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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이명박 정부, 이제는 선거모드에서 벗어나자

08.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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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협상의 타결과 대통령의 담화 및 인사 쇄신으로 들끓었던 촛불정국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도 진정국면에 들어갔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호된 홍역을 치른 이명박 정부로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국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느 부분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먼저 선거모드에서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다. 그동안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선거모드에 푹 빠져 있었다는 느낌이다. 이제는 다른 모드로 가야 한다.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책 하나하나를 집행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바이애슬론이라는 동계스포츠 종목이 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다가 중간에 사격을 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호흡조절이 생명이다. 크로스컨트리를 하면서 190 가까이 올라갔던 맥박수를 120대로 끌어내려야 사격에서 좋은 점수가 나온다. 짧은 시간 안에 사격을 위해 호흡을 조절하고 거칠게 뛰는 심장을 달랠 수 있는 적응능력이 관건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숨고르기이다.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하나씩 차근차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수위원회 때부터 휴일도 없이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 것이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할 일이 너무 많으니 일 하나 하나에 충분한 검토와 대책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 급하게 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민들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홍보하며 돌발 상황에 대비하여 충분하고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 미흡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숨을 깊고 길게 쉴 필요가 있는 이 시점에서 조급한 마음에서 나오는 단기적인 성과주의는 피해야 한다. 일례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정부의 정책이 지나치게 민생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유가환급금을 지급하는 것은 가격을 통한 자원배분이라는 시장기능의 활성화와 상충되는 정책이다. 현재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격상승 요인은 대부분 어쩔 수 없는 외부의 충격에서 온다.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대상을 놓고 억지로 그 충격을 줄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직하게 시장에 반영해야만 경제가 비용 상승국면에 적응을 하고 나름대로의 균형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사실 공공요금 문제는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그 이전 정부에서도 현실화하지 않아서 문제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국제유가가 25달러 수준에서 130달러를 넘는 수준으로 5배 가까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은 공공요금으로 묶여서 오르지 않았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2000년보다도 오히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정부도 똑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고 있다. 바로 이런 단기적 인기정책이 누적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공공요금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싸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GDP 1달러를 생산하는데 일본보다 세 배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가 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는 똑같은 실수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급한 불은 꺼야 하고 경제의 어려운 부문에 대해서는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격기능을 회복하여 자원배분을 정상화해야 한다.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규제를 개혁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조직개편으로 어수선한 정부조직을 안정시키고 기관장 임명을 마무리하여 공기업이 더 이상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편 공급측면에서 기술개발과 R&D 투자를 확대하고 효율화하여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나아가서 이럴 때일수록 흐트러진 국가 기강을 바로잡고 법질서를 확립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바이애슬론 선수가 크로스컨트리를 할 때에는 전력을 다하여 질주해야 한다. 그러나 사격할 때는 다르다. 숨을 고르고 목표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열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니고,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다. 선거는 약속을 통해 평가받지만 정책은 성과를 통해 평가받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선거모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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