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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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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하반기 경제, 어떻게 되나

08.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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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배

대내외 여건: 내우외환(內憂外患)

외환(外患)이 곪아 터지고 있다. 서부텍사스유(WTI) 선물가격은 7월 10일 현재 약 142달러를 기록했다. 2차 오일쇼크 기간인 80년 4월 WTI기준 명목유가는 약 40달러였다. 그 당시 40달러는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유가로 보면 약 104달러, 여기에 에너지효율성까지 고려한 실질실효유가의 개념으로 보면 약 150달러로 추산된다. 국제유가가 약 30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하면서 세계경제는 제3의 오일쇼크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문제에 투여된 진통제 효과 또한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다. 미국의 주택경기 하강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잠복기에 있는 서브프라임 부실문제가 발병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주요국들의 통화긴축 또한 단기적으로 세계경제를 고통스럽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경제 여건들을 감안하여 IMF는 2008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7%로 크게 낮춰 잡았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5년간의 장기호황이 끝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우(內優) 또한 만만치 않다. 소비자물가는 이미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상한선인 3.5%를 넘어섰다.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되었으며 설비투자는 몇 달째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쇠고기 협상 문제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정치·사회적 불안을 고조시키고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여건을 약화시켰다.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정책기조를 성장에서 물가안정으로 전환한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 일정을 미루고 대운하 건설 계획을 포기했다는 것은 향후 정책을 추진해 나갈 정부의 신뢰에 큰 상처를 입혔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하반기 전망: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이와 같은 내우외환으로 2008년 하반기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소위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수입물가상승의 영향으로 98년 하반기 이후 가장 높은 5~6%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이로 인해 소비 및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하반기 성장률을 상반기 5%대에 비해 크게 낮은 3%대에 그치게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반기 경제전망이 국제유가의 향방에 따라 예상보다 더 비관적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제유가는 예상을 훨씬 넘어 150달러를 향해 치닫고 있다.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성장률은 약 0.3%p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하반기 국제유가 오름세의 안정을 기본 전제로 하는 대부분의 전망들은 하향 조정되어야 할 지 모른다. 또한 최근의 집값 하락세도 커다란 불안요인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잔액은 2008년 3월말 현재 약 605조 원으로 GDP의 약 70%에 이르고 있으며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약 53%이다. 현재의 주택금융 및 건설시장의 취약점을 고려할 때, 짒값 하락은 ‘한국판 서브프라임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집값 하락→주택담보대출 부실→금융기관 부실→신용경색→경기침체의 도미노 현상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과제


지금과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에는 물가안정이 해법이다. 근본원인이 원유 및 원자개가격 등 비용요인 상승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총수요를 증대하려는 경기 부양정책은 국내 물가상승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다. 지금은 3%대의 성장률도 감지덕지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소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고착을 차단하는 것이 최대 과제이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과도한 임금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 다시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통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국은 환율의 안정적 운용, 금리동결 등을 통해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고 이를 시장에 각인시켜야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경제주체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는 상생의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즉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격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하고 노동계는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요금의 경우도 인상요인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인상에 앞서서 공기업의 효율성 증진을 통한 원가절감노력이 선행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고유가의 충격이 어느 정도 진정되기 전까지는 경기가 회복국면을 보이기는 힘들 전망이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중장기적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민간부문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과 공기업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노조 등 이익집단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법치주의 원칙을 절대적으로 수호해야 한다. 최근 촛불시위에 따른 국가적 손실이 적어도 2조 원에 육박한다는 연구결과는 법치주의 붕괴가 시장경제의 몰락과 직결됨을 시사한다.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kcb@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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