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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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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이랜드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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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우리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그 취지는 좋았으나 과연 우리 노동시장의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여 만들어졌는지 의문이다. 즉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법을 만들면 실제 이들이 보호를 받는지, 그리고 노동시장이 왜곡됨으로써 경제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먼저, 비정규직 근로자는 외환위기 이후 해마다 꾸준히 늘어 현재 548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나는 이유는 경영상의 이유라고 하더라도 정규직에 대한 정리해고 절차가 여전히 까다롭고 노조의 반발로 고용조정에 따른 부담이 크고, 또한 임금상승률이 생산성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등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등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에 기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비정규직 보호법은 실제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비정규직 보호입법의 근본 취지는 ‘동일 노동-동일 임금'의 차원에서 비정규직의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자는 것이고, 그 일환으로 2년 이상 고용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입법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사적 자치라는 일반적 계약원칙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고도의 전문성이나 숙련도가 요구되지 않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마저 정규직화를 강제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용을 기피할 것이고, 이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실제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약 53.7%가 2년마다 새 사람으로 바꾸겠다, 25.3%가 기존 정규직을 활용하겠다, 그리고 나머지 20.7%가 완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응답하고 있다. 다른 한편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정규직으로의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그나마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한 것인데, 법으로 정규직화를 강제함은 어느 정도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고용 안정을 줄 수 있지만 나머지 근로자에게는 고용만 불안하게 만들고 계약해지 등을 둘러싸고 최근에 벌어진 이랜드 사태와 같은 노사분쟁만 야기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기업에게 인건비 부담 및 고용조정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신규 고용을 꺼리게 하여 말없는 다수의 청년 및 재취업 의사가 있는 자의 실업을 가중시킬 수 있다.

실제 전경련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해외투자를 늘리는 이유 중의 하나로 우리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꼽고 있다. 결국 기존 취업자를 보호하자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를 없애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 이율배반적인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OECD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대해 ‘한국은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조정이 용이하도록 노동시장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법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비정규직마저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강제하다면 가뜩이나 동맥경화증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노동시장을 더욱 악화시키는 꼴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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