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원자재가격 상승과 정부와 기업의 대응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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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물가상승은 국제 유가와 원자재가격 급등에 기인한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유동성 자산들이 불안한 금융보다 유가와 원자재 등 현물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였고, 철광석가격도 작년 2월 대비 65% 인상되었다. 유연탄도 작년 2월 대비 250% 상승하였고,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나프타가격도 작년보다 70% 상승하였다. 곡물가격도 줄줄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3.9% 인상되었고, 장바구니 물가인 생필품 위주의 생활물가 상승률은 4.9%에 달했다.
석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와 곡물가격 급등이라는 대외변수가 물가불안의 진원지여서 우리 정부의 정책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유류세 10% 인하, 공공요금 인상 억제, 주택담보대출 금리 동결, 고철·철강 등의 매점매석 제재 등 단기적 정책 대응에 그치고 있다.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물가 안정기조의 유지가 필수적이며, 고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거시경제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상승요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서비스요금이나 부동산가격이 불필요하게 인상되지 않도록 물가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하고, 임금 상승폭이 생산성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유도하여 기업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에너지 확보나 사용의 효율성 제고, 대체에너지 사용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를 통해 에너지 절약 산업으로 구조를 개편하도록 해야 한다. 또 에너지 절약 시설, 대체에너지 연구개발 등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개발해 이를 유류 다소비 업종에 보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유류를 포함한 해외 원자재 확보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접근하여 수입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비용 인상요인을 흡수하는 한편, 자원절약형 사업구조로 변신하여야 한다. 기존 사업부문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자원을 덜 쓰는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외부환경 변화에 의한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특히 고품질·고기술 제품의 비중을 높여 수출가격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절약적인 첨단산업·소프트산업을 주력으로 육성해야 한다.
경영과 투자계획을 수립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는 브릭스(BRICs)와 중동국가 등 원자재 공급국에 대한 현지 진출 비중을 확대하고, 환율뿐만 아니라 원자재와 관련된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업 자체적으로 내부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원가 및 경영 혁신 등을 통해 원자재가 더 소요됐거나 소재가 비싼 기존 제품에서 낭비요인을 줄여 원가를 절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내핍경영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 고부가 제품 위주의 시장을 확대하고 사업구조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유가 인상으로 인해 공장가동 비용, 자재비 등에 영향을 미쳐 원가 상승요인이 될 것에 대비해 사전적인 원가 절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물류체계를 구축하고 부품 현지 소싱, 사업장별 에너지 절감 등 다양한 원가 절감 정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부품업체 등과 함께 원자재 공동구매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