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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세계적인 무역자유화 진전의 걸림돌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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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근

전 세계적인 무역자유화의 확대를 위한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은 2007년에 들어서도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유무역을 통한 세계경제의 통합은 세계경제의 성장과 후생증대를 촉진시키고, 특히 최빈국들의 빈곤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따라서 DDA협상 타결은 자유무역의 진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2006년 중단되었던 협상이 최근 재개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협상타결의 전망은 불투명하고 당분간 분야별 세부원칙이 도출될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역자유화의 확대를 통해 세계경제의 통합과 성장을 촉진할 다자간 무역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적인 무역자유화는 꿈에 불과한 것일까?

UR협상의 타결로 수립된 WTO(세계무역기구)는 국가간의 무역을 규율하는 최초의 국제기구라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러나 WTO의 설립은 무역자유화의 완성이 아니라 자유무역을 향한 첫 걸음에 불과하다. UR협상의 결과로 무역자유화의 진전이 이뤄졌음에도 농산물과 서비스시장의 개방 수준은 아직 미약하며 공산품 분야에도 상당한 수준의 무역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다자간 라운드의 출범이 필요했고, 이것이 1999년 시애틀 WTO 각료회의에서의 진통을 겪은 후 DDA협상으로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DDA협상이 결렬의 위기로 향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높아진 개발도상국의 위상과 더불어 나타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갈등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선진국·개도국 모두 정치적으로 강력한 이익집단의 보호를 위해 무역장벽의 제거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 시애틀에서 다자간 무역협상의 출범이 불발된 중요한 원인은 노동조건과 무역제재를 연계하려는 미국의 시도와 농산물의 수출보조금 철폐 및 보조금 감축과 관련된 미국과 EU의 합의 도출 실패에 있었다.

당시 핵심노동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무역제재를 해야 한다는 클린턴 대통령의 발언은 AFL-CIO와 같은 미국 노동단체를 의식한 것이었고 이는 최근 한·미 FTA 재협상의 원인이 된 ‘신통상정책’으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근로조건과 무역제재의 연계는 저개발국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러한 조치는 개도국으로부터의 공산품 수출을 제한하는 무역장벽의 기능을 통해 개도국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 EU의 공동농업정책에 근거한 막대한 수출보조금의 지급도 국제농산물시장을 왜곡시키는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으로 기능했지만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철폐에 합의하는데 수년의 시간을 더 필요로 하였다.

DDA협상에서의 핵심쟁점도 농산물의 관세감축 및 국내보조금 감축 수준, 그리고 공산품의 관세인하공식이다. 선진국 중 EU를 비롯한 농산물수입국들은 농산물의 관세인하, 미국은 농업보조금의 감축에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 공히 선진국에서 정치적으로 막강한 농민들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산품 관세인하공식에 있어서도 과감한 관세인하를 가져오는 스위스공식의 채택이라는 방향만 제시되었을 뿐, 개도국을 대표하는 브라질, 인도 등의 강력한 반발로 조정계수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인도 등 WTO에서 영향력이 큰 개도국들의 경우, 자국 제조업 보호를 요구하는 노조 등 이익집단의 목소리를 협상에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협상의제로의 채택에 진통을 겪었고 아직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반덤핑 분야의 경우 미국 등에서 철강산업과 같은 사양산업의 보호를 위한 비관세장벽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선진국의 농업 및 사양산업을 비롯해 각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이익집단의 강력한 로비가 DDA협상 타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고 무역자유화의 진전을 통한 세계경제통합의 가속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아 무역자유화의 확대로 많은 이득을 얻게 될 우리나라가 동시다발적 FTA 추진전략을 채택하여 미국·EU 등 거대경제권과 FTA를 체결하고 있는 것은 DDA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은 다자간 협정에 의한 무역자유화에 비해 스파게티 그릇 효과(spaghetti bowl effect)에 따른 무역비용의 상승 등으로 자유무역의 긍정적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개방의 확대를 위해 일면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아·태 자유무역지대와 같은 광역의 무역자유화 논의와 기존의 DDA협상에서도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무역자유화를 위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강화와 더불어 자유무역체제에 적합한 규제완화 등 경제시스템 선진화를 이룬다면 우리나라는 21세기 자유무역을 선도하는 선진통상국가로 전 세계적인 경제통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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