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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민영화의 세 가지 이야기: 괴담, 실화 그리고 교훈

08.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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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시중에 떠도는 이른바 “민영화 괴담”을 접할 수 있다. 전력 민영화가 추진되면 거대 독점기업의 요금 인상으로 서민생활은 더욱 피폐해지고, 전기요금을 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세상이 온다고 전한다. 더구나 민영화되면 서비스의 질은 형편없이 떨어지고 수익이 나기 어려운 지역에는 전력공급이 중단될 것이라고 한다.


괴담을 뒷받침하는 사례도 보도됐다. 필리핀에서는 민영화 이후 전기요금이 급등하여 국민들이 여타 물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수준으로 지출해야 한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규제완화 이후 캘리포니아 주는 단전으로 인해 깜깜한 밤이 지속됐다고 한다. 믿기 힘들지만 실제로 일어난 실화라고 하니 섬뜩한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외면된 채 극적인 사건만이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20년 전에 기간산업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자고 했다면 경제학자들도 대부분 매우 급진적인 생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실제로 당시에는 경험도 부족해 성공하기 어려웠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괴담대로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많은 나라들이 전력 부문을 포함한 대규모 공기업의 민영화를 시도했고, 이로부터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각국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나라마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민영화 방안을 학습했으며 적절한 대책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필리핀의 경험은 실효성 있는 경쟁을 도입하지 않은 채 이익집단의 주장에 끌려 다니면 민영화가 역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도매가격은 풀어놓고 소매가격을 규제해서 발생한 캘리포니아 정전사태는 어설픈 규제완화는 아예 안하는 것만 못하다는 교훈을 재확인시켜 줬다.


전력 민영화로 요금이 상승할 것이라는 괴담은 외국의 사례를 볼 것 없이 우리나라의 민영화 경험을 참고만 해도 반박할 수 있다. KT의 민영화 당시에도 전력 민영화와 유사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KT 민영화 이후 통신사들이 제시하는 통화요금이 급등하였는지 생각해보자.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내전화 3분 통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요금은 세계 도시 중 하위 20%에 들어가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회원국 20개국을 대상으로 구매력 지수로 비교한 결과, 국내요금은 두 번째로 낮았다. 또한 민영화된 이후 통신회사들이 수지가 떨어지는 산간벽지나 섬 지역의 전화를 모두 불통시켰는지 반문해 보기 바란다.


사실, 전력 민영화에서 가계의 전기소비는 중요 이슈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전력 소비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산업용 전력의 효율적 이용이 민영화의 목적이므로 가계용 전기요금의 급등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한 “민영화=인원감축”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인건비 절감은 민영화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공기업이 공무원 접대비나 직원 복지비로 과다 지출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지만, 이는 공기업의 비효율성 중 작은 부분이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여 수요와 공급간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현재의 상황이야 말로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많은 예산을 투자하여 건설했건만 양수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은 4%에 머물러 있다. 심야전력 가격은 과도하게 낮아 초과수요를 발생시켜 심야에 전력이 남기는커녕 오히려 가스발전소마저 돌려 전기를 더 생산해야 한다. 이러한 잘못된 투자를 줄이고 왜곡된 가격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민영화가 절실하다. 발전부문과 소매부문을 묶어서 민영화하면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한 투자가 이루어져 효율적인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구조도 형성할 수 있다. 괴담이 난무하는 이유는 이러한 교훈이 외면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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