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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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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구조조정중인 중국 진출 한국기업

08.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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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록

얼마 전 언론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철수와 관련된 모습이 주목을 받았다. 일부에서 “야반도주” 또는 “무단철수”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이 사용되었지만 실제 모습은 합법적인 퇴출과정을 거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공장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었다.

비정상적인 방법의 철수가 빈번하게 일어난 지역은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칭다오지역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의하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천여 개의 한국 기업이 칭다오에 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약 2.5%인 206개 기업이 무단 철수했다고 한다. 비정상적으로 철수를 한 업체가 2003년 21개에서 지난해에는 87개로 늘어났다. 특히 3천여 명의 종업원을 고용한 어떤 업체는 형제간 상호지급보증을 통해 중국의 한 은행으로부터 수백억 원을 대출받은 후 한국으로 도주하여, 자녀의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른 후 미국으로 도망을 갔다는 소문도 있다.

비정상적으로 철수한 기업들은 주로 액세서리·봉제·피혁 등 노동집약적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다. 이런 일이 갑작스레 생기다 보니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비정상적인 철수를 우려한 중국 노동자들이 경영자를 감금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기업 경영자가 골프회원권이나 타고 다니던 자동차를 매각한다는 말이 돌면 요주의 인물이 된다. 한국에 다녀오려고 할 경우 항공권을 편도를 구매했는지 왕복으로 했는지도 감시대상이라고 한다. 모두 비정상적인 철수가 늘어남에 따라 종업원·대출 은행·협력업체 간에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기업 철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세계의 외국인투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수출을 통해 천문학적 수치의 외환을 보유한 중국의 배타적인 외국기업 정책 때문인가? 아니면 인건비 절약을 위해 중국에 진출한 노동집약적 한계 기업의 퇴출과정인가?

잘 알려져 있듯이 중국에 진출한 많은 외국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크게 바뀌고 있다. 많은 품목에 대해 임가공 무역이 금지되어 중국에 진출한 기업에 대한 혜택이 사라지고, 중국 토종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 신노동법이 시행되어 공회(노동조합)의 설립이 의무화되고, 사회보험 가입대상과 액수가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시간에 대해서는 더 많은 잔업수당을 지급해야만 한다. 그동안 저렴하게 사용했던 토지에 대해서도 사용세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된 신노동법에 따라 중국 진출기업이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20~50% 늘어나게 되었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중국의 법규를 비교적 잘 준수하며 진출한 대기업이나 중국의 기업환경 변화를 예견하고 이에 대비한 중소기업의 경우 인건비 상승은 견딜만하다. 그렇지만 가뜩이나 영세한 한계 기업들은 당장 50% 가까이 더 많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직원들의 공회 가입이 의무화됨으로써 사회보장 부담이 많이 늘고, 잔업수당 역시 급증하기 때문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문을 닫으려 해도 청산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비정상적인 철수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하소연도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 기업만이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대만, 홍콩 기업에도 일어나고 있다. 실제 상하이·광저우 지역에서는 한국기업보다 더 많은 대만·홍콩 기업들의 비정상적 철수가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싼 인건비에 의존하는 봉제분야의 경우 중국 토종기업조차 인건비가 더욱더 싼 내륙의 다른 지역이나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지 않고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의 이러한 상황을 보면 이젠 더 이상 중국시장이 저렴한 인건비나 외자기업에 대한 일시적인 혜택을 좇아서 진출할 곳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미 진출한 기업도 기술력을 기반으로 현지기업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이기지 못한다면 생존할 수도 없는 곳이다. 중국 진출기업들의 비정상적인 철수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한국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현지 세금납부나 수출실적이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는 “야반도주”, “무단철수”라는 말은 다소 과장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경쟁력이 없다면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시장경제원리이다. 중국 진출에 있어서 철저한 사전준비가 없고, 각종 편법에 의존해 사업을 해왔으며, 가공무역의 금지나 신노동법의 시행 등에 대한 중국의 상황 변화에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무감각한 기업이라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런 현상은 중국 토종기업이나 대만·홍콩 기업에도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지 한국 기업에만 일어나는 현상은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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