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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금융위기와 규제개혁의 방향

08.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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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다. 이는 어떤 정부도 금융산업이 ‘자유방임’하도록 놓아두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다만 한 나라의 금융 발전 정도, 역사적 배경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금융규제의 정도가 다를 뿐, 그 양상도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특히 요즘 같이 금융위기를 맞으면 시스템의 결함을 교정하기 위해 금융규제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 변화의 방향과 폭이다. 최근의 금융혼란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제 신자유주의는 종말을 고해야 할 때’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지만 이는 이념적 공세의 성격이 짙고 생산적인 대안을 만드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거품이 생성·확산되고 터지면서 생기는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의 역사상 여러 차례 겪었던 일이다. 또 시장은 그러한 위기에 대응하면서 진화해 왔다. 향후 규제의 변화, 특히 문제가 된 파생상품 관련 규제에 대해서는 ‘사전적(事前的) 규제 강화’와 ‘사후적(事後的) 규제 강화’의 두 견해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우 대선주자인 민주당의 오바마는 더 엄격한 규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어 사전적 규제 강화에 무게중심이 있는 듯하며, 공화당의 매케인은 투명성 강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후적 규제 강화를 더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 규제개혁의 방향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필자는 규제강화가 사전적 규제와 사후적 규제 간의 선택이라는 차원보다는 거시금융 차원에서의 금융 감독의 효율성 제고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특정 금융상품 또는 금융회사의 행위에 대한 규제의 개선 측면이 아니라(물론 그것도 의미가 있지만) 금융위기의 발생과 그 전이과정에서 금융 감독의 역할 강화가 보다 중요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을 살펴보면 표면적으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파생상품에 대한 감독 실패를 들 수 있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과잉 유동성이 발생했었고 이를 방치한 데 대한 ‘시장의 복수’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 가격 거품은 결국 터질 수밖에 없고 이번의 경우에는 파생상품을 통해 그 충격파가 세계적인 금융회사들로 전이된 것이다. 금융회사들의 위기 이전에 항상 거시금융 차원에서의 이상 징후가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이상 징후에 대한 감독과 선제적인 정책대응이 강화되지 않고서는 개별 금융회사 또는 개별 상품에 대한 규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국제적 금융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제거하는 데 있어 국가 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혼란의 경우에도 과잉 유동성의 배경인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간 이해관계로 인해 이를 해소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경상수지 흑자국에 대한 달러의 공급 증가로 나타난다. 인위적인 환율 개입이 없다면 경상수지 흑자국의 통화가치가 올라가고, 이는 적자국 상품가격 하락과 흑자국 상품가격 상승을 통해 경상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조정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수출에 의존하여 성장을 추구하는 경상수지 흑자국들은 자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며 이를 허락하지도 않았다. 최근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된 국제 금융시스템의 개혁, 글로벌 차원에서의 금융 감독 등도 이 같은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금융 규제 강화는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현 상황에서 선호되는 정책 선택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이 느슨한 금융 규제에 있다고 보고 현 정부의 금융 규제완화 정책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의 배경을 살펴보면 단순히 미시적 규제강화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효과적인 예방책이 될 수 없다. 규제를 통해 시장의 모든 리스크를 회피할 수도 없다. 거시금융 차원에서 발생하는 금융 불안요인을 인지하고 이를 제거하려는 노력 없이 금융 규제만을 강화할 경우 규제의 편익보다 비용이 더 클 수도 있다. 즉 규제 강화로 인한 산업의 효율성 감소에 비해 금융안정의 효과는 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를 맞아 혼란스러울수록 정책의 비용과 편익을 고려하는 냉철한 시각으로 현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tk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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