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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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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영리병원의 허용은 소비자를 위해 필요하다

08.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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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학생들이 의과대학에 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장래에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만큼 고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직업도 없다. 종합병원 의사가 되어도 쏠쏠한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개업을 해도 조금만 열심히 하면 우리나라의 1% 부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머리 좋고 똑똑한 아이들은 의사가 되는 길을 택한다. 병원은 영리행위를 위해서 존재하며, 의사도 영리행위로 돈을 벌기 위해 긴 시간 동안 의사의 길을 걷는다.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그 당연한 사실이 ‘영리병원 허용’과 관련된 논란에서는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모든 의사와 모든 병·의원들이 영리행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영리병원 허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새 제도의 내용은 병원의 영리행위를 허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의사와 병원의 영리 추구행위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허용되어 왔으니 말이다. 새 제도의 핵심은 의료행위에 자본의 본격적인 유입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하긴 그 말에도 잘못이 있기는 하다. 지금도 의료부문에 자본은 들어와 있다. 병원이든 의원이든 자본이 없다면 건물을 마련할 수도, 의료기기를 들여 놓을 수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새 제도의 핵심은 누구의 투자를 허용하는가에 있다. 지금까지의 의료 자본은 의사 개인 주머니에서 나오는 자본뿐이었다. 새 제도에서는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도 의료에 자본을 투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벤처와 영화와 주식을 사는 데에 투자되는 그 자금들을 병원에도 투자하도록 허용하자는 것이 새 제도의 핵심이다.

이렇게 본다면 새 제도의 이름을 ‘영리병원의 허용’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그보다는 ‘의료에 대한 투자 개방’이 더 정확하다. 하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서 필자도 ‘영리병원’이라는 단어를 계속 쓰겠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진료비가 비싸질 것이라는 말은 경제의 원리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 투자가 늘어나서 값이 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투자가 늘면 의료 수준은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질 것이다.

'영리병원'이 허용되어 고급 수요를 대상으로 한 병원이 더 빨리 생겨날 수는 있다. 성형이나 피부관리, 라식수술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고급 의료 수요가 영리병원 때문에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리병원의 허용은 그런 고급 서비스가 대량 공급되게 함으로써 서민들을 대상으로 보급을 촉진한다. 자본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남기는 것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처럼 의사들의 아마추어적 투자만 허용돼 있는 상태에서는 권위적인 기술 우선주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최근 어느 의사로부터 소개받은 중국 아이캉병원의 사례는 자본의 논리와 의사의 논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잘 보여준다.

아이캉병원은 SK가 중국 측과 합작해서 설립한 병원이다. 물론 영리행위가 허용되어 있다. 이 병원의 경영진은 투자자다운 제안을 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라식수술을 50% 세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반대하고 나섰다. 의술에 ‘세일’이라는 말을 붙인다는 사실에 대해 ‘의료에 대한 모독’ 쯤으로 느꼈을 법하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자본의 논리다. 자본을 투입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고 그것으로 고급 서비스를 많은 사람에게 보급해 나가는 것이다.

서민용 병원에 대해서 투자가 확대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본투자가 늘어날수록 원가가 줄어 서비스가격이 낮아지고 품질은 좋아지는 이 현상은 서민용 진료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

게다가 아무리 우리 국내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영리병원을 찾아나서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2002년 영리병원이 허용되면서부터 중국의 의료 수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언어가 문제라지만, 통역도 가능해질 것이며 무엇보다도 한국의 기업과 의사들이 중국에 합작병원을 설립하고 나섰다. 방금 소개한 SK의 아이캉병원뿐 아니라 예치과네트워크 등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내 한국 영리병원들의 숫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미 상하이지역에만 30개가 넘는다. 그런 중국의 한국계 영리병원들은 한국의 병원들과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나설 것이다. 그 ‘영리병원’들의 의료수준이 높아지는 날 한국의 소비자들은 언제든지 비행기를 타고 그곳으로 날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날이 그리 멀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단체의 반대는 점점 더 의미가 없어져 가고 있다. 제주도에 가서 진료를 받겠다고 마음먹을 정도의 환자라면 상하이나 베이징의 한국병원으로 가지 않겠는가. 소비자를 위해서도, 의사를 위해서도, 투자자를 위해서도 ‘영리병원’은 허용되어야 한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kch@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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