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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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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부자를 ‘징벌’하는 조세제도는 개선되어야

08.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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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화

정부는 세제개편을 통하여 일부 계층에 집중된 조세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소득세를 비롯한 각종 세율을 인하하고, 종합부동산세도 과세기준을 상향하고 세율을 낮추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정부는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여 경제성장률이 제고되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세제개편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행 조세제도는 일부 계층이 부담하는 세 부담이 지나쳐 ‘부자’를 징벌하는 성격이 강하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6년 종합소득세 납부대상자의 10%가 조세의 81.9%를 납부하였다. 근로소득세만을 보면 상위 10%가 60.7%를 부담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상위 10%가 77.7%를 부담하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2006년 법인세를 신고한 기업의 2/3정도가 흑자를 보았는데, 흑자 기업의 10%가 전체 법인세의 94.3%를 부담하고 있다.


조세가 일부 계층에 집중되는 것은 부와 소득이 일부 계층에 집중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2006년 근로소득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 신고소득의 56.3%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위 50%가 9.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2006년 종합합산 토지분의 종합부동산세 신고현황을 보면 10만 명이 조금 넘는 개인이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45조 원가량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금융소득도 마찬가지다. 2006년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자가 3만5천 명가량 되는데, 이들의 5.9%가 전체 금융소득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조세체계처럼 재원조달 기능을 크게 벗어나 부와 소득의 재분배 기능을 강조하다보면 장기적으로 재원의 조달이 어려워지고 저소득층에도 불리하다. 무엇보다 과도한 조세부담은 일자리를 줄인다. 기술과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직 고소득 근로자의 근로 유인이 줄어들고 이들은 해외의 일자리를 찾게 된다. 또한 기업은 과다한 조세로 사업을 접거나 해외로 이전할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과다한 조세는 부동산의 효율적 사용을 저해하여 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과세의 기반이 축소된다.


뿐만 아니라 소득분배도 개선되지 못한다. 분배와 균형을 강조하였던 지난 정부시절 일자리가 줄어들고 그 결과 소득분배가 악화되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언뜻 보면 생산과 소득 분배는 선후관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누구나 생산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몫이 얼마나 될 것인지 예상한다. 예상한 만큼 소득을 얻지 못하면, 그러한 경제활동을 줄이게 된다. 따라서 생산과 분배는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분배 몫을 바꾸면 생산이 줄어들고,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도 줄어든다. 따라서 소득분배를 개선하기 위한 조세정책을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며 단순히 명분만으로 ‘부자’를 징벌하게 되면 오히려 생산의 위축으로 저소득층의 처지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더욱이 여론에 기대어 ‘부자’를 징벌하는 조세체계를 선택하거나 이들에 대한 감세에 반대하는 것은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것으로 다수에 의한 소수의 약탈을 합리화시킬 우려가 있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부지출의 확대를 찬성하지만 자신의 조세 부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따라서 소수에 대한 약탈적 성격의 조세제도에 대해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 종합소득세의 납세대상자는 개인이 약 33만 4천명인데 이는 전체 가구의 2% 정도에 불과하다. 법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전체 사업체 수의 2% 정도에 해당한다. 종합부동산세는 더욱 심하다. 따라서 여론조사를 하면 종합소득세의 인하나 소득세의 인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유권자의 선호를 반영하다보면 정치 영역에서 소수인 집단이 조세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다수가 소수를 약탈하는 정책이 민주주의라는 명분으로 합법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소수로부터 부와 소득을 약탈하여 다수의 저소득층에게 재분배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세정의 문란으로 일부 국민의 부담이 가중되면 이들은 생산 활동을 포기하고 일터를 떠나 유량하거나 국가권력에 대해 반발하게 되어 국가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 가장 효율적인 재분배정책은 일자리를 통하여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조세정책의 기본은 국민들로 하여금 생업에 자유롭게 종사하도록 하고 이들의 활발한 생산 활동을 통해 국가재정을 튼튼히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기화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ckh8349@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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