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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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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선진 회계시스템 도입을 서두르자

08.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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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만

정보화 시대에 좋은 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경제활동의 가장 중요한 주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에 관한 주요 재무정보가 대부분 회계시스템에서 산출되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회계시스템의 운영은 매우 중요하다.


회계는 기업에서 발생한 사건 및 사상을 객관적인 수치로 측정하여 기록하고, 이를 일정한 형태로 분류하여 간략한 보고서로 요약한다. 이를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로 대표되는 재무제표라고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회계는 여기에서 산출된 정보를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적절한 양식을 이용해 적시에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회계가 초보 단계일수록 과거 역사를 기록하는 기능만을 강조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질수록 미래 의사결정에 사용될 정보로서의 기능을 더욱 중요시한다. 우리나라는 회계를 정보를 산출하는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우리가 경험한 외환 위기나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책임의 상당부분이 투명하지 못한 회계정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회계에 대한 신뢰도가 국제적으로 최저 수준이라면 회계전문가뿐만 아니라 경제주체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 사회 전체적으로 윤리의식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데 기인함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언제나 불투명한 사회 탓으로만 돌리기엔 석연치 못한 점이 많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 회계정보에 의존하여 사회적으로 중요한 자원을 배분해 나가기에는 뭔가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상당부분이 회계에 기인하고 있다면 회계시스템의 개선을 위한 투자를 마냥 늦출 수만은 없다.


정부는 우리나라를 아시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우수한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매우 적절한 정책방향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금융허브의 중요한 인프라가 바로 회계라는 사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이 생긴다. 회계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금융허브 건설 계획을 성공시키기 어렵다. 이는 우리보다 금융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회계전문가를 키워내는 데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회계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기대만큼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단적으로 부실 감사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으면서도 1,500여 개의 상장기업이 회계감사에 드는 총 수임료가 연 2,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는 미국과 같은 회계선진국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회계담당자들이 전문가로서의 의식이 미흡하고, 특히 기업내부에 전문가라 지칭할 수 있는 회계담당자가 부족한 것도 적절한 회계정보가 산출되지 못하는 큰 걸림돌이 된다. 질이 높은 회계정보를 산출함으로써 회사가 얻게 되는 효익에 대한 경영자의 이해와 적절한 내부통제제도의 운영이 회계 선진화를 달성하는 데 초석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회계의 선진화를 달성하고자 최근 몇 년간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이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이다. 또 내부고발제도를 비롯한 내부회계관리제도, 공정공시제도, 감리제도의 선진화, 그리고 최근에는 국제회계기준까지 도입하는 등 많은 제도적인 개혁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회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회계는 단순히 발생한 사실을 기록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원을 배분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인 기업에 대한 정보, 즉 재무정보를 산출하는 사회의 주요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엄청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금융허브를 만드는 데 기반이 되는 회계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보다 과학적인 사고를 선호하게 되면 회계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기관 대출의사결정, 재무분석가의 기업가치평가, 경영자 기업경영관리, 정부 자원배분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회계시스템이 산출하는 재무정보가 이용되는 선진사회를 기대해 본다. 예를 들면 정부의 모든 회계 관련 정책결정에 회계전문가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이는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회계제도를 보다 선진화하고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의사결정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회계정보가 산출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송인만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imso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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