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최근 고용창출 부진과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08. 9. 4.
0
변양규
최근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 성적표를 보면 상당히 우려된다. 지난 2004~2007년 월간자료를 보면 취업자가 해마다 32만4천여 명씩 증가했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과 원자재가격 상승을 동반한 해외 경기의 침체로 인해 올해의 취업자 수 증가는 6월에 14만7천 명, 7월에 15만3천 명 등 3월 이후 5개월째 20만 명 미만이다. 이는 그간 우리나라 고용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서비스업의 부진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04~2007년 사이 평균 2만1천 명씩 고용 감소를 보인 제조업을 대신해 서비스업은 평균 39만2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올 들어 서비스업은 과거에 비해 10만 명 이상 줄어든 29만1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으며, 7월에는 24만4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 그쳤다.
이런 서비스업 고용창출 부진은 단순히 최근의 경기불황 여파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황기를 제외한 지난 15년간의 분기별 고용 자료를 살펴보면 서비스업의 고용창출 능력 저하는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로부터 회복한 때부터 시작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3~1997년 사이 우리나라 경제 전체 고용성장률 2.2% 중에서 서비스업의 기여는 2.8%p로 전체 고용성장의 100% 이상을 차지했다. 이런 추세는 2004~2007년 사이에도 지속되어 평균 고용성장률 1.4% 중에서 서비스업의 기여는 전체의 100%를 넘는 1.7%p였다. 즉 외환위기 이전인 1993~1997이나 이후인 2004~2007년이나 마찬가지로 서비스업 위주의 고용성장이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차이점은 서비스업 고용성장 기여의 절대적 규모가 절반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과연 서비스업 고용창출 부진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서비스업의 고용성장을 업종별로 세분해 보면 서비스업 고용부진의 근원이 어디인지를 가늠케 한다. 1993~1997년 사이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평균 고용성장률은 5.1%였다. 그 중 2.7%p는 도소매·음식숙박업의 기여이고, 1.8%p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의 기여였다. 하지만 2004~2007년 자료를 살펴보면 서비스업 고용성장률 2.7% 중 사업·개인·공공서비스의 기여는 2.5%p나 되지만 도소매·음식숙박업의 기여는 크게 감소하여 -0.2%p에 불과하다. 즉 2004년 이후 서비스업 고용창출 부진은 도소매·음식숙박업의 부진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소매·음식숙박업의 고용창출이 활발해지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할까? OECD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서비스업 중 도소매·음식숙박업의 고용비중은 OECD 평균 30.1%보다 높은 36.6%이다. 이는 멕시코·터키·그리스에 이어 30개국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또한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생산성은 서비스업 중에서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도소매업의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은 미국을 100으로 할 경우 22.1로 서비스업 평균 39.6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고용창출을 위해 도소매·음식숙박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선진화한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통신·금융보험·사업·교육·보건 및 복지서비스의 고용비중을 늘릴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사업·교육·보건 및 복지서비스의 고용비중은 특히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업종의 부가가치 비중은 정체 내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생산성의 확대 없이 고용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 당장의 고용창출 효과는 기대 이하일지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서비스산업 체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고용창출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그렇다면 사업·교육·보건 및 복지서비스 등과 같은 업종의 지원을 위해 어떤 식의 접근이 필요한 것일까?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 칼럼에서는 그간 왜 우리나라 도소매·음식숙박업의 고용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는가에서 하나의 답을 구하고자 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제조업에서 방출된 인력을 흡수하는 기능을 하였다. 하지만 상당수의 인력이 진입·영업규제가 낮은 도소매·음식숙박업으로 이동하였다. 실제로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의 매출액 및 사업체 수 기준 진입장벽지수는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사업·교육·보건 및 복지서비스업 등에 존재하는 반시장적인 진입·영업규제가 시장원리에 근거한 자연스러운 노동의 이동을 저해하였고 그 결과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고용구조를 비정상적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또한 이러한 진입·영업규제는 건전한 경쟁을 제한하고 지대추구(rent-seeking)라는 비효율적 경제활동을 조장하며 따라서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지난 4월 25일 서비스산업에 존재하는 경쟁 제한적 규제를 발굴하고 개선하여 서비스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하려는 목적으로 “성장동력 확충과 서비스수지 개선을 위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즈음한 신문기사를 살펴보면 그간 우리나라 서비스업에 존재했던 규제가 얼마나 세세한 사항까지 관여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관광호텔의 옥외음식점 영업을 허용할 계획”이라는 기사가 있다. 도대체 어떤 나라에서 관광호텔의 옥외음식점 영업을 막는 규제가 있을까? 야외에서 식사를 하면 공익에 해가 되는 것일까? 필자는 야외에서 식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납득할만한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이런 예는 그간 우리나라 정부의 규제가 민간의 경제적 기능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대체하려는 수준이었음을 짐작케 해준다. 모든 일을 정부의 관할에 두고 싶은 유치하면서도 비효율적인 발상이다. 이런 의미에서 경쟁 제한적 규제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선진화 방안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정부의 선진화 방안이 서비스산업의 규제개혁과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너무 세세한 항목까지 열거하였다는 점에서 이 또한 다른 형태의 규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정부는 민간부문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커다란 운동장과 최소한의 규칙을 정하고 나머지는 민간에게 맡기는, 그간 미루어 왔던 실험 아닌 실험을 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인 듯하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econbyun@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