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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잃어버린 10년과 새 정부의 과제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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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근

2007년 12월 1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 결과를 냉혹하게 평가하면 지난 10년간 그 동안 집권세력이 시도했던 설계주의적 국가개조 실험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들 한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인 수사만은 아니다. 설계주의의 최근 역사적 실험은 경제계획에 따라 생산·분배·소비를 결정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1990년대 초 소련 등 공산권의 붕괴로 그 종언을 고한 바 있다. 이런 역사적 교훈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년간 사회주의와 궤를 공유하는 실험을 시도했다. 1990년대의 규제완화와 세계화 지향은 세계사의 흐름을 타는 정책방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인 제도개혁의 부재와 동아시아 외환위기라는 외부적 충격으로 인해 조금은 어처구니없게 보이는 시대착오적 정책실험을 하게 된 것이다.

유사 사회주의적 실험의 첫 번째 예로 들 수 있는 것은 대북정책이다. 공산권의 붕괴 이후 북한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던 스탈린식 전체주의 국가였다. 따라서 동북아의 평화 정착, 남북한의 공동 번영을 위해서는 북한의 체제 변화가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우라나라의 대북정책은 체제 붕괴의 위기 속에서 핵을 가지고 위협을 하는 북한 정권에 대해 일종의 ‘묻지마’식 남북화해를 내세워 포용정책에 치우쳤다. 엄격히 보아 우리의 지원이 아마도 북한의 현상유지에 이바지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대북 포용정책은 북한의 체제를 대등한 체제로 인정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탈냉전의 의미는 공산주의의 몰락을 의미함에도 낭만적 민족주의나 사회주의적 국가개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일부 집권세력에게는 북한에 대한 비판이나 상호주의적 접근도 냉전의 부산물로 치부하며 벽안시했다.

좌편향 시각의 또 다른 예는 계급적 사고에 기초한 각종 평등주의 정책들이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은 인류사 최후의 적대적 생산양식이다. 자본주의는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창출한 잉여가치를 자본가가 전유하게 되는 계급간의 적대적 모순으로 인해 인구의 대부분을 빈곤으로 빠뜨리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계급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개입은 필수적이라는 것이 좌파세력의 생각이다. 지난 10년간, 특히 참여정부는 여러 가지 경제·사회정책에서 이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국가개입정책이 쉽게 추진되었다. 대기업·부유층의 이해관계와 서민·중소기업의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것으로 부각시켜 대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인 대기업·부유층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수행할 것을 노골적으로 표방하였다. 국가균형발전, 기업정책, 부동산정책, 평준화 교육정책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수도권 규제 유지,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징벌적 부동산정책,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 경쟁에 의한 차별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교육평준화정책 등은 그 정책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수도권 및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는 투자부진으로 이어져 서민경제의 침체와 일자리 창출의 어려움을 불러왔고, 부동산정책은 주택공급 부족으로 인한 주택가격의 급등을, 교육평준화정책은 공교육의 붕괴에 따른 사교육비 급등을 불러와 오히려 서민생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대기업·부유층과 서민·중소기업을 계급적 적대관계로 간주하고 결과적 평등을 지향하는 국가정책이 경제성장을 저해하여 오히려 서민층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참여정부의 정책과 유사한 대중영합적 정책이 성공한 예는 역사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세계사의 흐름은 개방과 자유로운 경쟁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의 확산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이러한 세계사적 흐름에서 비껴 선듯한 모습이었다. 비록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재앙이 있었지만 1990년대에 지향했던 세계화와 규제완화에 더 박차를 가하고 제도개혁을 통해 보다 선진화된 사회로 진입했어야 할 시기에 어설픈 좌파적 실험으로 중요한 시간을 낭비했던 것이다. 이것이 ‘잃어버린 10년’의 모습이다.

새 정부의 과제는 지난 10년간 세계사의 흐름에 역행해온 정부 정책기조를 되돌리고 개방과 경쟁에 의한 선진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그에 적합한 제도개혁을 이뤄야 한다. 세계화에의 적극적 참여는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통합이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인투자의 획기적 증대를 위한 투자환경의 개선이다. 투자환경의 개선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하고 그래야만 세계화시대에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따라서 수도권 규제 등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의 전반적인 완화가 시급하다. 교육도 우수한 인재의 양성을 제약하는 교육평준화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부효과에 의해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장에 맡기고 정부의 개입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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