 전국적으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최근 전국적인 부동산 거래부진 속에서 정부는 이제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량이 수반되지 않은 채 국지적인 거래가격 동향만을 가지고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었다고 단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향후 막혀 있던 부동산 거래량이 터지면서 어느 방향으로 가격이 움직이는가는 결국 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무언가 일이 꼬일 때는 원칙과 원리를 되짚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 동안의 정부 정책이 왜 기대와 달리 부동산시장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갔는지 그 원인을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정부가 갖가지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과 비강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집값 격차를 벌려놓을 때마다, 국민들은 세금폭탄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시장의 보복임을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필요하면 경제학원론을 다시 들춰보더라도, 이제는 제발 시장원리에 부합되는 부동산 정책이 나오기를 바란다.

이재우 (부산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jaewoo@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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